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 "상호주의 원칙, 총선 공약으로".. 권성동 "영주권자만 투표권 부여해야"
당내서도 비판 목소리.. 하태경 "거주 요건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민주당 "반중 정서 기댄 총선 전략에 불과"

김기현 대표 "상호주의 원칙, 총선 공약으로".. 권성동 "영주권자만 투표권 부여해야"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대표 "상호주의 원칙, 총선 공약으로".. 권성동 "영주권자만 투표권 부여해야"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국인 투표권 제한"을 선언하면서 여야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친윤을 중심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한중관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으나 당내에서도 "민주주의 후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반중(反中) 정서를 이용한 총선 전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기현 "중국인 투표권 제한, 총선 공약으로 상호주의 원칙 지켜나가야"

김기현 대표는 앞서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국인 약 10만명에게 투표권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왜 우리만 빗장을 열어줘야 하는 건가"라며 중국인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21일에도 김 대표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서라도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외교적 논란 발언으로 촉발됐다. 친윤계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 14일 국내 거주 중국인에 대한 지방선거 투표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상호주의 공정선거법'(공직선거법 개정안)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주민투표법에는 '영주권을 취득한 후 3년이 경과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18세 이상의 외국인은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권이 있다'고 규정돼 있다. 주민투표권을 획득한 자는 지방선거 투표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다.

권 의원이 언급한 법안은 대한민국에 최소 5년 이상 지속해 거주한 외국인에게만 제한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권 의원은 "선거는 단 한 표로도 당락이 결정된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는 0.15%, 즉 8천913표 차이로 승부가 났고, 안산시장 선거의 당락을 가른 것은 불과 179표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표권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현재는 0.2%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투표로 당락이 갈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어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현재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투표권이 없는데 이를 근거로 ‘혐한’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며 "상당수 유럽연합(EU) 회원국이나 영연방 국가는 상대국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 투표권을 부여하는데 이를 혐오와 차별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2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한중 관계를 보면 대한민국에 와서 2006년도부터 외국인들에 대해서 영주권을 취득한 다음에 3년이 지나면 지방 참정권을 줬다. 지금까지 12만 명이고, 그중 10만 명이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중국은 역으로 상호주의에 의해서 우리가 중국에 가서 영주권을 획득하고 3년 후에 지방 참정권을 주느냐. 안 준다"며 "그래서 상호주의 원칙을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한중관계, 미중관계하고 투표권 문제는 큰 관련성이 없다"면서 '상호주의 원칙에 의한 중국인 투표권 제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상호주의 공정선거법' 당론 채택.. 하태경 "민주주의 후퇴"

국민의힘은 '상호주의 공정선거법'을 당론으로 삼아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22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하신 말씀은 곧 당론"이라며 "중국 내 한국 분들에게 투표권이 없는 반면 한국 내 중국인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것 자체가 외교나 상호존중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핵심은 '상호주의'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영주권 취득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현재 투표권을 가진 약 12만명의 외국인 가운데 10만여명이 중국인으로 만만치 않은 숫자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중국인 다수가 '친중' 성향인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를 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김기현 대표 제안에 힘을 실었다.

한 장관은 지난 21일 "우리 국민이 받는 대우만큼 대우해 줘야 우리 국민들도 해외에서 대우받을 수 있다. 선거 제도를 우리나라처럼 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헌법 정신에 부합한 선거 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이미 준 것(외국인 투표권)을 없애는 것은 외국에서 볼 때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개방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후퇴하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2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상호주의를 적용하면 외국인 투표권을 사실상 다 없애야 한다. 상호주의보다는 '주민성 강화'의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보다는 지방선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주민투표권은 거주하는 주민들한테 주는 것인데, 현행법에는 영주권 따고 3년 있으면 국내에 거주하든 안 하든 (주민투표권을) 주게 돼 있다"며 "하지만 외국 사례들을 보면 (실)거주요건을 둔다. 왜냐면 '주민'이어야 되니까. 이건 민주주의의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맥락에서 거주 요건을 두게 되면 상당수 우리 국민이 지금 바라는 효과는 거둔다"면서 "일부는 투표를 하겠지만 상당수는 주민투표권을 박탈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반중 정서 겨냥한 총선 전략".. "유아적이고, 유치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은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 반중(反中) 정서를 겨냥한 총선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무역적자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중국과 관계 개선의 노력보다 반중 정서를 이용해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투표권이 아닌 지방선거 투표권이어서 2024년 총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반중 정서 자극을 위한 의도성 있는 발언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당 의원들도 "결국 여당의 총선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반중 정서에 기대 중국과 계속 관계를 악화시키는 게 당 지지율을 높이고 내년 총선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그게 현재 국민의힘의 수준"이라며 "참 유아적이고, 유치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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