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소선거구제 폐단 많아…이제라도 적합한 선거제도 합의해야”
유승민 “적극 환영, 진영 넘어 합의의 정치 가능해질 것”
김종인 “거의 불가능, 총선 앞두고 현역들이 결사반대할 것”
이재명 "중대선거구, 경제력 큰 사람들만의 장 될 수 있어"
김성환 “거대정당 나눠먹기, 민주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해왔다”
심상정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 일치를 중요 원칙 삼아야”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은 새해 벽두부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대선거구제' 개편이라는 폭발성 화두로를 꺼내들어 정치권이 대혼란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 입장하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3.1.2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은 새해 벽두부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대선거구제' 개편이라는 폭발성 화두로를 꺼내들어 정치권이 대혼란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신년인사회'에 입장하며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3.1.2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꺼내들고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에 동조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2024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정치생명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각 당의 입장보다 의원들 개개인의 의견이 분분하게 나오며, 아직 명확한 입장 정리를 못한 채 정치권이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과 김 의장의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즉각 응하며 속도를 낼 태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는 4일 자당 소속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을 모아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지적하고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중대선거구제'를 꺼내들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윤 대통령에 이날 화답했다. 김 의장은 2일 국회 시무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행 소선거구제가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국민의 뜻이 제대로 결과에 반영되지 못하며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로 인한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대안 중 하나로 중대선거구제도도 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여러 대안을 잘 혼합해 선거법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3월 중순까지는 내년에 시행할 총선 선거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일정표까지 제시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대표 1명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승자독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5명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특정 정당의 특정 지역 독식을 방지할 수 있고 제3정당‏‧군소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가능성도 커진다.

[국민의힘] 

주호영‧나경원‧유승민‧김태호‧이태규‧하태경 ‘긍정적’

2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인사회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인사회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는 적극 환영하거나 윤 대통령이 던진 화두인 만큼 논의의 필요성을 대체로 인정했지만, 좀더 당내 의견을 수렴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까지 계속돼 온 소선거구제에 대한 폐단들이 많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활발하게 선거구제도의 장단점을 치열하게 토론해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1987년 이후 소선거구제를 채택해 왔으나 모든 선거구제라는 것이 일장일단이 다 있다. 소선거구제의 폐단도 있지만 장점도 있고, 중대선거구제도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다. 지고지순한 제도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비윤'의 대표적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적극 환영한다”며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우리 정치가 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과 이념의 대립 구도를 넘어 보수도 호남에서 진보도 영남에서 국민을 대변하고,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적었다.

'친윤' 당권주자로 당심1위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전날 TK 신년교례회 참석 후 "늘 논의돼왔던 부분이다. 전면적 도입이 아니라 일부 지역의 도입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역 편중 현상, 특정 정당의 지역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저는 특정 지역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부분은 우리가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김태호 의원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께서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다. 첫 단계로 협치의 첫 단계로, 공전의 첫 단계로 저는 대환영"이라며 "지금 여야 의원도 각자 자리에서 서로 대화를 해보면 지금의 유혈 스포츠식 정치구조로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다. 당이라는 어떤 큰 틀에서 같이 가다 보면 자기 마음하고 다르게 갈 수 있는데, 참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지금의 구조는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소선거구제를 넘어서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는데 협치와 공존의 첫 단계로 대환영한다. 전적으로 공감하고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소선거구제 하에서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공천 잡음과 비리, 진영대결과 갈등만 키웠다”며 "전체 승자 독식의 구조로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당의 유불리를 떠나 정치 선진화를 위해 우리 당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에 앞장서자”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위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3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랜 시간 우리 정치를 지배해온 극단적 진영논리로 사회가 병들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국회의장께서 언급한 선거구제 개편과 중대선거구제는 승자 독식과 정치 양극화를 완화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의도 개혁 없이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치권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고 쇄신과 개혁에 나설 때 국민의 지지 속에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이준석계'인 하태경 의원은 3일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언급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 당 정개특위 위원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윤 대통령 성공을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관철시키는 것이 지금 당의 지금 과제,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도 윤석열 당시 후보랑 많은 이야기했지만 그 점(중대선거구제)에서는 생각이 일치했다"며 "왜냐하면 소선거구제가 두 가지 폐해가 있는데 하나가 골목 정치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구분이 안 되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똑같은 일을 한다. 국회의원이 지방의원화 되는, 국가 일은 안 하고 동네 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다음(폐해는) 지역독점, 호남은 민주당 이런 식으로 골목 정치와 지역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중대선거구제"라며 "실제로 민주당이 지난 총선 전에 준연동형비례 이걸 고집하지 않고 중대선거구제를 꺼냈다면 아마 합의됐을 가능성도 꽤 크다. 왜냐하면 당시 원내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였거든요. 그분이 중대선거구제는 설득이 됐다"고 적극적으로 중대선거구제 입장을 밝혔다. 

