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추락하고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극에 달했지만 기대할 만한 새로운 정치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 21세기의 첫시작이라는 2001년, 국민들은 21세기 비전과 희망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 신년 여론조사를 종합분석하였다.

이에 차기대선 주자들에 대한 지지도도 정치불신이 가중되면서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어 선거가 없는 2001년 정치권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제불안 속 정치불신을 가중되고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경제회복'을 꼽고 있다. 중앙일보에서는 66.4%가 'IMF사태 이전보다 더 나쁘다'고, 30.1%가 'IMF사태 이전과 비슷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극소수인 3.5%만이 'IMF사태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답했을 뿐이다. 또 이런 상황에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우선 과제로는 실업문제 해결(40.0%)를 꼽고 있으며, 물가안정(25.4%), 기업·금융·공공부문 구조조정(19.1%), 빈부격차 해소(10.3%), 주식시장 안정(3.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도 응답대상자 58.1%가 최우선 과제로 '경제회복'을 꼽고 있고, 실업문제 해결(12.6%), 경제개혁·구조조정(6.6%), 물가안정(3.6%)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조선일보가 IMF사태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던 98년 7월 조사 때,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48%로 나타났던 것으로 미루어 국민들의 경제위기 의식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각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경제불안에 대한 민심동요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국민들의 경제불안감은 국론을 모으고 국가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이 차기대선에서의 정권잡기에만 매몰 돼 민생을 외면하면서 정치권 불신으로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이 구조조정 대상 1순위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운영 만족도가 집권 이후 가장 낮은 24.9%로 나타났고, 부문별 만족도에서도 지역감정 해소(36.9%), 정치개혁(27.7%), 인사정책(26.6%), 경제개혁(18.6%) 순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민의 불신은 여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여야 모두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의 역할을 잘했느냐는 질문에 16.2%만이 '잘한 편'이라고 답했고, 한나라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10.4%만이 원내 제1당으로서의 역할을 '잘했다'고 답했을 뿐이다.
또 김대통령의 지지도는 28%로 최근 급전직하 현상을 보여주고 있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대한 지지도도 17.5%로 여당의 계속되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의 지지도는 저조하다. 뿐만아니라 DJ 지지율 변동과 같이 움직이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DJ지지도가 떨어지면 이총재 지지도 역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2%로 취임이래 최저로 나타났다. 또 김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30.2%)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51.4%)보다 크게 못 미치고 있다. 13.3%는 '보통이다'고 응답했다.
한겨레신문도 여야 총재의 국정운영 능력에 '둘 다 잘못한다'는 응답이 나타났다.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 응답자는 24.2%인데 비해 부정적 응답자는 39.3%로 나타났고, 33.8%는 '보통이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이총재는 김대통령보다 더 좋지 않게 나타났는데, 부정적 응답이 45.3%인데 반해 긍정적 응답은 10.8%에 불과했다. '보통이다'고 응답한 사람은 34.3%로 나타났다.
특히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정치인이 '가장 영향력있는 개인·집단'(71.4%)으로 꼽히고 있는데 반해 국민은 '우선적 변화대상 개인·집단'으로 92.1%가 정치인을 선택했다. 정치인이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이면서 동시에 현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변화해야할 대상이라는 결과다.
그밖에 국가적 위기극복을 위해 먼저 변화해할 집단으로 고위관료(63.4%), 재벌총수(56.2), 검찰(46.9%), 기업경영인(46.7%), 대통령(44.3%), 언론(27.6%), 노동운동계(19.1%), 시민운동(11.5%) 순으로 나타났다.
차기대선 후보 '없다/모르겠다' 70%
이러한 경제불안 속에서도 차기대선 주자들의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2001년에 주요 이슈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차기대선 주자들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앙일보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25.3%, 한나라당 24.8%, 자민련 3.3%, 기타정당 7.4%,지지 정당 없음 39.2%로 나타났다. 또 한겨레신문은 민주당이 27.3%, 한나라당이 20.3%로 민주당이 조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28.4%, 한나라당이 29.0%로 큰 차이는 보이지 낳지만 수치상으로 한나라당이 약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저조한 정당지지도와 맞물려 차기대선 주자들에 대한 지지도로 들어가면 국민들의 약 70%가 뚜렷한 차기대선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정치불신은 극도에 달했는데 새로운 정치의 실마리를 찾지못하고 있는 단적인 모습이다.
차기 대통령, 경제위기 극복할 지도력갖춘 인물
중앙일보는 가장 바람직한 차기 대통령에는 67.3%가 '없다/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동아일보는 정치변화를 주도할 정치인을 묻는 질문에 79.8%가 '없다/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만한 차기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할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 강력한 지도력 32.8%, 경제적 비전 25.4%, 도덕성 23.1%, 민주개혁 의지 6.5%, 지역갈등 해소 6.5%, 통일 비전 3.2%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이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리더쉽을 발휘해 경제위기를 해결할 인물을 차기 대통령 감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상적인 차기 대통령이 지녀야할 정치성향'을 묻는 질문에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인사'가 63.4%로 '개혁적으로 이끌어 가려는 인사'여야 한다는 33.7%를 앞섰다. 대부분의 국민은 개혁보다는 안정으로 돌아섰다는 것으로 엿볼 수 있는 점이다. 국민들의 '개혁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잘 나타내주고 있다.
차기는 이회창과 이인제의 양자대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차기지도자는 없지만 현재 차기대선 구도는 '이회창과 이인제의 양자대결'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회창(17.4%), 이인제(9.1%), 노무현(1.4%) 순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이회창(7.7%), 이인제(3.7%), 정동영(2.6%), 김근태(1.1%) 순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차기대선에서의 바람직한 후보를 묻는 질문과 연관돼 대다수가 '없다/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조선일보는 유력한 차기대선 후보경쟁과 관련,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회창 대 이인제 대결에서 42.2% 대 41.7%로 오차한계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회창 대 그 외 여권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는 큰 차이로 이회창이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신문도 이회창 대 이인제의 가상대결이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이회창 대 이인제' 대결에서 41.6% 대 41.9%로 이인제가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이회창 대 노무현'은 39.7% 대 36.1%, '이회창 대 고건'은 39.0% 대 33.2%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바람직한 차기 대통령으로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해 별로 흔쾌하게 지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 한사람을 선택하라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최고위원 중 한사람을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정치불신 극복을 위해 여야가 각성해야
'정치불신'은 이제 만성화된 중증이 되고 말았다. 몇년째 정치불신이란 단어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정치면을 채웠다. 이제 해가 바뀌고 세기가 바뀐 지금도 역시 '정치불신'이란 단어는 사라질 줄 모른다.
위기는 기회이고, 옛것이 무너지면 새로운 것이 생성되어야 하는데, 과연 21세기 첫해에 20세기를 벗고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찾을 수 있을지,국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렇듯 정치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누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정치 본연의 역할인 국론통일과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치불신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연해 지고 있다.
새해에 정치권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정파적 이해관계와 대권 몰입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복원하고 국민에게 국가적 비전을 제시할 진정한 지도자를 생성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일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바램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또한번 바란다.
※ 신년여론조사 참고; 조선일보(한국갤럽을 통한 1050명 전화조사), 중앙일보(자체 전화조사 1805명), 동아일보(리서치&리서치를 통한 1000명 전화조사), 한겨레신문(자체 전화조사 100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