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 dot21은 벤처가 한창 열기를 띠고 있을 때 창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ot21의 창간배경과 취지는 무엇입니까?
작년만 해도 닷컴 열풍이 상당했잖습니까? 그래서 그 때 한국 닷컴 기업들이 어디로 가는가 좀 더 포괄적으로 말하면 한국 IT기업들이 어디로 가는 가를 살펴보기 위해 한겨레신문에 있을 때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들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고 방향 설정이 분명한 것도 아니고 해서 이 사람들, 혹은 이 기업들한테 한국 IT기업, IT산업이 어디로 가는가를 보여주고 같이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었습니다.
2. 올 한해 상당히 곤혹스러웠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렇습니다. 초기만 해도 IT기업 투자설명회를 한다면 문정성시를 이루고 기업들이 모인다고 하거나 대학에서 무슨 강의를 한다고 하면 상당히 많이 모였는데 코스닥 주가가 빠지는 만큼 사람들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결국 지금은 썰렁하다고 얘기하는 데 실제 현장에 가보면 열기는 굉장히 뜨겁습니다.
3. 벤처가 위기라고는 하지만 매출증가는 36.8%이고 대기업의 6.6%에 비해 5.8배가 높은 상황이죠. 고용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벤처의 앞날을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아주 밝다고 생각합니다. 벤처라는 것은 기존 대기업이 안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는 시도이고 모험기업인 셈인데 모험기업은 지금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예전부터 다 있었죠. 모험기업 즉, 벤처기업들이 갈 수 있는 여건들이 많이 조성되어 있고, 시도되어 있고... 지금 벤처기업이라고 하면 만 개 가까이 있는데 떨어지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인해전술처럼 넘어지면 그걸 밟고 다시 나오고 마치 잔디같이 굉장히 질긴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 무너진 기업들이 안고 있던 한계, 문제점들을 계산하고 딛고 다시 등장하고 있는데 그것은 훨씬 더 건강하고 생명력 있는 것들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어둡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 그런데 일단 머니게임으로는 벤처가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데, 미국도 닷컴 위기론이 있지만 벤처캐피탈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3/4분기 투자액도 전 분기에 비해 16%가 증가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벤처캐피탈 투자는 상당히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투자가 저조하게 보이는 원인은 주로 창투사 중심의 투자가 잘 안 되는 데 있죠. 창투사가 안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창투사가 다 자기 자금으로 투자를 했어요. 두 번째는 창투사가 투자를 하는 데 꼼꼼히 살피지 않고 대략 '괜찮네, 그럼 그 기업 투자하지' 하며 몇 개 기업에 투자를 하고 나니까 없는 셈이 됐어요. 문제는 꼼꼼히 살피려면 전문 심사역을 둬야 하는 데 그 사람들 연봉이 1-2억씩 됩니다. 그 사람들 두고 운영을 하려면 운영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므로 안 두고 대충대충 투자를 하다 돈이 묶여버렸고, 두는 곳은 운영비 때문에 어렵고 그러니까 창투사들은 개점휴업상태여서 투자가 안 되고 거의 끝났죠.
지금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자기자본 이외에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는 그런 창투사들은 여전히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고 또 하나는 꼼꼼하게 심사해서 투자수익을 얻은 기업들은 내년도에도 투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시장에는 굉장히 좋은 기업들이 나와 있어요. 옛날에는 가령 오천원짜리 액면가 주식이면 오만원, 혹은 십 만원을 주지 않으면 안 팔겠다, 증자를 안 하겠다 하는 기업들도 지금은 만오천원, 이만원 정도면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굉장히 좋은 조건의 시장 상황이 열리는 거죠. 그걸 노리고 그 동안 축적을 해놓고 투자 조합을 만들었던 창투사들이 지금 들어가고 있죠.
2. 5. 위기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보이는 것 같은데 정현준, 진승현 금융스캔들이 굉장히 벤처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킨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도덕성문제로 보는지 아니면 벤처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지...
