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는 정치적 돌출변수들이 산적해 정국은 더욱 요동칠 전망이다. 경제불안 극복 여부, 정계개편, 대권 예비주자들의 움직임, 김정일 답방 여부, 미국의 대한반도정책 등이 정국변화의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정국은 짙게 깔린 안개 속에서 업치락 뒷치락 해가며 어디로 가는지 모를 지경으로 혼전에 혼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한 혼전 속에서 경제는 거덜나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정치 혐오증'까지 유발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80%대를 유지하던 김대중 대통령은 지지도는 30% 수준을 넘나드는 정도로 급전직하됐다.

국민들은 2001년에는 이러한 혼돈을 벗어나기를 기대하지만 정국이 국민들의 기대처럼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올 한해 동안 큰 정치행사는 없지만 벌써부터 차기 대선을 둘러싸고 정계개편 논란에 휩싸여 있고, 여야간, 여여간, 야야간, 힘 겨루기도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남북관계에서도 미국의 대북정책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여부도 정국흐름이 핵심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김대중 정부의 힘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1. 경제문제는 DJ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고리

경제와 정국의 상관관계는 IMF체제를 거치면서 한층 심화됐다. IMF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에 힘입어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도는 집권초기에 80%를 유지했다. 그러나 현재 김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3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여론 또한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반응이다.

때문에 정부와 여당의 희망대로 4대 부문 구조조정구조조정을 2월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올 초에 경기가 바닥을 치고 그 효과가 가시화되는 7, 8월께부터 상승국면을 이어가 5~6%의 경제성장으로 경기회복세를 달성한다면 정부여당은 여유를 갖고 정국을 주도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반도체 및 국제유가의 불안정성 등 적지 않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고, 국내적 정치, 사회적 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현실이 문제이다.

정부가 위기탈출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내년 대선까지 상승기조를 이어 갈 토대를 마련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불안 상황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여권은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커녕 레임덕이 본격화하고 국정 난맥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러할 경우 여권 대선주자들 역시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각계약진, 여권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대북정책에서도 수세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 경제불안에다 정치적 불안이 가중되며 대북정책을 추진할 힘도 상실하게 되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변해 가는 여론을 다시 다잡기에도 역부족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정치권 뒤흔들 정계개편 시나리오

정계개편 구상은 소수 여당의 한계로 현 정치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현실인식에서 출발. 김중권 대표 등 여권 지도부는 정계개편을 할 여력도 없고 상황도 아니라고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3인의 자민련 입당으로 정계개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인식이다.

'민주당+자민련+소수야당+한나라당 일부 영입'을 통한 범여권 신당 출범 설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에 DJ+YS+JP가 합치는 '신 3김연합' 설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 여권은 내년 1월에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정계개편을 하려면 올해 안에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정계개편에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하는 한나라당은 민주당 3인의 자민련 입당으로 정계개편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을 우려하면서 바짝 긴장한 상태다. 정계개편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을 새해 벽두부터 거세질 전망이다.

3.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론 공방

정계개편론과 연결돼 정치권 핵분열의 잠재적 뇌관이다. 여권 지도부나 대선주자들은 이회창 총재의 영남권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임을 인식. 그러나 여론 때문에 섣불리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미 차기대선 예비주자들의 입을 통해 기회 있을 때마다 공론화 시키려 노력 중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과 박근혜 부총재가 '개헌론'을 들고나와 현 정치구조에 만족하지 않는 세력들을 연결해 주고 있다. 구랍 28일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도 이에 가세해 주목되고 있다.

여권이 여소야대 구도를 깨뜨리기 위해 정계개편을 시도할 경우 유력한 고리가 개헌이다. 그러나 개헌에 내포될 수 있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여권이 먼저 개헌을 추진하기는 부담스럽다.

조기 권력누수(레임 덕) 등 단임제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정치권은 엄청난 격동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총재는 '영남분열책'으로 규정, 사활을 걸고 '개헌론'을 막을 태세여서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떻게 '개헌론'을 공론화 시키고 추진해 나갈 것인가다. 여권이 정계개편을 추진하면서 '개헌론'을 들고나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인데, 여론이 '개헌론'에 동조하느냐의 여부도 주요한 관전 포인트다.

