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는 예산안 및 공적자금 동의안, 기타 법률안 심의에 본격 돌입했다. 그러나 각 사안별로 여야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을뿐만 아니라 290건이 넘는 안건을 12월 9일까지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률안 심의가 소홀히 진행될 공산이 크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개혁법안 제.개정을 위해 본격적으로 들고 일어섰다. 각 사안별 쟁점내용을 정리해 본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개혁정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부패방지법, 국가보안법, 인권법 등 개혁입법의 조속 입법을 촉구하며 명동성당에서 집단농성에 들어가 주목되고 있다.
각 사안별 쟁점되는 문제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 새해 예산안 처리
정부여당은 본예산 대비 9%, 추경대비 약 6% 늘어난 101조300억원의 새해 예산안을 상정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자동 증액예산 10조원과 재정수지 적자개선 등을 감안할 때 너무 긴축예산이라며 원안 유지 입장을 밝힌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가 내년 국세수입을 금년보다 25.1%나 늘려 잡아 대대적인 세금공세를 예고하고 있다며 팽창예산임을 지적, 총 예산규모의 10%인 10조원 가량을 순 삭감해야한다는 입장. 자민련도 경제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팽창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여야가 팽창이냐 긴축이냐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고, 한나라당이 예산의 건전성 문제도 들고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과연 2주간이라는 촉박한 시간동안 심도 깊게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공적자금 동의안 및 관련법안
민주당은 40조원의 추가공적자금 전액을 이달내에 동의해 줘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내년 2월까지 긴급히 소요돼야할 금액은 최대 7조∼10조 규모이며 공적자금에 대한 정밀심사를 위해 동의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한나라당은 "공적자금특별법 제정 등과 연계할 것"이라는 입장을 정리함으로써 30일 공적자금 동의안 처리와 12월 8, 9일 예산안 처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공적자금 관련법안과 관련 여야간 입장차가 크다. 민주당은 일반법으로 하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재경부 산하에 심의 및 조정기구로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특별법으로 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의결 및 감독기구로 하자는 주장이다.
또한 공적자금에 대한 국회 통제 정도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자금회수 후 재사용하거나 현물출자 등의 형식을 사용할 경우 국회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민주당은 법체계 상 맞지 않은 주장이라고 지적하면서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 부패방지법
민주당이 '반부패기본법'을 상정했지만 시민단체들은 부패방지를 위한 핵심인 검찰중립성 확보와 기소권 독점을 견제할 '특검제' 도입, 내부고발자 보호법 등이 빠졌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도 '검찰중립화'를 골자로 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법 개정안 추진 내용은 각개 검사의 검찰 조직내 자율성을 높이고, 외부에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 '검사 동일체 원칙'과 상명하복 조항을 제한하거나 폐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검찰의 반대에 부닥칠 것으로 보이며,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통과되지 않더라도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많아 야당이 강력하게 추진할지는 의문이다.
◇ 국가보안법 및 인권법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평화상 수상 후 화합과 인권개선을 위한 노력을 적극 뒷받침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국가보안법과 인권법을 개·제정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현 정부 개혁의지의 바로미터인 국가보안법 개폐와 인권법 제정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강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보수 기득권 세력에 밀려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아직 정부여당이 입장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더 이상 미루다가는 보안법 개폐, 인권법 제정이 물건너 가거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우려, 정부여당 및 야당을 강하게 압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농성을 시작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해 인권국가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27일 민주당 송석찬,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 등 여야의원 21명이 '국가보안법폐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가보안법에 개정에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태여서 이번 회기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 경제관련 법안
이번 정기국회는 특히 경제관련 법안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공기업 구조조정관련법, 농어가 부채삭감 문제, 수도권 신도시건설, 독점규제 관련법 등이 심의될 전망이다.
공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민주당은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어서 노동계와의 일대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해외매각 우려를 지적하고 있고, 노동계 파업과 관련해서도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잇는 실정. 농어가 부채삭감과 관련한 특별법 제정도 한나라당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부채탕감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특별법 제정은 '선례'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시민단체가 논란을 벌여왔던 제2차 기업지배구조개선 작업과 관련, 핵심사항이었던 집중투표자와 집단소송제도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는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의무화하지 않고,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는 원칙적으로 도입하되 현실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재계의 로비가 먹힌 것으로 이해하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여야가 짧은 시간동안 290건이 넘는 법률안을 제대로 처리할지 의문이다. 특히 개혁입법에 대한 처리가 미흡할 때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국내 시민·사회단체를 총 망라해 오늘부터 병동성당에서 '3대 개혁입법 제·개정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집단농성'에 들어갔고, 여야 당사에서 지속적으로 항의시위를 전개할 방침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간의 대결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짧은 시간동안 법률안 제·개정안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