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개인 의견" 일축
野 맹공...與 이용호·김웅도 비판 "개딸과 다를 게 없어"
민주 "尹이 광주 시민 우롱한 거냐"-정의 "김기현 호 극우 본색 드러나"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3.3.8 [사진=연합뉴스]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3.3.8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친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주말 보수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은 물론, 같은 당 호남 출신 인사들로부터도 뭇매를 맞고 있다.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1월,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라면서 개헌 때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13일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전 목사는 전날 예배 중에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김기현 신임 당 대표를 거론하며 "우리가 김기현 장로를 밀었는데 찬물을 던졌다.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는데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고 언급했고, 이에 김 최고위원은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한다"고 했다.

전 목사가 이어 "전라도에 대한 립서비스 아닌가"라고 하자, 김 최고위원은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최고위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이 발언 배경을 묻자 "개인 의견이니까"라고 일축했다.

'대통령 공약사항인데 불가능하고, 반대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현재 개헌 움직임이 없지 않나. 곧바로 개헌할 듯이 이야기하면서 말하니까 '지금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전라도에 대한 립서비스'라고 표현한 전 목사 발언에 대한 답변 관련 입장을 기자들이 묻자 "그 자리에서 그냥 덕담한 것"이라고 했다. '조상 묘도 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표현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역구인 같은당 이용호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신중하게 발표한 공약을 '조상 묘' 운운하며 가벼이 평가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견이라고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당당히 사과하는 게 옳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 의원은 "5·18 정신은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가 인정한 민주화 역사 그 자체이고, 이를 토대로 윤 대통령께서 공약한 것"이라며 "아무리 사견이라고 해도 대통령께서 신중하게 발표한 공약을 '조상 묘' 운운하며 가벼이 평가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당선 직후 극우 정치 목사를 찾아가 감사 예배를 드려야 했는지에 의구심을 가지며 "민주당 인사들이 개딸(개혁의 딸) 집회에 참석해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야 TK가 지역구라 마음이 편안하실지 모르나 우리 당내에도 호남, 수도권 등 험지에서 온갖 어려움에 맞서며 고군분투하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며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한다는)대통령의 공약을 지켜 줄 것을 새 지도부에 당부했다.

전남 순천 태생인 같은 당 김웅 의원도 13일 페이스북에 "5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는 윤 대통령의 지난해 5·18 기념식 기념사 문구를 인용한 뒤 "자유와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5·18 민주화운동 정신은 보수정당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상 묘까지 파서 얻은 표로 행복하십시오'라는 해쉬태그를 달아 김 최고위원을 비꼬았다.

한편 김 최고위원 지난 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가은데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됐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3.10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3.10 [사진=연합뉴스]

민주 "대통령실, 김재원에 공개 항의해야"

야권에서는 한층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5·18 정신을 희롱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황 대변인은 "전광훈 목사는 아스팔트 태극기 부대의 대부다.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말하는 사이비 목사 같은 사람에게 달려가는 여당 최고위원을 보고 있자니 정말 한심하다"고 했다.

황 대변인은 "김 최고위원의 이런 모습이야말로 정치를 희화화하고 정치혐오와 불신을 조장한다"며 "어떻게 정치하는 사람이 공약을 립서비스라고 말하냐, 자신의 공약도 국민을 속이려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거냐"고 쏘아댔다.

또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여당 최고위원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광주 시민을 우롱한 거냐"고 했다.

황 대변인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실은 김 최고위원에게 공개 항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공약은 '표 얻으려는 입 서비스'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에는 김 최고위원의 망발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망언 릴레이의 끝이 어디일지 끔찍하다"면서 "전 목사의 요청에 화답하면서 나온 발언이라고 한다. 아스팔트 극우 우파와 단절할 수 없음을 확연히 드러낸 것"이라고 썼다.

이어 "5·18 정신 헌법 수록을 전라도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수단 정도로 비하하는 사고에 아연실색하게 된다"고 했다.

광주 광산구을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5·18 정신에 동의하고 영령을 존중한다면 윤 대통령이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천벌 받을 망언"이라며 "정부여당의 이중적 태도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정의 "여당 최고 위원이 극우 목사 옆에서 스피커 노릇"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최고위원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김기현 호의 극우 본색이 드러났다. 여당의 최고 위원이 혐오를 선동하는 극우 목사 옆에서 스피커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며 "태극기부대의 재림이다. '친윤'이 되니 '반국민' 정도는 쉬운 것이냐"고 했다.

또 "누구보다 5·18 정신을 누리고 살면서도 입방정을 주체 못하는 한줌의 극우 세력들, 참으로 예의없고 경망스럽다"며 김 최고위원에게 분명하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김기현 대표는 극우적 언사에 동참한 자당 최고위원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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