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원 3인이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 자민련에 입당했다. 그리고 자민련은 교섭단체 등록을 맞쳤다. 민주당 3명 의원이 공양미 삼백석(DJP공조복원)에 팔려가는 격.이에 한나라당은 정치쿠테타로 규정 맹비난에 나섰는데...

1월 4일 여야영수회담과 개헌, 정계개편등의 정치이슈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던 정치권과 국민은 2000년 마지막을, 느닷없는 민주당의원 3명의 탈당과 자민련 입당소식에 '이것이 정치냐'며 한마디로 뒷통수 맞았다는 배신감에 휩싸여있다.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배기선, 송석찬, 송영진의원이 30일 전격적으로 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 입당을 선언한데 이어 자민련은 전폭적으로 환영하더니, 교섭단체 등록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 이에 한나라당은 '치졸한 국민 기만극''정치 쿠데타'라며 영수회담 거부를 검토하는 등 반발하고 나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간 3인의원-DJ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 입당을 선언한 장본인은 배기선(경기부천 원미을), 송석찬(대전 유성), 송영진(충남 당진) 등 3명이다. 이들은 '자민련 입당 공동성명'을 발표, "거듭된 고뇌 끝에 국민적 요구에 따라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공동정권의 초심을 회복함으로서 하루속히 현재의 국정난맥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殺身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자민련은 '전폭적으로 환영'하고 나섰다. 변웅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세분의 용단을 환영하며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기쁨"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총재권한대행도 "입당을 환영하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부산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JP도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이양희 총무가 전했다.

자민련 지도부는 민주당측과의 사전조율 가능성 의혹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연락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민련은 민주당 의원이 입당을 선언하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신속하게 교섭단체 등록을 마쳤다.

결국 이들 3명 의원은 아버지(DJ)를 살리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DJP공조복원)에 팔려간 심청이가 된 겪이되고 말았다.
이들 의원들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자발적 살신이라 하더라도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이자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에 많은 국민들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고육지책-數의 정치가 빚은 최악의 선택

민주당은 왜 이렇게 최악의 수단을 선택했을까?

한나라당이 국회법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DJP 공조복원을 통해 정국주도권을 확보하려던 민주당에게는 자민련의 교섭단체 확보가 최대의 걸림돌이 돼 왔다. 집권여당으로서 교섭단체를 확보해 주지 않는 이상 자민련에서 JP의 위상이 바로 서지 못하고, 자민련 내의 민주당 반발세력을 DJP 공조 틀 안에 묶어둘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했었다.

뿐만아니라 이미 레임덕 운운할 정도로 김대중정부가 힘이 많이 빠진 상태에서 큰 틀의 정계개편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안정적 국회운영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정계개편이 어렵다면 무리수를 써서라도 자민련에 교섭단체구성 요건을 마련, 여야 대결구도를 극복해 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자민련과의 합당이나 정계개편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적 국회운영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은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해 한나라당을 포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선택은 한마디로 정치위기, 경제위기 등 벼랑끝까지 몰린 정치현실에서 집권후반기 레임덕을 막기위한 강한여당을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數의 정치'가 빚은 왜곡된 정치라는 비판여론이 비등하다.

한나라당, '정치쿠테타'로 규정

이에 한나라당은 '정치쿠테타'라며 맹비난에 나섰다. 권철현 대변인은 성명을 내 "민주당 의원 3명을 자민련에 입당시켜 교섭단체를 만들어 준 것은 실질적인 인위적 정계개편을 자행하는 것이며, 헌정사상 이렇게 유치하고 치졸한 국민 기만극은 없었다"면서 "현 상황에서 영수회담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던 김대중 대통령이 결국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기만극을 펼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김대중 정권의 반민주적 작태를 분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회창 총재도 이와 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격노했다고 전해진다.

한나라당은 지도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민과 야당을 무시한 '정치쿠테타'로 규정하고 강하게 대여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이미 1월 4일로 잡혀진 여야 영수회담 거부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작정치에 멍들어가는 국민-국민은 없고 권력유지만 있는가

여권의 고육지책에 대한 반발은 상상외로 커질 가능성도 많다. 벌써부터 정치권 주변에서는 '공작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DJP 공조복원을 위해 무리수를 둔 또하나의 실패작이라는 것이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면서 "이렇게 할 바에는 국회법은 뭐하러 만들어 놓고, 선거는 뭐하러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교섭단체 구성을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도 문제다. 또 한번 정치권 자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통령이 곧 국정쇄신책을 발표한다고 하던데, 자당 소속의원을 빼내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돕는 공작적 정치가 국정쇄신책이냐"며 "이후 나올 대통령의 국정쇄신책이 뭔지 안보고도 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증권사 직원은 "여권의 국정운영에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민주당과 자민련의 '짜고 치는 고스톱'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조용한 연말을 보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공작정치에 뒷통수를 맞은 국민들과 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한 의원들의 지역구민들의 허탈한 가슴은 어떻게 채워가며 연말을 보낼지 모를 일이다.

김영술 기자 kimys67@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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