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방대법원은 4일 대법관 9명의 만장일치로 부시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 이번 대선에서 부시의 승리가 굳어져가고 있다. 또 미국여론도 고어의 결과승복을 강하게 바라고 있지만 고어진영은 아직 승복할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연방대법원은 4일 수작업 재개표 결과를 최종집계에 포함시키도록 한 플로리다 주 대법원의 판결을 파기했으며, 플로리다주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은 최종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던 표의 수작업 재개표를 허용해 달라는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청원을 기각했다.

이로써 공화당의 부시후보는 미대선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되었으며 고어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

연방 대법원의 판사 9명은 이날 대법관 9명의 만장일치로 채택한 7쪽짜리 판결문에서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어떠한 근거에서 지난 7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의 개표결과 보고시한을 연장, 최종 집계에 포함시키도록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은 무효"라고 밝혔다. 이 판결로 부시와 고어의 득표 차는 지난달 26일의 537표차 대신, 지난달 17일의 해외 부재자 투표 집계까지 포함한 930표차로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초 분할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연방대법원이 만장일치 판결을 내린 것은 수작업 재개표 결과의 무효화에 그만큼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어측의 마지막 희망은 세미놀 카운티에서 진행 중인 1만5000여 부재자 투표 무효소송이지만 법률전문가들은 고어가 승소할 가능성은 적게본다. 이번 판결에 고어진영의 반응은 즉각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고어는 "모든 투표가 집계된 후 승복한다면 12월 중순쯤 예상할 수 있다."고 하여 대선을 둘러싼 소송이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승복을 미룰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고어 결과승복 여론 높아가

연방대법원 판결이후 미국의 여론이 점점 고어의 승복에 압력을 가하는 쪽으로 강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이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가 3일 미국의 성인 7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양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57%가 찬성하고 40%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고, 고어 진영의 대처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과 지지하는 사람이 2대1의 비율이었다. 또 시사주간지 타임이 미국인 25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최고법원이 부시 후보를 당선자로 결정할 경우 고어는 이에 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93.33%로 압도적이었고, 반대 의견은 6.5%에 그쳤다. USA투데이는 벽난로 앞에 ‘앨’이라고 쓰인 크리스마스 양말이 걸려있는 시사만화를 통해 “몇표라도 더 생기길 바라는 고어의 크리스마스 소망”이라며 비꼬았다.

앨고어의 결과 승복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투표 관련 기기의 교체를 촉구하는 사설도 등장했다. 뉴욕 타임스는 4일 사설을 통해 “개표기계는 개표를 더 쉽게 하기위한 발명품이었는데, 지금은 기계의 에러 마진보다 작은 표차로 당락이 갈리게 됐다”며 낡은 기계의 교체를 촉구했다. LA타임스도 “개표 시스템도 공무원들처럼 테스트를 받아,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교체돼야 한다”며 “투표일의 긴장감은 ‘누가 당선될 것이냐’에 있어야지 ‘개표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할 것이냐’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여론의 승복압력이 강하지만 고어진영은 아직 선뜻 승복할 의지는 없어보인다. 고어측의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은“분명히 동의하지 않는다. 고어가 지금 시점에 승복할 이유가 없다”,“이제 경기 후반기(late innings)에 접어들었지만 결코 끝나지는 않았다. 우리는 3개의 중요한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연방대법원과 플로리다 2개 법원의 소송을 지칭) 이 3개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승복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하며 그는 “고어는 때가 오면 품위있게 승복할 것이지만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대선의 판결과 여론은 이미 부시쪽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고어진영은 아직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거부하고 있다. 미국 여론은 이번 대선으로 양분된 미국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대선으로 추락한 최고의 민주국가라는 자부심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고어의 '품위있는 승복'뿐이라고 말한다.

박혜경기자 polyad@ewincom.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