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성호, 장성민, 송영길, 정범구, 임종석, 이종걸, 한나라당 김부겸, 김영춘, 박종희, 오세훈, 원희룡... 그들을 우리는 정치개혁의 희망으로 불렀으며, 젊은 피의 상징으로 386이라고 일컬었다

민주당 김성호, 장성민, 송영길, 정범구, 임종석, 이종걸, 한나라당 김부겸, 김영춘, 박종희, 오세훈, 원희룡, 윤경식, 이성헌...
그들을 우리는 정치개혁의 희망으로 불렀으며, 젊은 피의 상징으로 386이라고 일컬었다.

그러나 386의원과 소장파들은 뭉칠수록 그들은 분열되고 갔고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반면 흩어지고 침묵하면 그들 개인 신상은 편히 살아갈수 있지만 개혁정치의 소신을 잃어버렸다는 국민의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정치개혁을 위해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는 386과 소장파, 이제 그 단어는 총선용 히트 상품 정도로 유권자의 뇌리속에 점점 박혀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

첫 번째 단결, 그리고 '5.17 광주 술파동'...

386 의원들의 정치적 개혁 시도는 지난 4월 27일 시작됐다. 김성호, 송영길, 임종석 등 화려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386은 처음부터 크게 나갔다.
이들은 '당과 국회개혁'을 위한 세력을 도모하면서 민주당을 장악한 동교동계의 당직 배제와 2선후퇴라는 점도 과감히 밝혔다.

5월 3일, 국회의장 선출을 놓고 여야가 따로 없다는 인식을 같이한 민주당 386의원들은 한나라당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과 뒤늦게 참여한 민주당 이종걸, 정범구, 함승희 의원과 같이 국회의장직 선출에 크로스보팅과 의장의 당적이탈'을 주장하면서 여야 386의 연대를 선언했다.

5월 4일 위기의식을 느낀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이 초기진압에 나섰고, 김옥두 사무총장이 재차 젊은 피의 도전을 서둘러 막았다.

이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386의원들 19명이 망월동 묘역을 공동참배하는 결실을 맺었으며, 5월21일에는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법정기한 내(6월5일) 국회 개원, 신진출마자에게 불리한 선거법 개정, 의장 후보에 대한 자유투표제 관철 등 공동투쟁방침까지 합의했다.

그러나 처음의 정치개혁 의지는 '5.17 광주 술파동'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임수경씨에 의해 광주 술좌석 모임이 알려지면서, 일제히 언론은 '검증이 필요한 새피'라며 386의원들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고, 특히 그 자리에 있었던 민주당 386의원들은 정치적 생명에 까지 위협을 느낄 정도로 국민적 호된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그러나 민주당 386들의 잘못에 한나라당 386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나라당의원중 함께 반성하고 매를 맞겠다고 했던 의원은 김영춘의원 뿐이었다.

결국 5.17광주 술파동으로 미묘한 견해차를 덮고 개혁에 동의했던 386 정치인들은 분화하기 시작했다.

때맞춰 민주당 지도부는 임종석, 송영길, 이종걸 의원에게 원내부총무, 정조위부위원장 등 국회직에 중용하면서 기성정치인들의 '당근과 채찍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분열의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후 8.30 전당대회를 통해 김민석 의원을 최고의원으로 뽑아 재차 젊은 층의 정치개혁 시도를 하였으나, 김민석 의원의 계파정치에 대한 비판고수로 세대는 다르지만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정동영 의원을 지지하게 되었다.

9월 15일 민주당 의원의 '13인의 반란'

어느덧 386의원들 내부에 두터운 불신의 벽이 쌓일 무렵, 국회가 장기파행을 거듭한 9월 15일 민주당 13명 소장파들이 '지도부 자진사퇴'와 '한빛은행 의혹에 대한 특검제 도입'을 촉구했던 13인의 반란이 일어났다. 정범구, 추미애, 곽치영, 이재정, 박인상, 김태홍, 송영길, 이종걸 의원들이 주축이 되었고 386정치인의 대표격이라고 하는 김민석, 임종석의원은 빠졌다. 이 13인의 반란으로 민주당 소장파들의 개혁정치 소신이 다시한번 빛을 발했었지만 이후 당지도부의 압력으로 공동의 움직임은 무산되고 말았다.

