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오전 7시 병원 후송.. 검찰, 오전 9시 구속영장 청구 '백현동·대북송금' 비리 혐의
민주 "잔인한 영장 청구" "부당한 영장 청구이자 정치 영장" 반발
18일 상임위 일정 보류.. 대통령실 앞 규탄집회 등 대대적 대여공세 예고
한동훈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할 것" 국힘 "단식 출구전략 참으로 고약해"

이재명 대표가 단식 19일차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가 단식 19일차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지 19일째 되는 18일 건강이 악화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2시간여 후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형사절차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잔인한 영장청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체포동의안 부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단식을 중단하고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라고 압박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단식을 비난했다.

국회 당 대표실에서 단식을 계속하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이 부른 앰뷸런스에 실려 7시 10분께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혈당이 급속히 떨어지며 거의 의식을 잃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한 이 대표는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았으며, 오전 9시 35분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동했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회복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날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식으로 신체 기능이 상당히 저하됐다는 게 의료진 소견"이라고 밝혔다.

천준호 비서실장은 '이 대표가 현재 의식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것 같다"라며, 이 대표가 병원 이송 후에도 단식을 이어갈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진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민주당은 공지를 통해 "이 대표의 신체 징후는 전날과 변화가 없었고, 탈수 등의 증상을 보였으며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검찰, 이 대표 병원이송 2시간 만에 구속영장 청구...백현동·대북송금 의혹

이재명 대표가 병원으로 실려간 지 2시간 정도가 지난 오전 9시 2분,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듯 검찰은 "법령상 일반적으로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구속 기준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형사사법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대북송금 비리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했다. 이 대표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위증교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이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대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는 위증교사를 비롯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된 제3자 뇌물 및 외국환 거래법 위반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모씨에게 전화해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대북송금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구속기소)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구속기소)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북한에 총 800만 달러를 대납하도록 했다는 혐의다.

민주 "잔인한 영장 청구" "부당한 영장 청구이자 정치 영장"

이 대표가 현직 국회의원인 만큼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이 열린다.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20일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21일 표결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분위기를 감안하면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긴급 의총에서 "9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 하는 시간에 맞춰서 오늘 아침 이재명 대표 병원 긴급 이송된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영장을 전격 청구했다"며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의 폭거이자 파렴치하고 잔인한 영장 청구"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라고 했더니 질질 끌다 정기국회까지 끌고와서 기어코 영장을 청구했다"며 "부당한 영장 청구이자 정치 영장"이라고 강조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부결은 방탄, 가결은 분열이니 어느 길이든 궁지로 밀어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올가미에 걸려들만큼 허술한 정당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 정부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야당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하려 한다"며 "브레이크 없는 폭주다. 법이든 정치든 지나침은 화를 부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시간, 참으로 우리가 잔인하고 비정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민정부가 세워진 이래 이렇게 오만한 정권이 있었느냐. 이 모든 상황을 국민들께서 바르게, 매섭게 판단하고 심판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당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체포동의안 오면 부결돼야 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8일 모든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보류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 규탄집회를 예고하는 등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예고했다.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통해 결의했던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도 이날 제출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오전 10시 박광온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한다"며 "오전 11시 45분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당 소속 모든 의원이 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위한 인간띠, 1인 피켓시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20일 오후 2시엔 당 중앙위원(국회의원·지역위원장·단체장 등)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해 21일 전까지 논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에게 "최고위원 간담회를 통해서 우선 간략하게 논의가 된 상태"라며 "오늘 12시 용산에서 시위를 한 이후에 계속 당내 고위전략회의나 최고위 간담회 등을 통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본회의 전에 다시 의총 열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의원들 총의 모으는 과정도 21일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체포동의안 내용들을 보고 그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저희 입장도 정하고 전체적으로 어떤 방안으로 당이 움직여야 될 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동훈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할 것“ 국힘 "단식 출구전략 참으로 고약해"

이런 상황에서도 한동훈 법무장관과 국민의힘은 '정상적인 수사에 대해 이 대표가 방탄 단식을 한 것'이라 규정하며 민주당을 향해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검찰) 소환 통보 받고 나서 시작하는 단식은 처음 봤지만, 과거에도 힘 있는 사람들이 죄짓고 처벌을 피해 보려고 단식하고 입원하고 휠체어 타는 사례는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리 그런 상태(단식 후 몸 상태 악화)에 있던 게 아니라 수사가 예정되고 소환 통보가 된 이후 본인이 스스로 만든 상태 아닌가. 그런 부분도 충분히 고려돼야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쾌유를 빈다"면서도 민주당의 대여 투쟁에 대해 "고약하다"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18일간 진행된 이 대표의 단식은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며 "당장 제1야당 대표 신분인 이 대표의 건강을 해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회 내 두 차례의 자해 소동 등 극단적 갈등을 야기했고, 정기국회를 민생이 아닌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주 진행된 대정부 질문, 앞으로 있을 국정감사 모두 정부를 냉철하게 견제하고 또 건전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야당의 무대"라며 "부디 건강을 회복한 뒤 이 대표가 그런 제1야당의 대표 자리로 돌아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을 비롯해 민생을 챙기는 데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주요 혐의를 가진 피의자가 단식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가 지연된다면 사실상 모든 범죄자가 그와 같은 형태로 수사를 회피할 수 있다"며 "이 대표의 단식은 소환 통보 이후에 이뤄진 것이고, 어떤 개인의 의도적 단식 등을 다 고려하면서 수사 절차를 조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라디오 방송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검찰도 단식을 시작했을 때 이런 변수가 있으리라고 예상을 했을 것"이라며 "민주당 당내 분위기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쪽으로 계속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데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지난번에도 많은 의원님들이 부를 선택하지는 않았고 기권이나 다른 선택을 했다"며 "그사이에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서명한 의원님들도 30명 넘지 않나"며 체포동의안 가결을 압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부와 검찰에 대한 총력투쟁을 선포한 것에 대해 "168석이나 가진 제1야당이 내놓은 단식 출구전략이 참으로 고약하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제1야당이자 공당의 역할을 망각한 선을 넘은 주장들"이라며 "지금 국회에는 예산안 비롯해 산적한 민생 현안들이 많다. 국민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국회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현재 갖고 있는 의석수로 해임건의안이나 특검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하지만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사법리스크 출구전략으로 의회폭거를 자행한다면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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