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피해자단체 제시한 '전세피해 보증금 회수방안' 거부...'선 구제·후 회수' 방식 끝내 좌절
피해단체, '빚에 빚 더하기' 정책.. “피해자 선별로 피해자 범위 축소”
국민의힘 “최우선 변제금 10년 무이자 대출 획기적 방안”
![야당·피해자단체 제시한 '선 구제·후 회수' 방식 끝내 좌절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5/610384_410918_203.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여야가 다섯 번째 소위에서 합의에 도달했으나 가장 쟁점이 됐던 '전세 피해 보증금 회수 방안'은 야당이 제시한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자 단체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국민이 납득할 최선의 조치"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국토위는 이날 오전 국토법안소위를 열어 여야 합의로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24일 오전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정부여당과 야당간 입장이 가장 크게 갈렸던 전세 피해 보증금 회수 방안은 정부가 제시한 안이 채택됐다.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최우선변제 범위를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2억4천만 원까지 1.2~2.1%의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최우선변제금이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그동안 야당은 최초 임대차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최우선변제권을 소급 적용해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경·공매가 이뤄지는 현재 시점의 최우선변제금만큼 대출해 주는 정부안으로 합의했다.
특별법은 대상 요건도 완화해 이중계약과 신탁 사기 등에 따른 피해도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으며, '무자본 갭투기'로 인한 깡통전세 피해자, 근린생활시설 전세 사기 피해자도 지원 대상이 된다.
특별법 적용 보증금 기준도 4억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경·공매를 대행해주는 '경·공매 원스톱 대행 서비스'도 특별법에 포함됐다. 경매 신청·낙찰 시 정부는 법률 전문가 수수료의 70%를 부담한다.
아울러 전세 사기 피해자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환의무 준수를 전제로 20년간 연체정보 등록·연체금 부과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밖에 전세 사기 피해자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피해자가 매수를 원치 않을 경우 LH가 매입하여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즉, 주택 매수가 어렵거나 원하지 않는 지속거주 희망자는 LH가 우선매수권을 매입해 장기 임대하는 식으로 거주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특별법은 우선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여야는 법 시행 후 6개월마다 국토위 보고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 입법하기나 적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 피해단체, '빚에 빚 더하기' 정책.. “피해자 선별로 피해자 범위 축소”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전세사기 피해자단체는 여야 합의안이 공공이 채권을 매입하는 '선 구제·후 회수' 방식에서 후퇴했다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는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안은 정부여당이 제출한 안이 갖고 있던 문제가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며 "여전히 피해자 선별로 피해자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있고,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선 구제 후 회수'와 같은 적극적인 피해 구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또 '빚에 빚 더하기'로 책임을 오롯이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도 여전하기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본회의 처리 전까지 법안 수정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아쉽지만 정부와 여당의 강한 반대에도 최선의 결과물을 냈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절벽 같은 태도를 보이는 정부여당 앞에서 정말 힘든 협상을 했다"며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결과에 아쉬움이 있다.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도 같은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친 국토위 소위 논의 끝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오늘 통과됐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폭넓게 지원하는 법을 만들고자 애를 썼지만 최선의 법안을 만들지 못해 죄송스럽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저와 정의당은 지난 4월 발의한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통해 보증금 채권 매입을 통한 포괄적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큰 원칙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저와 정의당이 수정안으로 제시한 것이, 각 피해유형별로 적용될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 LH 매입, 조세안분, 경공매 대행, 전세대출 채무조정 및 신용회복, 최우선변제 확대라는 여섯 가지 안을 제안했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반대하던 정부도 결국에는 여섯 가지 제안을 하나하나씩, 또 어떤 경우에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모두 수용했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의 지원 조치를 끌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4월 27일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하고 오늘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야당과 심도 있게 논의하면서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의 지원 조치를 끌어냈다"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과 오히려 과하다는 비판이 상존하나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여야 간 합의로 추진되는 만큼 25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야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위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제가 생각하기에 최우선 변제금을 못 받으신 분들을 위해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으로 무이자 대출은 획기적인 것"이라며 "특히나 신용회복 프로그램 가동한 것, 자기가 받은 전세 대출금을 못 갚으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주택 담보 대출, 전세 대출이 막히는데 이 자체를 20년간 유예했다. 이 부분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제도를 발굴해서 넣은 걸로 알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법안이 만약 25일 통과되면 그 이후에 부족한 게 있거나 조금 더 수정해야 하거나 그런 사안이 발생하면 또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다"며 "일단 6개월 마다 한번씩 보고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