또한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새정치 움직임은 미래연대를 중심으로 지난 망월동 공동참배와 올림픽 파크텔을 결의를 보였으나, 이후 의약분업과 국회파행 등 굵직한 현안에는 침묵했다. 미래연대 차원에서도 최근까지 집단 농활 외에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이런 침묵의 이유로 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은 '거대한 현실정치의 벽'과 '당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 그리고 '기성정치인과 인간적인 친밀감'을 꼽으며, '386들은 현실정치에 연연하는 관조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고 주간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뿐만아니라 지난 한나라당 장외투쟁 당시에는 김부겸, 원희룡 의원의 경우, 반여투쟁에 선봉에 나서면서 당내 '공격수'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이러한 여야 386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빨리 현실정치인으로 변신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아픈 지적이 많다.

사라진 386의원들의 소신, 그리고 침묵...

또한 6월 29일 실시된 이한동 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386 그룹은 5, 6공 참여 및 공안검사 전력을 문제삼아 투표전에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였으나, 표결결과 139표의 찬성표가 나와 여권에서 단 1표의 이탈표도 없었다. 386의원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이었다.

지난 국회법개정안이 변칙처리되던 현장에도 여야 '386 의원'이 있었다. 변칙처리 전위대 역할을 맡은 민주당 386의원들이 수비 진영의 한나라당 386의원이 욕설과고함의 현장에서 맞부딪친 것이다.

한나라당 386의원들 역시 국회법개정안 상정을 막기 위해 정균환 위원장을 육탄으로 저지한 한나라당 원희룡, 이성헌 의원 역시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머리 속에는 '다 똑같은 부류'로 각인되고 말았다.

한나라당 386의원과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는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고자 했던 젊은 의원들이 스스로 몸싸움을 해야 하는 정치현실에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국민 앞에 죄송함을 금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정치벽이 높았지만 개혁입법안 발의에 대해서는 여야 소장파 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개혁입법안인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은 386의원이 아닌 대전 유성구청장 출신 송석찬의원이다. 이 안에 서명한 의원은 김근태, 정범구, 최용규, 설송웅, 김성호, 김태홍, 유재규, 송영진(이상 민주당), 김홍신, 김원웅, 서상섭, 안영근(한나라당)의원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386의원은 비록 적었지만, 개혁적인 소장파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또한 인권법 제정에 있어서도 여야 소장파 의원들이 공동발의를 하였다.

반면 국회의장 선출에 있어서 여야 소장파들은 경선을 주장하였지만, 이만섭의원의 단독 입후보로 여야 소장파들의 경선요구가 좌절되었고 이에 대한 386과 소장파들의 반발은 없었다.

임종석 민주당 의원은 '총리인준의 경우 이 총리 개인에 대한 선호와는 별개로 자민련과의 관계유지가 정국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386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며 '왜 꼭 당지도부와 갈등관계에 있어야만 개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하였다.

모든 추락하는 새는 날개가 있었다

총선 이후 개혁정치의 상징으로 일컬어졌던 386정치인들은 모든 일간지의 정치면에 일거수 일투족이 바로 기사화되었지만,여야 개혁정치의 작은 움직임에서 386보다는 386이 아닌 소장파의원들의 활약이 더 컸음을 부정할 수 없다.

돌이켜보건데 386이 뭉칠수록 그들은 분열되어갔고 '튀는 행동'으로 비쳐지면서 각자의 입장차이만 거듭 확인했다. 오히려 386의원들은 정치목적적 히트상품일 뿐이라는 쓴소리를 들으면서 그들은 스스로가 386이라는 단어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설이 불거지고 민주당내 의원 3명이 자민련으로 팔려가는 상황에서도 민주당 386의원은 침묵하고 있다.

한때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386이라는 단어는 이제 2000년 연말과 더불어 빛이 바래지고 있다. 2000년을 넘기고 새해를 맞이하는 그들에게 남은 것은 희망을 만들었다는 국민적 찬사가 아니라 '똑같은' 현실정치인이 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라는 국민적 요구이다.

2001년에는 386의원들과 소장파 의원들이 과연 다시 희망의 이름으로 되살아 날 수 있을지 그것은 이 의원들 자신에게 달려있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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