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안전성 평가나 확인은 아냐”.. 야권•시민단체 “의미 없는 시찰단” 반대 목소리
민주당 “오염수 영향 받는 국가 중심 공동조사단 필요해”
정의당, 한일 어민 초청 토론회.. “어민 생존권 보호하라”
해외 원전 전문가 “오염수 방류는 국제법 위반” 주장도 나와
![日 “안전성 평가나 확인은 아냐”.. 야권•시민단체 “의미 없는 시찰단” 반대 목소리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09356_409798_3845.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7일 한일 정상은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에 합의하고 이른 시일에 국장급 협의를 개최해 오는 23일경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국 시찰단의 방문 목적이 “안전성에 대해 평가나 확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9일 발표해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 시찰단 파견이 일본에게 일종의 ‘면죄부’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이자 야권과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시찰단 파견이 논의됐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부터 원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한국 시찰단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이 부여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일본에게 오염수 방류의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특히, 일본 정부가 오는 6월쯤 발표될 IAEA 최종 조사결과를 토대로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이미 예고한 가운데 이뤄지는 한국 시찰단 파견은 '보여주기식 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전망도 나왔다.
오염수 문제 전문가인 최지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검증’이 아닌 ‘시찰’에 그치는 조사단 파견은 앞선 정부의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 교수는 “기시다 총리의 말을 들어보면, 검증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하는 것이고 우리는 시찰만 하고 오는 것으로 읽힌다”며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원자력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는 행위로 시찰단이 오용되고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日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
이러한 우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감안하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9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 현지 시찰단 파견, 국장급 협의 등의 기회를 통해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정부 명칭)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계속해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성실한 설명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의 발언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 시찰단에 오염수 저장 상황과 방류 설비 공사 현황을 설명하고, 오염수의 방사성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류한다는 점을 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도 9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한국 전문가로 구성된 시찰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에 대해 "현장 시찰단이 가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일본 국민의 건강을 염려케 하는 방류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의 안전을 염려하게 하거나, 해양 환경을 나쁘게 하는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과 시민단체는 오염수 방류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오염수 영향 받는 국가 중심 공동조사단 필요해”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09356_409800_4053.jpg)
■ 민주당 “오염수 영향 받는 국가 중심 공동조사단 필요해”
민주당은 시찰단이 아닌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받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공동조사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내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에선 △오염수 방류에 비판적인 전문가로 검증단 구성 △일회성 시찰이 아닌 수시 방문조사 허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보관실태 및 다핵종처리설비(ALPS)에 대한 원자료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간담회'에서 "잘 흘러가나 안 가나, 어떻게 방출하고 있나 이런 것을 지켜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시찰'보다 국가 혹은 민간 단위의 공동조사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확한 자료에 의해 사실조사를 하고, 안전한지 여부에 대해 객관적 검증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시민사회와 민주당이 힘을 합쳐서 가능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정부가 못하는 일이라도 국민과 시민사회에서 가능한 일들을 함께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국민검증단’이 필요하다며 같은 주장을 했다.
김 지사는 “원자력 업계와 학계를 대변하는 시찰단 구성은 객관성을 상실할 우려가 크고, 활동 범위 또한 일본이 보여주고 싶은 곳만 보게 될 것이다. ‘면죄부 시찰단’이 아니라 ‘국민검증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9일 오전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본이 보여주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가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오염수 방류, 농수산물 문제에 대해서도 이렇게 오케이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며 일본의 의도를 설명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일 브리핑을 통해 “2주는 해외여행 준비에도 빠듯한 기간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전문가를 선정하고, 검토할 사항과 수준을 일본과 협의해야 한다”며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면 양국이 공감할 수 있도록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의당, 한일 어민 초청 토론회 개최 “어민 생존권 지켜야”
정의당은 9일 한일 어민 초청 토론회를 열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본 어민 초청 증언 및 향후 연대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모든 계획을 원점화 한 후 과학적인 검증 과정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며 "이후 방류가 아닌 다른 방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 관해 토론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후쿠시마 및 제주도 어민이 참석해 환경의 중요성, 어민 생존권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후쿠시마 어민인 카와시마 슈이치 씨는 "어부들은 물고기는 인간과 같은 생물이고 물고기가 사는 풍요로운 바다를 지켜달라고 한다"면서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는 다시 한번 상황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해녀인 유용해 씨는 "(오염수 방류는) 어업인에게는 생존에 관한 심각한 문제"라며 "코앞에 닥친 이 문제를 막을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함께 목소리를 높여 달라. 대한민국 바다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한일 어민 초청 토론회.. “어민 생존권 보호하라”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09356_409799_3953.jpg)
■ 시민단체,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 →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우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계획 없는 시찰은 한국이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이해하는 것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요식행위에 그치는 시찰단 파견이 아닌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를 정식 조치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20일 청계광장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석열 정부가 자신이 소속된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다른 환경단체에게 시찰단 참여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어디를 어떻게 둘러보도록 한다는 것인지,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국 조사단에게 전권을 주고 조사 내용을 수용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 둘러본다는 것으로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라며 "의미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관방부에서 한국 시찰단 방문 날짜를 못 박은 것에 대해서도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부위원장은 “날짜까지 적시한 건 그 날짜에 가능한 사람을 이미 내부적으로 구성해놨다는 의미고, 대개 정부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문제를 우려하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에게도 가능성을 타진했을까? 만약 했다 해도 기껏 한두명 형식적으로 넣었든지, 저건 지금 짜고 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시찰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 해외 원전 전문가 “오염수 방류는 국제법 위반”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행위를 두고 국제법 위반이라는 해외 원자력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등은 8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통마당에서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국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반 히데유키 일본 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는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폐기물 기타 물건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제에 관한 조약(런던조약)'과 '유엔해양법조약 제194조'"라고 주장했다.
어떤 나라든 해양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경감 및 규제하기 위해 실행 가능한 최선의 수단을 써야 한다는 내용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도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 평가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서 요구하는 포괄적 환경 영향 평가(EIA)가 아니다"며 "다른 국가의 영토와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지역에 대한 심각한 초국경적 환경 피해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린피스는 도쿄전력 방사선 영향 평가에서 많은 결함을 발견했다"며 "복잡한 해양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었다. 특히 해양 퇴적물에서 방사성 핵종 농도, 세슘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방사면역측정(RIA)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는 핵연료 잔해가 완전히 차폐되거나 처리된 후에야 종료된다"며 "앞으로 생겨날 수 백만톤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무기한 방류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달 하순 파견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장 시찰단은 3박 4일 이상의 일정으로 일본에 체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애초 밝힌 오는 23~24일, 1박2일 일정에 비해 이틀 이상 체류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에서 활동하고 시찰하는 데만 이틀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시찰단이 실제로 일본에 머무는 전체 일정은 앞뒤로 하루 이틀이 더해져 최소 3박4일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시찰단 파견과 관련한 구체 사항을 협의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는 금주 중후반 서울에서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