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권 향상 특별위원회' 위원장 정대철 최고위원이 독립적 국가인권기구 설립 의지를 밝히면서, 법무부와 인권.시민단체간 벌여온 3년간의 첨예한 논란이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 국가인권기구의 독립적 위상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찮은데... '국가 인권기구' 설립과 관련한 법무부와 인권·시민단체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끝날 전망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인권위를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인권향상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대철 최고위원은 1일 "인권위는 국가권력의 비호세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인 만큼 법무부로부터의 독립이 가장 중요하다"며 "법무부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구로 만들 수 있도록 11월 10일까지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98년 9월 처음 '국가인권위원회 법안'을 내놓은 이후 인권·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여당은 미온적으로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지루하게 논란만 진행되다가 3년 만에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의 인권분야 주요 정책 중의 하나였던 인권위 설치 문제가 15대 국회를 거쳐 16대 국회까지 끌고 온 것은 법무부의 부처 이기주의와 여권의 미온적인 태도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무부는 98년 국가인권기구를 '법무부 산하 법인으로 만들겠다'고 법제정을 추진했고, 인권·시민단체들은 법무부 안은 "권력기관의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구제할 수 없도록 하고 법무부의 통제아래 두려는 의도다"고 반박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해 왔었다. 법무부도 인권·시민단체의 주장은 "정부조직 원리와 헌법을 위반하는 문제다"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첨예한 논란 과정에서 15대 국회 임기만료로 법무부 법안은 폐기 됐는데, 16대 국회에서 법무부가 다시 인권위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인권·시민단체의 의견을 대폭 받아들이긴 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었던 인권위의 위상과 예산통제 문제 등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인권·시민단체들도 법무부의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독자적인 입법청원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문제는 법무부로부터 통제를 받는 '국가기구'나 '민간기구'로서는 거대한 국가기관으로부터의 인권침해를 제어하고 조사할 수 없다는 문제다. 그래서 현재 인권위법의 내용보다 위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립된 국가인권기구가 필요하고, 또 인권·시민단체가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의 곽노현 교수는 "활동예산과 근거법령을 법무부에 의존하는 인권위가 법무부의 인권업무라 할 수 있는 수사·행형·출입국 업무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권위가 설립되면 주요 피감기관이 될 수밖에 없는 법무부가 주무관청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엔에서 국가인권기구를 관장하는 메리 로빈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인권위는 내용보다 위상이 중요해 한국정부안을 지지하기 어렵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인권·시민단체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안 중의 하나인 국가인권기구 설립과 관련해 3년 간이나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여당의 미온적 태도가 원인이었다. 민주당(15대에서는 국민회의)은 국가인권기구를 설치하면서 인권·시민단체가 반대하는 법안을 만들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또 인권대통령으로서의 위상에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는 문제다.

결국 국가인권기구 설치문제는 김 대통령과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인권·시민단체의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무부의 조직적 반발도 부담이다. 그래서 정대철 최고위원 말대로 민주당이 인권위를 독립된 국가기구로 방침을 결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조직 원리에 어긋난다는 형식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실질적인 독립적 국가인권기구를 설치해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례를 근절시키겠다는 시대적 사명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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