무기체계 공동 연구·시험평가 확대… 아프리카 시장 교두보 확보 기대감

17일(현지시간) 남아공 프리토리아 국방획득청 청사에서 한·남아공 양국 관계자들이 방산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남아공 한국대사관]
17일(현지시간) 남아공 프리토리아 국방획득청 청사에서 한·남아공 양국 관계자들이 방산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남아공 한국대사관]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방위산업 협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무기체계 공동연구와 시험평가, 정보 공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할 기반이 마련되면서 국내 방산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기회가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프리토리아 국방획득청 청사에서 양동한 한국대사와 솔롬지 음다바 남아공 국방획득청장이 함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번 MOU는 단순한 친선 차원을 넘어 양국이 그간 쌓아온 실무 협력을 제도적으로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후 양국은 방위산업 협력 공동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현안과 협력 과제를 언제든지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공동위원회에서는 무기체계 연구개발, 시험 및 평가 공동수행, 국방기술 교류, 기업 간 협력 촉진,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 등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과 남아공은 탄약, 사격통제장비, 감시정찰 기술, 항공 및 지상 플랫폼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경험을 쌓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협력은 주로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져 지속성과 체계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번 MOU는 이런 약점을 공식적인 양자 협력 체계로 바꿔, 안정성과 확장성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박철우 국방무관은 "양국 군 연구기관과 방산기업이 기술 협력과 시험평가 분야에서 이미 여러 해 협업해온 경험이 있다"며 "이번 MOU는 이런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실질적인 수출 확대의 기반까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자체 방산 역량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다. 포병, 지상전력, 우주기술, 통신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췄고, 아프리카·남미·중동을 아우르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방산 공급망을 운영해 왔다. 이런 남아공과의 기술 연계와 공동 프로젝트가 늘어난다면, 중저가 시장이 중심인 아프리카에서 한국 방산기업이 계약을 따낼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는 최근 수년간 아프리카 지역의 성장 가능성에 꾸준히 주목해 왔다. 아직 세계 방산시장에서 아프리카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평화유지장비 수요와 노후 장비 교체가 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남아공은 대륙 내 방산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국과의 공동 생산이나 기술이전 모델이 자리잡으면, 제3국 진출에서 동반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한국 방위산업의 강점인 가격 대비 성능, 빠른 납기, 실전 운용 경험에서 비롯된 신뢰도, 현지 맞춤형 생산모델 등은 아프리카 시장의 니즈와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이번 MOU를 통해 이런 장점을 공식 협력 틀로 한데 묶으면서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동한 대사는 "양국이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이어온 협력 경험을 제도화함으로써, 훨씬 더 지속 가능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며, "방산뿐 아니라 국방기술, 산업,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혀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 역시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기업 간 매칭 프로그램, 공동 기술 워크숍, 정부 차원의 수출지원 체계 강화 등 실질적인 후속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MOU가 한국 방산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문을 여는 첫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양국 정부와 기업들이 실질적인 후속 프로그램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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