둘 다라고 해야지 않을까요? 도덕적 문제야 어디든 존재하는 거고, 일종의 머니게임으로 봤던 거죠. 그 요인은 작년 증시입니다. 돈이 많이 풀리면 갈 곳이 없어 결국은 증시로 모이게 되고 그러면 증시는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진행이 됐던 건데 그 과정에서 진승현, 정현준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예를 들면 백원을 주고 주식을 사면 금방 백오십원이 됩니다. 장이 좋으니까요. 그러면 백오십원을 전제로 주식을 사서 이백원을 만드는 거죠. 백원짜리 주식을 가지고 돌을 놔서 성을 쌓는 건데 그 중 하나가 빠지면 그 성이 무너지게 되는데 그런 것이 진승현과 정현준 사건에서 나타나는 거죠. 다시 말해 기업을 쌓아 나갈 때 확인된 걸 전제로 다른 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가능성을 전제로 다음 사업을 벌이고 그 가능성이 성공할 것을 전제로 다음 사업을 벌이고 하다 보니까 무너져버린 거죠.
6.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이유는 그런 부분들 이외도 권력 핵심부와의 밀착 이런 부분들이 많이 지적됐습니다. 거기에 대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벤처기업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사회적 관계를 맺기 시작합니다. 시장이 커지고 기업 규모가 커지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회적으로 닥친 문제를 돌파해야 되는데 예를 들면 매출액 십억짜리 기업은 정부에 로비할 필요도 없고 무슨 세금 문제도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되고 그러는데 매출액이 백억, 천억을 가게 되면 국세청의 각종 세무 감시를 받아야 되고 공정거래의 문제도 돌파를 해야 하고 증권감독원이나 금감원의 관심도 받아야 되고 정부 관청이나 모든 것에 걸리기 시작합니다.
그 단계부터 돌파를 시작해야 하는데 기존 기업들은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나 인맥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벤처기업은 순식간에 커지면서 사회적인 관심망, 그물망이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그 그물망에 걸리기 시작하니까 정상적인 방식으로 시스템화해서 돌파하지 못하는 거죠. 도리없이 어딘가에 SOS를 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권력이나 이런 쪽하고 연결되게 될 수밖에 없는 거죠. 모든 기업의 일반적인 속성이라 생각합니다.
7. 국민의 정부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로 벤처산업을 지목하고 대대적인 육성을 했다고 보는데, 현재 벤처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정부의 지원정책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정책의 맹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지금은 많이 개선됐는데 문제는 벤처자금입니다. 정부의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정책자금의 성질을 띠고 있는데요, 정부가 벤처를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돈을 대줬는데 그 돈을 대준 게 대출형식이었어요. 모험기업은 민간 자본이 스스로 투자를 해서 날릴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해야 되는데 정부 돈이니까, 공적 자금인데 어떻게 날린다고 생각을 해요. 날린다고 생각을 못하는 거죠. 그러니까 안전하게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느냐 하면 대출 형식을 취하게 됩니다. 은행 대출이죠. 은행자금이 모험자본에 투자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그것은 고객들이 안전하게 맡긴 돈인데 그 돈이 벤처로 가서 날아갈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은행들은 그러한 투자를 잘 안 해요.
그런데 지금 벤처기업에 들어간 상당 부분의 정책 자금이 대출형식을 띠고 있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벤처는 가다보면 성공할 수 있고 아니면 완전히 날아갈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건데 정부가 벤처를 육성한다고 해서 정부 돈을 벤처기업에 대 주고, 또 당연히 회수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모험기업인데 어떻게 회수를 해요. 그래서 담보를 가져 오라 하는데 담보를 제공 못하므로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존 기업에 가거나 아니면 엉뚱한 문제를 파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정부가 벤처자금을 대 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정부가 날린다고 생각하고 예산을 편성하거나 민간 기업에 벤처자금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 올 닷컴 업계의 최대 화두는 수익창출이었습니다. 한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내년에도 닷컴의 공동 관심사는 수익창출로 나타났는데 과연 내년은 어떨까요?
저는 모든 기업이 수익구조를 만들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수익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은 수익을 낼 거고 수익 모델이 없는 기업은 쓰러질 겁니다. 벤처기업 중에서 천억 이상 수출한 기업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런 기업들은 단순히 매출만 커지는 것이 아니고 순이익도 일이백억씩 내고 있어요. 수익을 내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들어가 성장하는 기업도 있고 그렇지 못하는 기업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이 위기위기 하는데 dot21 특집으로 다뤘던 '휴맥스' 같은 경우 수출로만 1억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천이백억원 정도 되는데 단순히 매출만 늘어난 게 아니고 올해 순이익이 264억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시장 점유율이 40%인 휴맥스는 명확하게 자기 수익모델이 정해져 있어 조만간에 중견기업 수준으로 올라가리라 봅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는 새롬기술같은 기업이 아직까지 명확한 자기수익모델을 못 찾고 증자를 통해 굉장히 많은 돈을 끌어들여 벤처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죠. 수익모델이 있는 기업은 잘 나갈 것이고 그러지 못한 기업은 올해 힘들 듯이 내년에는 더욱 힘들 것입니다.