4. 여권 龍들의 승천을 위한 몸부림

시간이 갈수록 차기대선을 둘러싼 여권 예비주자들의 각축전은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조기 레임덕을 우려해 청와대가 속도조절에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국변수에 따라 차기대선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반 현상이 계속될 경우 여권 주자들의 몸부림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이에 따라 레임덕은 더욱 빨리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합당이든 공조든 DJP공조가 강화될수록 예비주자들은 DJ와 JP의 마음을 다 얻어야 한다는 부담까지 있기 때문에 예비주자들의 몸은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현재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위치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여권내 개혁세력인 김근태 최고위원과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설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중권 대표, 한화갑 최고위원, 고건 시장, 이한동 총리가 변화된 여권내 역학관계에서 더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이며,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이인제 최고위원과 여권내 개혁세력의 움직임이 주요 포인트다.

당내에서는 대표 취임 후 대표프리미엄과 청와대의 막강한 지원을 업고 'DJP 공조복원' 등을 언급하면서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김중권대표에 대한 견제가 벌써부터 심화되고 있다.

김 대표와 함께 삼각축을 이루고 있는 한화갑최고위원
과 이인제 최고위원등이 어떤 모양으로 경쟁하고 제휴하는 지는 그대로 내년초 전당대회에서의 세력 판도로 이어진다.

한 최고위원의 동교동계 대표성 확보와 김 대표의 등장에 위축감을 느끼고 있는 이 최고위원의 반격이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중요한 관전포인트.

한 최고위원이 대권과 당권 중 어떤 선택을 할 지, 동교동계가 집단적인 위력을 다시 발휘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재부상 여부는 민주당 내부 역학구도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권후보는 이회창을 꺾을 대항마가누구이냐로 결정될 것이다.

5. 이회창 독주 계속될 것인가

현재로선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 장악력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나라당 내에서 차기대선 후보로 라이벌 없이 독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이 50%를 상회하고 있다. 그만큼 여권에서든 한나당 내부에서든 공격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총재 1인 독주체제에 대한 반발도 커질 가능성이 많다. 현재 김덕룡 의원, 박근혜 부총재가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론을 들고나와 이총재에 흠집을 내고 있는 실정.

또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총재의 '보수우익' 노선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놓는 의원들도 늘어가는 추세로 알려졌다. 영남지역의 일부 非이회창 정서도 이총재에게는 부담이다.

이총재가 비주류를 어떻게 포용할지, 영남 기반구축, 대북관계등 이념문제에 대한 논쟁, 그리고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한 대처가 이총재 대선가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6.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울 답방은 이루어질 것인가

올 남북관계의 최대 관심거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다. 이는 현재 답보상태에 놓인 김위원장의 답방 자체가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 이미 여러 차례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재확인했지만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무산됐고, 미국 부시 행정부의 출범으로 김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루어진다면 정부의 대북정책에 탄력이 붙고 국정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남북화해시대의 리더십이 차기 대권 경쟁에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여 국정운영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남북교류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제도적 뒷받침으로 보장될지의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정에서 발생되는 정부의 대북 지원 보따리와 북한의 태도 등 파생변수들이 정국의 불씨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여권에선 '김정일 효과'를 국론결집의 계기로 활용하려 들 가능성이 크고, 한나라당이 보수층의 지원을 바탕으로 정부의 대북지원 등을 정치쟁점화 할 경우 정국이 급속히 '보ㆍ혁 대립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한나라당 내부의 당론 정립과정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남북관계 진전으로 이어질 경우 여야의 정국 주도권 및 내년의 대선 전망 등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7. 부시 행정부의 對한반도 정책은?

남북관계에 부시 행정부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러나 '힘의 외교'를 강조하는 공화당의 부시가 집권하므로써 일단 올 상반기에는 북·미가 탐색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우리 정부도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간 정잭조율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외교진용을 갖춘 후 대북정책을 재검토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파월 국무장관 내정자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 내정자는 대북정책에서 '엄격한 상호주의'를 주장했다.

특히 부시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은 북한의 미사일 제재에 대해서는 매우 강력한 입장으로 NMD구축을 적극 추진할 의사를 갖고있다.

북·미관계 변화 여부에 따라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대체로 부시 행정부가 현재의 남북관계 기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

김영술 기자 kimys67@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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