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에서 이겼지만 결국은 진 싸움을 했다.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는 찬성 139표·반대 138표·기권 9표·무표 11표였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149표)이 필요했지만, 10표가 모자라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압도적 부결을 예상했던 민주당은 ‘턱걸이 부결’이라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최소 31명 이상이 이탈했기에 나온 이런 투표 결과는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는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이탈표가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은 친이재명계는 물론이고 이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온 비이재명계 의원들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민주당이 이 대표 때문에 ‘방탄정당’으로 인식되는데 불만을 가진 비명계 의원 일부가 개별적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반란에 가까운 많은 표가 이탈한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슬퍼런 ‘개딸’들의 감시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이탈표를 선택한 것으로 지목되는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개딸’들이 압박하던 민주당의 분위기가 아니던가. 하지만 현역 의원들의 고민을 생각해보면 이번 표결에서 ‘이탈’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음을 읽을 수 있다. 내년 4월에 22대 총선이 있기에 민주당 의원들도 총선 결과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들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여 국민의힘에 뒤지는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결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모습을 내내 보여왔는데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더 하락하는 기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물론 그 원인으로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문제가 1순위로 꼽힌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위한 ‘방탄정당’으로 비판받으면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의 낙선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재명 대표에게 경고를 보내 더 이상 민주당을 ‘방탄정당’으로 삼아 위기로 빠뜨리는 행보를 멈출 것을 요구한 것이 이탈표의 의미였다. 그동안 물 밑에 있던 이 대표에 대한 불만들이 표결을 통해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이런 표심이 드러난 마당에 이 대표도 자신의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이 대표 개인이 수사받는 일에 대해 민주당이 과도하게 올인하며 대처했던 모습이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물론 야당으로서 당대표에 대한 과잉 수사를 견제해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당이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이 대표의 과거 일들에 대해 정치적 연대보증을 하면서 거당적으로 방탄의 방패를 들었던 것은 공당으로서 지나친 일이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개인의 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계속 국회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마다 민주당은 가슴 졸이며 이런 표결을 반복해야 하는 것인가. 다시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게 되면 민주당내 이탈표가 더 늘어나서 가결이 될 가능성도 있다. 자칫 이 대표를 지키려다가 민주당이 먼저 무너지는 사태가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제라도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을 자신이 놓은 덫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선사후당’(先私後黨)이 아닌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을 살리는 길로 가야 한다. 이런 와중에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개딸’들은 이탈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색출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가 결자해지 해야 할 문제들이다. 자신의 결백함을 확신할수록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이재명 의원’ 개인의 입장에서 법적인 싸움을 벌여나가는 것이 옳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나타난 의원들의 표심을 이 대표가 성실하게 읽고 결단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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