3. 9. 제도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여쭙고 싶은데 요즘 벤처가 상당히 문제다, 위기다, 머니게임이다, 도덕성 문제 이러면서 기존 언론에서 휴맥스같은 경우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보는데...
안 다룬 건 아니고 다루긴 다뤘는데 집중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던 측면이 있는 거죠. 휴맥스 말고도 괜찮은 기업들이 많이 있는데 신문지면이 제한 있으니까 대략 숲 모습만 보는 거죠. 예를 들면 지금 경제상황도 마찬가지인데 언론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동성 얘기, 수익성 얘기만 있지 투자 얘기는 일체 없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내년에는 뭔가 문제가 있을 거다, 내년에는 위기가 올 거다라는 생각들을 갖게 되는데 그것이 언론을 통해 증폭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언론도 그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거죠.
10. dot21에서 특집기사로 벤처기업의 생존전략을 다루면서, 여러 가지가 제시되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dot21을 발행하는 한겨레IT가 기업이라면 기업이죠. 저희도 dot21을 발행하고 벤처기업을 평가하는 연구팀도 있고, 웹사업을 하는 팀도 있고, 컨설팅 팀도 있고, 교육사업팀도 있습니다. 기업이라면 기업인데 제가 취재과정이나 비즈니스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은 아까 말씀 드린 수익 모델, 다시 말해 자기가 가장 강점으로 갖고 있는 분야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기업은 생존이 아니라 발전하고 있습니다. 명확하게 자기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정확한 사업 방향과 경영 원칙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거든요. 벤처기업에서 문제가 되는 기업들은 여러 가지를 다 해보다가 그게 하나로 명확하게 모아지지 않아 흔들리고 있는데, 어느 한 사업에서 명확한 수익을 못 내니까 다른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거죠. 한국 재벌의 여러 가지 문제 중 문어발식 기업 확장인데 그 요인 중 하나가 시장이 작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라는 포항제철, 삼성전자, 한국통신, SK 텔레콤 등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글로벌화한 기업들이고 그 기업들은 한 분야로도 이미 성공을 한 기업들입니다. 나머지 기업들은 도리없이 하나 가지고 먹고 살 수 없으니 이 분야도 가고 저 분야도 가는 거죠. 여러 요인도 있지만 벤처기업도 마찬가지로 봅니다.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고 경쟁이 치열하므로 휴맥스처럼 밖으로 나갑니다. 나가서 성공하는 기업은 잘 가고 있는데 내수시장에만 끼어있는 기업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는 거죠. 시장은 한정되어 있고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국내시장만 보고 있는 기업은 앞으로도 그런 위기가 닥칠 거라 생각합니다.
