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정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윤건영 "전형적인 뉴라이트 사고" 지적에 金 "어느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나?"
이재명 "경질하라" 서은숙 "4.19 민주혁명, 5.18 민주항쟁은 잘못된 주권행사라는 의미"
정의당 "국회에서 국무위원이 국민 주권 부정" 진보당 "민주주의 파괴하는 독재자 행태"
![김영호 장관이 "국민 모두가 권력을 직접 행사한다면 무정부 상태가 될 것"이라고 발언하자 야 3당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09/618957_420335_53.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대한민국 국민 5000만명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직접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법 부정"이라며 "즉각 경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한국자유회의 선언문을 인용해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전형적인 전체주의 사고'라고 하는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김 장관은 "헌법 1조 2항에서 얘기하는 국민주권론은 주권의 소재와 행사를 구분한다. 국민이 주권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 주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서 전국구 대표인 대통령을 뽑고 지역구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아서 대표를 통해서 권력을 행사한다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주권론이 왜곡된 형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적인 국민주권론이 하나 있고 전체주의적인 국민주권론이 있다고 학문적으로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 의원은 "제가 걱정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생각이 철 지난 뉴라이트 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는 것"이라며 "지금 장관께서 이야기하시는 내용이야말로 전형적인 뉴라이트 사고"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이 "한국자유회의 지식인들을 극우라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항의하자, 윤 의원은 "장관이 그렇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다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어떤 대다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정치인이 학자들을 극우라고 지칭할 수 있냐"면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에 윤 의원은 "장관의 그런 말씀이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해서 던지는 대정부질문 자체를 무시하고 폄훼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이 돼 있지 않은 그 자체가 바로 전체주의적 사고이고 그런 모습을 극우라고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다수의 헌법학자는 1948년 제헌헌법 당시부터 헌법의 기조로 이어져 내려오는 '국민주권을 바탕으로 한 민주공화국'을 헌법정신의 요체로 평가하고 있다.
제헌헌법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및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장으로 제1, 2조의 자리를 차지한 두 정신은 현행 헌법에서도 같은 문장 그대로 통합되어(1962년 5차개정) 제1조 1항과 2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즉, 국민주권은 헌법의 기본 원리로 헌법이 지향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을 관통하는 정신이다. 국민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정치적 참여나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정치 이념도 국민주권에서 출발한다. 또 국민주권이 성립한 위에 민주공화국이란 국가형태도 가능해진다.
서은숙 "4.19 민주혁명, 5.18 민주항쟁은 잘못된 주권행사라는 의미"
김 장관의 발언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막힌 일"이라며 "명백하게 국민 주권을 부정한, 헌법 제1조를 위반한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즉각 경질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이 당연한 원리를 통일부 장관은 부정하고 있다. 명백하게 전체주의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최고위원들도 김 장관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정상적인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며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나라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것으로 한 나라의 장관으로서 자격 상실"이라고 직격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김 장관의 생각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5년에 한 번 투표를 통해서 주권의 소재자인 것을 확인한 것 외에 불의함과 4.19 민주혁명, 5.18 민주항쟁, 촛불시민혁명은 국가주권의 소재자에 불과한 국민이 국가주권을 직접 행사한 잘못된 행위가 되는 것"이라며 "극우인사 히틀러, 무솔리니, 전두환의 생각처럼 국민은 국가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김 장관의 말은 윤석열 정부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부적격 국무위원에 막무가내 방송통신위원장까지, 국민을 상대로 휘두르는 폭정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김 장관을 지금 당장 해임하라"며 "만약 김 장관을 감싼다면 반국가세력을 옹호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정의당 "국회에서 국무위원이 국민 주권 부정" 진보당 "민주주의 파괴하는 독재자 행태"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도 이날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회 한복판에서 벌어진 국무위원의 국민 주권 부정 발언으로 어안이 벙벙하다"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이 버젓이 살아있는데 어떻게 국무위원이라는 자가 반헌법적 발언을 국회에서 버젓이 떠벌린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건 당연하고 국민이 그 주권을 행사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대표자를 선출해 그 행사를 위임할 수도 있고, 국민투표나 주민소환 등으로 직접 행사할 수도 있다"며 "통일부 장관의 말에 따르자면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는 무정부 상태로 가는 방법에 다름 아닌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 장관이라는 자가 저런 발언을 한 것은 결국 시위나 집회 같은 국민 주권의 직접 행사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전체주의적 사고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개념마저 부정하는 통일부 장관, 국무위원 자격 없다"고 직격했다.
진보당 손솔 대변인은 이날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 장관의 발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자의 행태"라며 "김 장관은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반헌법 장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손 대변인은 "김 장관은 임명부터 문제였다"며 "대치동 은마아파트 구입과정 의혹, 극우 유튜브 운영 은폐와 자료 미제출, '시진핑을 제거하자'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최악의 인사 청문회'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꼬집었다.
또 "김 장관이 만든 한국자유회 출신들이 윤석열 정권 요직에 두루 자리하고 있는데, 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극우 사상을 가르친 선생이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임명이었다"고 지적했다.
손 대변인은 "주권자 무시하는 김 장관, 국정운영 자격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정치외교학 교수 자격부터도 없다"며 "학부 시절부터 정치학을 배우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는 김 장관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조차 망각하다니 참담하다. 김 장관은 장관직을 당장 내려놓고 정치학 기초 수업부터 다시 듣길 바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