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미사일회담이 성과없이 끝나고, 예상되던 11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기약없이 뒤로 미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는 차기정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는데...북-미 양국관계가 잠시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조명록 북한 특사의 미국방문에 이은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 연이은 북-미 미사일 회담 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변할 것이라던 전망이 다소 주춤한 상태다. 북-미 협상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지는 여러 변수들이 있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 예정된 아시아 순방 길에 방북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북한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4일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클린턴 대통령이 APEC 정상회담 참석과 베트남 방문에 이어 평양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그러나 내년 1월20일 임기가 끝나기 전에 북한에 갈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방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지난 3일 끝난 북-미 미사일 전문가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과 관련 북한을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번 코알라룸푸르 북-미 미사일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을 넘는 미사일의 수출을 통제하는 '미사일기술통제(MTCR)'에 따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외 협상력의 전략적 자산이자 자위수단인 미사일 개발 및 수출을 실질적인 경제적 보상 없이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다. 미국으로서는 클린턴 방북의 선결조건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번 미사일회담에서 '북한의 태도를 분명히 밝혀내고 얻어내려 한 의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회담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후속회담을 이달 중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최할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회담대표의 격도 높여 개최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클린턴 대통령이 퇴임 전에 방북 할 수도 있음 보여준다.
이점에서 미국은 7일 있을 대통령 선거와 방북에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과 '외교적 금자탑'을 세우려는 클린턴의 북-미 관계 정상화 의지가 커 임기내 방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클린턴 대통령의 11월 방북 연기로 인해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공화당과 언론이 급속한 북-미관계 정상화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7일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클린턴의 방북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차기 부시정부의 대북정책은 클린턴정부 보다 강경해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이 임기 내 방북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내에 회담 대표의 격을 높여 미사일회담을 재개최하기로 한 것도 1월 20일 안에 북한을 방문할 조건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북한도 클린턴 임기 안에 북-미 관계 정상화를 이루어야 할 상황이다. 미국 대선에서 고어가 당선되든 부시가 당선되든 클린턴과 양국관계를 정상화시켜야 차기 정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턴이 미국내 비판적 여론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를 하며 방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미사일회담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미 관계 정상화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클린턴 방북을 위해 무리한 선물을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이 미사일 문제를 한발 양보할 것인가. 이후 북미간 미사일회담 결과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우리정부도 북-미 관계 정상화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결과는 좀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술기자/ew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