11. dot21이 벤처나 인터넷기업 현황에 대해 설문을 조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하셨다면 주요 결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내년 IT산업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조사를 했는데 설명하기가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요 기업들 연구원들과 CEO,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금융계에 있는 분들 1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내년 IT쪽을 보면 올해처럼 급격하게 성장률이 높지 않고 성장이 좀 둔화되는 추세는 있습니다. 그래도 IT 산업쪽은 굉장히 커지는 거죠. 조사 대상 기업 중 80% 이상이 내년에 투자를 늘리겠다 얘기했고, 내년에도 IT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유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업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수익을 어떻게 낼 건가가 최대의 고민인데 그 중가장 유망한 것이 무선 인터넷 분야로 꼽고 있고, 유선분야는 장비업체로 따지자면 어둡고, 이동통신부분도 그리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장비업체중 가장 잘 나간다는 분야가 초고속인터넷인 것 같은데 이쪽 분야는 내년에 활발하게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반도체 쪽은 가격이 언제쯤 오를 것인가가 관심인데 2분기쯤에 반도체가격이 오르질 않을까 하고 아마 그것 때문에 내년 경기 전망에서 1분기 때가 가장 어렵고 2분기부터 좀 나아진다고 합니다. 그 근거 중 하나인 반도체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조사해 본 결과 증시쪽도 대체로 2분기부터 살아날 걸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12.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문제로 국민의 정부는 기득권세력보다는 서민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아 탄생한 정권이라 이야기되고 있지만 구조조정의 방향과 내용에서 서민들의 지지를 잃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평가는 무엇입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가장 큰 요인이 소비심리위축을 가져 온 것인데 심리위축의 근저에는 구조조정이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게 자금 경색인데, 지금 4대 그룹 이외는 돈을 빌리기가 어렵습니다. 4대 그룹은 돈이 들어오는 대로 부채상환에 쓰고 있고 현금을 확보하고 있으니 나머지 기업들은 돈을 가질 방법이 없어요. 은행은 부실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하고 우량기업에 돈을 대주려 하는데 우량기업은 돈을 대출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우량기업은 돈을 빌려 기업을 운영해도 이자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생각하니까 안 빌리고, 돈이 필요한 중견 이하 기업에는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니 돈이 꽁꽁 묶여 있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을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경제가 어렵습니다.
4. 13. 공적자금은 정부 보조금으로 은행을 통해 희망이 있는 기업을 살려내는 게 본연의 역할이라 보는 데, 현재 공적자금은 불투명성과 무계획성으로 인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상당히 문제가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도 레이건시대에 정부가 많은 공적자금을 투여하면서 금융기관을 정리하고 정부가 재정 부담을 엄청나게 지게 됐고 그 과정에서 힘든 시기를 몇 년간 지내고 그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끌어내면서 십년 가까이 호황을 구가하게 됬죠. 어쨌든 미국도 구조조정을 상당히 힘들게 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구조조정이 짧고 너무 생색내기로 진행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1조 삼천억인가 사천억의 공적자금으로 어떤 종금사를 살려냈는데 그 기업이 굉장히 구조조정을 잘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기업에 준 공적자금이 정당한 투자였느냐 하는 문제가 걸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 한 것은 은행에 준 공적자금 몇 조원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을 보고 '돈을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데 결국 정부가 강하게 구조조정을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구조조정은 누군가가 피해를 보게 되어 있는데 피해를 안 보면 구조조정이 아닌 거죠. 그 구조조정을 이해관계 당사자와 합의 조정해서 끌고 나가야 되는데 정부가 끌고 나가지 못하니까 결국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는 겁니다. 지금의 공적자금 투자가 그런 문제가 있는 거죠.
14. 독하고 강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4대 부문 개혁을 내년 2월까지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시한을 정해서 개혁한다는 것에 많은 문제제기들이 있는데...
맞는 얘기죠. 4대 부문 개혁이 쉽게 될 수 있는 거라면 벌써 했죠. 큰 줄거리를 내년 2월까지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가 구조조정 완결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조조정은 끝이 없죠. 아까 말씀드린 기업 구조조정과 은행 구조조정이 있는데 저는 기업 구조조정은 더 해야 된다고 봅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화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 치유하고 다음 단계에서 치유가 안 되면 수술을 하고 하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마치 개각하듯 몇 달만에 뚝딱 해치우는 게 과연 구조조정이나 개혁이 될 수 있는지...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15. 자기 덫에 걸린 말들인데, IMF 2년 반만에 조기 졸업하겠다, 뭐 이렇게 하겠다 하는 이런 부분들이 결국은 신뢰 상실로 연결됩니다.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신뢰 상실이라 말씀하셨는데...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기보다는 정치적인 해석을 해야 되겠죠. 실제로 그렇게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내년 2월까지는 뭔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되는 거죠. 그런 희망을 줄 필요가 있나 생각하는 데 아직도 우리는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되고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야지 내년 2월부터 새싹이 확 돋아서 겨울이 봄으로 바뀌거나 여름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는 대통령이 정치적인 얘기를 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조금 가벼운 얘기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16. 신사장님은 내년 경제를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예상하시는데, 미국경제가 경착륙하면 세계경제가 위축되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것이고 우리 나라에도 위기상황이 올 것이라는 가설이 있는데...
