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야당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식 참석을 재검토할 것을 주장한데 반해, 여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다. 일부 여론은 대통령이 국정현안에 전념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은데, 과연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잦은 외국출장으로 인한 내치 불안을 문제삼아 일부 야당에서 노벨상 수상식 참석을 재검토하라고 주장한데 반해, 여권은 국제적 이미지 제고와 국제 신인도 문제를 들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여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대체로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식 참석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라기 보다는 위기극복을 위한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갑자기 불거진 노벨상 수상식 참석 논란

자민련은 변웅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모든 분야에 위기가 증폭되고 전국민적 봉기시대로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상황을 진단한 후 "국정을 쇄신하고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적 동참을 설득하는 것이 대통령의 급선무다"며 노벨상 시상식 참석을 취소할 것을 제안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도 "우리가 처해있는 절박한 상황을 대통령이 잘 파악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은근히 반대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렇듯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식 참석에 대한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은 노동계 파업 예고, 잇따른 금융사고 등 불안한 민심을 챙기는 내치에 주력해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국제적 신인도를 추락시켜가면서 까지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고 판단한다. 또한 국제적 이미지를 제고시킬 좋은 기회를 버릴 정도로 우리 국정운영 시스템이 취약하지 않다고 본다.

서영훈 대표는 "큰 혼란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국위를 선양할 좋은 기회를 외면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도 "노벨상 수상식 참석은 국가의 국제적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이기 때문에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계화 시대에 한국지도만 볼 것이 아니라 세계지도자도 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인 만큼 참석해야 하며, 약속을 깰 경우 국제사회는 한국사회의 정국불안을 더욱 크게 볼 것이고 이로 인해 국제 신인도의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와 여당의 시각이다.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가 사장될 위기

어찌보면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식 참석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국제적인 약속을 어길 수도 없다. 그래서 야당의 주장은 정치논리에 입각한 편협한 사고라는 지적도 많다. 한 외교관은 "현 위기는 여야 및 국민 모두가 합심해서 풀어가야 할 문제지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풀어질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민련이 제기한 '대통령의 내치에 대한 보다 집중적 노력'에 대해서 부정만 할 문제도 아니다."대통령이 내치는 팽개치고 외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자민련의 주장에 동감하고 있는 일부 여론에 여권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특히 지금은 총체적 국정위기라며 민주당내의 당정쇄신론이 전면적인 국가운영의 인사쇄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최대과제는 외치가 아니라 총체적 위기를 몰고온 국정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편'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여당은 대통령의 지시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고, 고위 공직자들도 대통령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왔다. 바로 대통령 '1인통치'구조가 지금의 총체적인 국정위기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 한사람으로 몰린 국정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대통령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불안한 내정으로 김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제외교, 비즈니스 외교의 성과가 전혀 빛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관계 및 국제적 위상은 곧바로 국내경제 문제와 직결되고 있는데도 야당은 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대통령의 외교적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내치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외교적 활동도 그 빛을 발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많다. 김용호 한림대 교수는 "김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은 지난 수십년 간의 경제패턴과 체질을 바꾸고 수술하는 지난한 작업인데, 잦은 출장으로 내정에 힘을 모으고 있다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대통령의 리더십 필요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뭐냐'며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증폭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단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회적 비판이 일고 있다.

대통령에게 통하는 민심창구가 막혀있다는 소리가 많이 나온다. 대통령이 정국의 큰 줄기를 잡고 지난 IMF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았던 것처럼
이제는 국민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열린 민심창구, 열린 국정운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바로 이 열린 리더십을 대통령에게 원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움직임과 정책적 발언에 따라 국민들은 정책적 비중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때문에 국민들은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방향키를 가지고 있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노벨상 수상식 참석 논란도 본질은 김대통령의 폐쇄적인 리더십의 폐해를 지적하고 국민이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열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인 것이다.

김영술 기자 kimys67@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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