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학교 우선 실시...급·간식 비용 등 100% 지원
오전 7시부터 오후8시까지 돌봄·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
1학년에 교육+돌봄 결합 '에듀케어' 서비스
전담 인력 120명 투입에도 교사·돌봄전담사 등 업무부담 우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1.9 [사진=교육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1.9 [사진=교육부]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윤석열 정부 교육 핵심 국정과제인 늘봄학교(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초등 전일제학교)가 올해부터 시범 운영된다. 방과 후 교육 활동을 내실화하고 돌봄의 질을 제고함으로써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오는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 학생부터 하교시간과 부모의 퇴근시간 간극을 메우는 틈새·저녁돌봄을 실시한다. 또 교육과 돌봄을 결합한 에듀케어(Educare) 서비스를 제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정책 추진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달 중 공모를 통해 4개 내외의 시·도 교육청을 선발해 200여개 학교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고, 내년 7~8개 교육청으로 확대한 뒤 지역별 여건에 따른 우수모델을 발굴해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 학교에서 오후 8시까지 저녁 돌봄을 받는 학생에게는 급·간식 비용, 프로그램 비용을 100% 지원한다. 시범 교육청이 아닌 지역의 학생에게도 오후 8시까지 저녁 돌봄에 참여하면 비용의 50%를 교육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이번 늘봄학교와 관련해 향후 4년간 특별교부금 3402억원과 지방비 4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초등학생의 교육·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늘봄학교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현장과 지속 소통하고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과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정규수업과 돌봄, 방과후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민간참여 확대 등을 통해 질 높은 프로그램을 개별 맞춤형으로 제공해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도 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성 경력단절 예방위한 초1 에듀케어, '코딩' 등 미래형·맞춤형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

늘봄학교는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과 더불어 교육당국이 추진하는 역점사업 중 하나다. 어린이집, 유치원보다 일찍 끝나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전후해 여성 경력단절 현상과 사교육 의존이 심해지며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이다. 정규수업 뿐 아니라 초등학생 학업주기 전반을 공교육이 책임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입학 초 조기 하교로 인한 돌봄공백 해소를 위해 신입생 중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에듀케어 집중 지원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한다. 1학년 학생들이 정규 수업 후 교실에서 놀이체육, 민속놀이, 요리교실, 보드게임 등 놀이·체험 중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고학년의 경우 민간참여를 활성화해 인공지능(AI)과 코딩, 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 방과후 프로그램을 집중 개설한다. 나현주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장은 "에듀케어의 경우 3월 초에 시간이 촉박하지만 조속히 시범학교 선정해 차질없이 운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정규수업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첨단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 기반의 교수방법을 도입하고, 지역사회 기업과 대학, 퇴직교원 등 우수인력의 참여를 유도해 프로그램 전반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스포츠·예술 등 지역자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거리·시간·자원 등의 제약이 있는 농산어촌 등에서는 온·오프라인 강좌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한다.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인기 강좌는 추가로 개설해 초과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현재 방과 후 인기 강좌의 경우 공간과 강사가 부족해 조기 마감되고, 일회성에 그쳐 고학년일수록 사교육을 찾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저소득층 1인당 자유 수강원 한도도 연 60만 내로 확대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1.9 [사진=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1.9 [사진=연합뉴스]

'탄력적 돌봄'으로 학부모 부담 낮추고, 전담인력 배치로 교원업무 줄이고

교육부는 현재 오후돌봄 위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한다. 

우선 돌봄 프로그램 시간이 대폭 늘어난다. 맞벌이 가정 등을 위해 방과 후부터 주로 5시까지 제공되던 프로그램을 오전 7~9시 아침 돌봄, 오후 8시까지 저녁 돌봄으로 단계적 확대한다. '일시돌봄'은 특별한 사정으로 긴급하게 저녁돌봄이 필요한 학생의 경우 전날 시청하면 오후 5시 이후 하루 또는 일정 기간 돌봄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저녁 돌봄 학생에게는 석식과 간식(도시락 등),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일선 교육청 등과 함께 돌봄교실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 학교 단위 별로 신규 돌봄교실을 늘리고, 인근 학교의 돌봄 수요를 종합 대응할 수 있는 거점형 돌봄모델도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5개소, 총 25곳을 구축해 운영한다. 거점형 돌봄 모델은 학교 등의 시설을 이용해 인근 학교 학생들에게 학기 중과 방학 중 오후 8시까지 돌봄을 제공하고 토요일에도 돌봄을 제공한다. 학교 간 이동 시에는 별도의 통학버스를 이용하게 된다. 현재 경남 두 곳에서 운영 중이다.

다만 돌봄과 방과 후 학교 운영권은 시도교육청이 그대로 갖고 지자체로 이관하지 않는다.

그간 단위학교 중심으로 운영했던 방과후 업무를 이번 늘봄학교 사업과 함께 시·도교육청 중심의 지역단위 운영체제로 개편, 일선 학교와 교원의 업무 부담을 줄인다. 강사·업체 선정부터 계약체결, 수강신청, 회계처리 등의 업무 전반은 방과후늘봄지원센터 전담인력(120명 배치)이 맡게 된다. 종전 267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를 올해 늘리는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 4세대 지능형 나이스(NEIS) 기능을 개선해 수강신청·만족도 조사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단순 보육 외 양질의 프로그램 필요, 교원 업무 부담 증가 우려도

교육청의 돌봄 서비스 확대에 대해 학부모들은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이 학교 내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부모가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일-가정 양립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보육'에만 집중되기 보다 사교육에 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교돌봄이 가정돌봄과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확산 등 아동 돌봄 친화적 근로여건 조성을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장관은 "향후 관계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합동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라며 "사회부총리로서 정부의 돌봄 정책이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정책과 병행해 추진될 수 있도록 고용부·복지부·여가부 등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될 강사 등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성명에서 성장기 아이들이 지나치게 가정과 분리되지 않도록 학부모들의 노동시간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돌봄과 방과후 학교 확대는 돌봄전담사, 방과 후 전담사, 특수교육지도사 등의 노동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므로 노동환경 후퇴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주문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원센터 등의 역할이 확대된다고는 하나 학교와 담임교사의 책임이 되지 않도록 분명한 운영 기준과 지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교 교실은 온종일 돌봄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교육부가 지금 할 일은 정규 교육과정 운영을 파행으로 내몰고, 학생 돌봄에도 적합하지 않은 '돌봄 겸용 교실' 문제 해소 대책을 먼저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늘봄학교는 현재의 교육공무직 근무 여건이나 인력, 처우로는 불가능하다”며 “시간제의 전일제 전환이나 추가인력 확충, 처우 개선 등 근무 여건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