내년 경기를 크게 두 가지로 보면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행이 안 돼서 자금경색이 심해지고 그로 인해 견디기 어려운 한계 기업들이 문을 닫는 상황, 그것이 연쇄도산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한쪽의 시나리오고, 또 미국 경기가 경착륙해서 세계경제가 떨어지면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한국기업은 덩달아 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유가가 상당히 내리고 있어 상당히 다행스럽고 미국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보이는데, 최근 미국연준이 금리인상 가능성, 경기부양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5. 17. 컴팩 회장 마이클카펠라스는 한국은 통신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교육수준도 높아 지식기반산업을 발전시킬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땅이 좁고 인구가 많다 보니 통신이 굉장히 강해진 나라입니다. 한 다리 건너고 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 되는 구조거든요. 전파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상승작용해 통신이 발달하면서 커뮤니티가 강화되고, 커뮤니티 속성이 강한 나라일수록 통신이 발달하는 이런 구조가 되어 있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일본보다는 훨씬 우리가 통신인터넷 분야가 발달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 생각하고 그 분의 얘기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 분야가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18. dot21에서는 디지털경제라는 개념을 쓰시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기존 아날로그경제와 디지털경제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하기 위해서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전략적 차원에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기존의 개념들을 포괄하며 기존 경제에서 확장된 개념이 디지털 경제입니다. IT라는 것을 들여와서 기업 경영의 효율성, 생산성을 높여 나가는 개념, 또는 새로운 사업에로 확장해 나간다는 개념입니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경제는 IT라는 것을 매개로 해서 그것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벤처의 몰락, 닷컴의 몰락을 얘기하는 데 그건 별 의미가 없다고 보고 기존 기업에서 IT를 매개로 해서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거라 봅니다. 기업의 새로운 산업 영역이 구축되는 개념이죠.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새롬기술이니 다음커뮤니케이션, 안철수연구소, 나모 이런 데가 대표적 기업이라 할 지 모르는데 좀 지나면 현대자동차나 포철이나 삼성전자가 e비지니스 핵심기업으로 등장할 거라 생각해요. 왜냐면 그쪽 기업에서 IT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서 생산성을 굉장히 높이는 거죠. 전자상거래에서 구매단계를 낮추죠. 비투씨해서 판매가격을 훨씬 낮출 수 있죠. 그러면서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 그것이 그 기업의 핵심화두로 등장하고 있거든요. 삼성물산이 삼성쇼핑몰을 만든다는 것 이외에 전자상거래를 통해 물품 구입, 원자재 구입에서부터 굉장히 놀라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e비즈니스나 디지털비즈니스 이런 것들이 벤처기업 몰락이나 닷컴 몰락이라는 얘기와는 다른 개념으로 여전히 등장할 것이고 여론의 화두가 될 것이고 중요한 우리 경제의 요소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19.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끝으로 ewincom의 네티즌이 젊은 사람들인데 벤처다, 지식기반산업이다, 미래산업에 대해 상당히 위기의식도 많고 불안해하는데, 선배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벤처는 위기속에서 자기를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도전과 열정, 아이디어, 기술로 사회를 바꿔나가기도 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그런 기업이거든요. 저는 단순히 기업뿐만 아니고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벤처 정신이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고. 새로운 것을 모험하고 시도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바꾸는 것이 벤처 기본 정신이라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사고이고 젊은 사람들 행동방식인 거고 행동강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벤처가 최근 닷컴의 몰락이나 이런 특정 기업 몰락과 연결돼서 해석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이고, 우리 행동양식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우리 가치관을 바꾸는 데 굉장히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처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dot21 제28호 IT산업 대예측 특집기사
2001년 한국 디지털 경제 대전망
“저성장 해도 투자 늘리겠다”
인터넷 업계 최대화두는 ‘수익창출’
‘유선서비스’ 인수합병 0순위
반도체 시장 성장세 둔화 전망
증시, 2분기부터 살아난다
인터뷰어: 김능구 (e윈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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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만 발행인 이력
88년 3월 서울대 사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88년 3월-97년 6월 한겨레신문 기자
97년 7월-98년 5월 미국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 객원연구원
98년 6월-99년 2월 한겨레신문 사장실 비서부장겸 기획부장
99년 3월-2000년 1월 한겨레21 경제과학팀장
2000년 2월-4월 한겨레신문 IT사업추진본부장
2000년 5월-현재 주식회사 한겨레IT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