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한일정상회담 환영".. 폼페이어 전 국무 "양국 국민들에게 혜택"
기시다 총리 외교 성과덕에 지지율 50% 돌파.. 일 언론도 ‘긍정적’ 평가
중국•러시아, 한미일 밀착에 ‘견제’
한반도 긴장 고조에 ‘평화유지계획 필요’ 여론 75%
![한일 정상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09244_409681_4535.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2년 만에 한국에서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각국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언론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으로 ‘조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승리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으며, 상대국인 일본은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 상승 원동력’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긴밀한 동맹 가능성이 낮다”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으며, 러시아는 별도의 입장없이 동해상에서 군사 훈련을 잇따라 실시하면서 한미일 공조에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신냉전이 심화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국내에서는 평화유지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은 역대 미 정부가 강하게 원하던 것이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미일 3각 공조는 필수적인데 과거사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일정상회담이 있기 전인 지난 4일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과거 한일 갈등이 첨예하던 때엔 양국 외교부 장관이 같은 방에 함께 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두 나라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고, 이는 글로벌 경제·안보에 정말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회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회동한데 이어 2달여 만인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을 시도하자 美 정부와 주요 언론은 한일 정상간 셔틀 외교가 복원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이 더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일본과 한국의 동맹인 미국은 한일 정상회담 뉴스를 환영한다"면서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을 발전시키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공식 트위터에 남겼다.
![미 국무부 “한일정상회담 환영”.. 폼페이어 전 국무 “양국 국민들에게 혜택”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09244_409682_464.jpg)
■ 美 언론•외교전문가 “한일 관계개선은 미 정부의 승리”
같은 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일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양국의 관계 회복을 가장 반기는 건 미국일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국가 관계를 심화하겠다는 한일 양국의 다짐은 과거의 불만을 뒤로하고 더 협력할 것을 한일 양국에 촉구해온 미국 입장에서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전했다.
블룸버그 역시 한일 간 셔틀외교 복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이 스파이 풍선과 대만 문제, 반도체 수출 통제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 한국과 일본이 손을 맞잡은 건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의 단합을 절실히 원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대일본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 관계가 개선된 현재 상황을 전한 뒤 "도쿄와 서울이 더 긴밀해질수록 미국과의 미사일 방어도 더 통합적이고 실시간으로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서 "이는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동맹의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이 매체에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 "이는 다양한 분쟁 지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이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통합 억제를 진전시키려는 바이든 정부의 바람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어 전 국무부 장관은 같은 인터뷰에서 “한일(韓日) 셔틀외교의 재개는 양국 관계가 전환되는 일대 사건”이라며, “최근 한미(韓美)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도 결국 한미일 간의 긴밀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3~5년에는 없었던 교류가 재개되면서 양국 국민들에게 온전한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 한일관계 개선에 기시다 총리 지지율 ‘쑥’.. 日 언론도 기대감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일본은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로는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장 큰 수혜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이다. 그는 취임초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했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5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일 관계 정상화 등 외교적 성과 덕분이다.
일본 언론도 기시다 총리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8일 사설에서 기시다 총리가 일본 정부와 여당 내 신중론에도 조기 방한을 결정한 것에 대해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치켜세웠다.
이어 기시다 총리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 측에선 여전히 명확한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지만, 총리 자기 말로 뜻을 전한 것은 평가할만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신뢰 증진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북한 등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화와 반도체와 같은 전략물자 관련 경제안보 등에서 손을 잡을 여지가 많다"며 한일 협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 외교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한국 사찰단 파견을 수용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찰단 파견 수용은) 기시다 총리가 잘 판단했다”며, 이번 한일정상회담이 “안보와 경제에선 양국이 같은 방향을 향해서 달리고 있는 것을 재확인하고 더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러시아, 한미일 밀착에 ‘견제’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09244_409683_4649.jpg)
■ 중국•러시아, 한미일 밀착에 숨길 수 없는 불편함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당분간 한중일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내놨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8일 한일정상회담 관련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에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일본과 한국이 도발적인 발언을 정정 또는 해명하거나,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기 전에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부응하는 한편 실용을 추구하며 자국 재계의 이익에 봉사할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후 한일 관계 경색과 코로나19 대확산 등의 영향으로 그간 열리지 못했다. 순번상 이번에는 한국이 의장국이어서 이달 중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기 위한 3국 간 실무 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한일, 한미일 공조 강화 흐름 속에 중국이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도 외교적으로 각을 세우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3국 정상회의에 대한 협력 기조를 ‘보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별다른 논평 없이 군사훈련이라는 행동으로 불편함으로 표시하고 있다. 동해 상에서미국과 일본, 한국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연달아 실시하고 있는 것.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지난 4월 24일 대잠 구축함 아드미랄 트리부츠를 동원해 동해에서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했다. 1983년 취역한 아드미랄 트리부츠함은 태평양함대의 주력 '잠수함 킬러' 전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군은 4월 19일에도 태평양함대 비상 전투준비 태세 점검을 위해 장거리 전략 미사일 폭격기 등을 대거 동원한 훈련을 펼쳤다. 핵잠수함 톰스크도 같은 날 그라니트 대함 순항미사일 22기를 발사해 200㎞ 떨어진 적 항모전단을 타격하는 모의훈련을 전개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군사적 협력 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다.
여론조사 꽃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북한의 핵 공격시 미국이 핵으로 반격한다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강조한 것에 대해 ‘핵 전쟁 발발시 북한을 초토화할 방안이므로 확장 억제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19.9%에 그쳤고 ‘핵전쟁 시 남북 모두가 초토화되는 것으로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계획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75.4%로 집계됐다(모름/무응답 4.7%).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28일~29일 이틀 동안 전국 거주 18세 이상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100%) 가상번호를 활용한 면접조사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7.5%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