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반권의 당내 파워게임은 여당내 대권주자들의 이해관계와 결합되어 있다. 이번 파워게임의 결과,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느냐 아니면 정치적 자충수를 두게 되는 것이냐를 놓고 지금 여권내 대선주자들의 손익계산은 매우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의 권노갑사퇴론 파문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예비주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현재로서는 가장 강력한 후보인 이인제최고위원이 이번 과정에서는 가장 큰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때 권노갑 최고위원 측의 지원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이런 제휴가 유지되는 상황이고 권최고의 영향력이 약해진다면 이최고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내 기반의 약화라는 당장의 현실적인 손해뿐 아니라 정치적 이미지에도 오점이 될 수 있다. 실제 이위원은 이번 파문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정동영위원을 비판하고 권노갑 위원을 옹호했다. 차세대 - 3김 이후의 이미지를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이최고로서는 권노갑이라는 3김정치의 현실적 힘에 의존해서 대통령이 되려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권최고측의 동교동계의 당내 영향력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동교동계의 신임을 더욱 굳힌 것이 성과가 될 수 있다.

지난 최고위원 경선에서 예상밖의 선전으로 8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중 5위로 당선되면서 일거에 대권후보반열에도 오르내리게 된 정동영최고위원의 득실 계산은 좀 복잡하다. 국민적인 이미지에서는 '바른 말을 하는 용기있는 정치인' 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동교동계와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었고 앞으로도 이를 복구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의 현실은 동교동계가 아무리 약화되더라도 역시 최대 주주의 자리를 잃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때 결과적으로 최대의 비토세력을 만든 셈이 되었다. 더구나 전주라는 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 운신의 폭에 현저한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근태 부총재는 이번 일련의 과정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최고위원 경선때 재야 출신인 자신의 '개혁'브랜드가 정동영 최고위원에게 잠식당했다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정동영의 거사'로 개혁의 이미지가 정동영최고위원의 독점브랜드가 되어 버릴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평소 신중한 행보를 지켜오던 김근태 최고위원이 이번에는 기자간담회까지 열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발언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정최고위원의 문제제기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당정쇄신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지켰다고 볼 수 있다.

당정개편에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해온 한화갑 최고위원은 권최고측의 '음모론'반격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처하게 되었다. 최고위원회를 앞두고 돌연 일본으로 출국하는 등 정면대결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권측의 공세에 대응하지도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그는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주고받은 일문일답에서 '가지 않을 길은 가서는 안된다'며 음모설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당내 일각에서는 경선에서 일등을 한 최고위원답지 않게 문제를 회피하려는 태도에 심각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마 이번 사건을 통해 가장 얻은 것이 많은 대권 예비주자는 오히려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일 것이다. 사실상 가장 강력한 이인제 불가론자이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인제최고위원에 뒤이어 지지를 얻고 있는 노무현 장관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많은 가장 많은 것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발언을 할 수 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 현직 장관이라는 신분때문에 자신은 이번 내분과정에 휩싸이지 않고 최대의 경쟁자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되어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더우기 95년 민주당 분당 이후로 그와 가깝게 지내오던 김원기고문이 당대표가 된다면 그로서는 당내에 큰 원군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역시 최종적인 심판은 김대중 대통령의 몫이다. 예상되는 당정개편에서 권최고 중심의 동교동 구주류에게 어느 정도의 역할 범위를 설정해 주느냐에 따라 득실계산은 달라진다. 구주류를 2선으로 확실히 후퇴시키느냐 아니면 세력균형을 유지시킨 채 중립적인 인사들로 당직을 채우느냐에 따라 손익의 판단이 달라질 것이다. 때문에 김대통령이 노르웨이에서 돌아와 최종적인 개편안을 확정할 때까지 오히려 물밑, 물위의 치열한 세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혜경 기자 polyad@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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