김기현 “의견 수렴된 것 없어” 김종인 “거의 불가능”

반면, '김장연대'로 윤핵관과 함께 나선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다소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갑자기 불거져 나와서 우리 당 내부에서 의견 수렴이 아직 된 게 없다"며 "아마 당 지도부가 지금 당장 의견 수렴을 할 모양이기는 하는데 당 대표가 되면 그런 문제에 대해 당 내부 의견을 잘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 결론을 내려야 되겠다"고 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3일 KBS 라디오에서 "거의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 전 위원장은 "내년에 당장 총선인데 지금 국회에 중대선거구제를 한다고 해서 과연 실현되겠느냐“며 "지금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반대를 하기 때문에 성공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호남 갈등이 중대선거구 한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우에 따라서 중대선거구를 해도 호남에서 또 민주당이 다 돼버리고 영남에서 국민의힘이 다 돼버리면 똑같은 결과"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김성환‧윤건영 “승자독식, 거대정당 나눠먹기” “뜬금없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기득권들의 장이 될 수 있다면서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당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2일) 부산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수자들 진입이 가능하고 신인 진출이 용이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득권, 소위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들만의 장이 될 수도 있다"며 "이런 장단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당내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다"라고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선거구제가 마치 승자독식 체제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지만, 중대선거구는 사실상 거대정당들이 나눠먹기 하기에도 훨씬 편리한 제도"며 "전 세계적으로 중대선거구제 폐해가 더 크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특히 대통령제 하에서는 소선거구제가 훨씬 더 맞는 제도"라며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훨씬 어울리는 측면이 있어서 대통령제 하는 나라에서는 개인적으로 소선거구제가 더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지역주의 문제가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했다"며 "지난 21대 총선에서 시도해보려 했으나, 국민의힘의 강한 반대와 위성정당 꼼수로 인해 실험을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대안이 중대선거구는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윤건영 의원은 3일 MBC 라디오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왜 이러시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솔직히 국민들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관심 없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국민적 공감과 충분한 공론화가 전제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정당위원회를 비롯해 대전환정치개혁연대(준), 정치개혁2050 등 주최로 열린 '2023년 정치개혁의 해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소선구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2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정당위원회를 비롯해 대전환정치개혁연대(준), 정치개혁2050 등 주최로 열린 '2023년 정치개혁의 해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소선구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희상‧조응천‧박지원‧강민구 ‘긍정적’

한편 민주당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이전부터 주장해왔다며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희상 민주당 상임고문은 3일 CBS 라디오에서 "대찬성한다. 원래 내 지론이다. 지금 제일 필요한 건 3대 개혁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원천적으로 정치개혁"이라며 "정치개혁의 요점은 바로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한 개헌에 있다. 헌법 자체를 고쳐야 된다고 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정치 현상이 죽기 살기식 사생결단"이라며 "이 사생결단의 정치의 그걸 기본적으로 바꾸려면 그것은 시스템으로 고쳐야 되는데 그게 선거제도의 개혁과 개헌으로 나타나야 된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3일 BBS 라디오에서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중대선거구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된다고 저는 목 놓아 주장을 했었다"면서도 "소선거구제를 전제로 해서 지역구를 열심히 일궈 오신 많은 현역 의원들이 별로 흔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제도적으로 보완해나가면서 그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KBC에 출연해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현행 선거제도는 인구를 중심으로 하는데 농어촌은 인구가 완전히 축소돼 있고 대도시 수도권으로 인구가 전부 집중돼 있다”며 “선거구와 선거제도를 재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을 포함해 농어촌 같은 경우엔 지금도 4개 군이 한 개의 선거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게 5개, 6개 군이 한 선거구가 된다고 하면 국회의원 한 사람이 그 넓은 지역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강민구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이날 신년 인사회에서 "지난해 8월부터 4개월간 지역 권리당원이 6천명 늘어 총 2만명이 됐다"며 "올해는 지역 권리당원 3만명 시대를 열 것이다. 대구에서도 당당하게 민주당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되면 대구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與 소속 정개특위 위원, 4일 긴급회의서 논의 예정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는 4일 자당 소속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선거구제 관련 초안을 만들어 의원총회를 열어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회 정개특위 위원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유권자 한 표, 한 표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서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의 일치를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며 “중대선거구제냐, 연동형 비례제냐를 놓고 양자택일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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