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최대 접전이 될 미국대통령 선거가 미국시각으로 11월 7일 새벽 6시(한국시각 11월 7일 오후 8시)부터 투표가 시작된다. 그러나 후보들 본인조차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의 상황이다.

그러나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두고 분석, 조금이라도 근접한 결과를 점쳐보기로 하자.
현재로선 부시의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앞서고 있고 선거인단 확보면에서도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합주에서의 결과, 부동층의 향배가 관건이다. 과연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까?
이번 선거전은 분명 고어에게 힘겨운 싸움이다. 그의 국내, 국제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에서 계속 뒤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리고 장기간의 경제호황과 클린턴 행정부와 함께 해온 8년간의 행정경험이 도무지 장점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이는 경제적 번영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미국인들이 경기침체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과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들 수 있다. 즉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투표성향으로 볼 때 민주당의 집권 후 공화당의 집권 등 정권의 교체가 계속 있어왔는데, 클린턴 대통령의 연임으로 민주당 피로증과 클린턴 시절의 섹스스캔들과 당파간 대립 소동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유권자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네이더 변수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경주의 운동이 거센 오리건과 워싱턴주, 민중주의적 분위기가 강한 위스콘신이나 미네소타. 미시간. 메인주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6개주(선거인단 총 61명)에서 네이더 지지율이 5%를 달하고 있어 고어표가 분산되고 있으며, 이는 부시에게 표를 몰아주는 결과가 되 버린다. 그러나 정작 투표장에 가서 투표할 녹색당 지지자들은 25%정도 예상되는데, 투표당일에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민주당에 표를 몰아 줄 지는 알 수 없다.
다른 가능한 설명은 고어의 카리스마 결핍과 공공정책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그의 태도가 다른 후보자뿐 아니라 유권자들보다도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고 보이는 ‘잘난체’하는 정치적 이미지(이는 대선토론과정에서 더욱 강해졌다)와 관계가 있다. 이는 민주당원들조차 부시에게는 뭔가 인간미가 느껴진다고 할 정도이며, 유권자에게서 멀어지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소수 득표 대통령이 출현을 예상할 수도 있다.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지고도 주별 선거인단 확보에서 이겨 대통령으로 당선된 예는 1876년과 1888년의 두 번 있었다. 과연 112년만에 그런 일이 일어날까? 현재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에서는 부시가 앞서고 있지만, 캘리포니아(54명)와 뉴욕주(33명) 같은 선거인단수가 많은 큰 대형주는 고어를 지지하고 있고 중서부의 작은 주들에서는 부시가 우세하며, 중대형의 주들은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선거인단 확보에서도 부시가 우세하다. 부시는 플로리다주만 확보하면 백악관 입성이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두 후보다 과반수인 270명에는 모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대선과 같은 날 치루어지는 미 의회 상하양원 선거
상하양원선거 또한 대선 못지 않게 박빙이다. 누가 다수당이 될 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현재 미국 하원의 의석분포는 공화당 222석, 민주당 209석, 무소속 2석, 공석 2석으로 공화당이 13석 많다. 4년 임기의 미국 하원의원은 2년마다 절반씩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의회 전문 권위지인 ‘콩그레셔널 쿼털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원선거 결과를 민주당 217, 공화당 216, 무소속 2석으로 예측했다. 불과 1석의 차이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약진 전망은 공화당에 비해 현역의원들의 출마율이 더 높다는데 근거한다. 현역 의원들이 예비선거 낙마, 은퇴, 다른 선거 출마등 여러 이유로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은 경우는 민주당이 10명인 반면, 공화당은 25명이나 된다. 이처럼 민주당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지만, 여론조사 오차한계 이내의 초경합 지역이 16곳에 이르고 있어, 누가 다수당이 될 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만일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하면 지난 94년, 다수당을 내준뒤 6년만에 설욕하게 된다. 입법과 예산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미 의회는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등 의회 운영을 장악하기 때문에, 특히 하원 다수당이 누가 되느냐가 차기 행정부 정국 운영에 큰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50개 주별로 2명씩 뽑는 상원은 현재 공화당 54, 민주당 46석이다. 콩그레셔널 쿼털리는 선거 결과를 공화당 53, 민주당 47석으로 예측했다. 6년 임기의 상원은 매 2년마다 임기가 끝나는 선거구(전체의 3분의 1)에서 돌아가며 선거가 치러지는데, 올해는 공화당 19, 민주당 14, 보궐선거 1개 선거구등 34곳에서 승부가 펼쳐진다. 민주당이 공화당 지역에서 선전은 하고 있지만, 다수당까지 탈환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전통적으로 대선 후보와 하원 후보를 다른 당으로 선택함으로써 행정부와 의회를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 투표성향도 의회 선거의 중요한 변수다.
장유미기자(yummy@ewin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