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위기 벗어난 이재명, 사법리스크 계속될 전망
“국힘, 내년 총선에 인적쇄신과 선당후사로 승부해야”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달 28일 오전 발산역 인근에서 연 선대위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대표, 김태우 후보, 나경원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달 28일 오전 발산역 인근에서 연 선대위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현 대표, 김태우 후보, 나경원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10월 정치권의 최대 핫 이슈는 11일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다. 여야 지도부가 모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전에 뛰어들어 지원유세에 나서는 바람에 구청장 보궐선거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로 격상된 분위기다. 한마디로 자치단체장 보궐선거 치고는 너무 큰 판돈(?)이 걸린 셈이다.

당초 귀책원인이 있는 지역구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무공천을 진지하게 검토했던 여당이 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총력전을 펼치게 된 것일까. 강서구 지역구 주민들의 지지성향을 보면 민주당 지지세가 더 많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불리한 승부에 지나치게 많은 판돈을 거는 건 일상적이지 않다.

어쩌면 광복절 특사에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한 대통령실의 결정이 여당 지도부를 결정적으로 압박하는 결과가 됐을 수 있다.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윤 대통령의 뜻으로 읽은 당 지도부로서도 김 전 구청장이 공천경쟁에서 승리해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한 이상 어떤 수를 쓰든 보궐선거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안을 수 밖에 없게됐다.

어느 쪽이든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는 측은 매우 큰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이 질 경우 당장 내년 총선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민주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이미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주장하며 국민의힘 후보의 패배를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확대해석해 공격할 것이 틀림없다.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역시 이재명 당 대표 체제에 대한 불신이 강서구청장 패배로 이어졌다는 비명계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것이고, 비대위 체제의 도입으로 지도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어떻든 여야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국정감사 초입에 실시되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승리한 측이든 패배한 측이든 상당한 정치적 충격을 각오해야 할 상황이다. 이긴 측이라해도 조직재편과 보강에 힘써야 하고, 진 측은 비대위나 전대 통한 지도부 재구성으로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할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달 28일 오전 화곡역 인근에서 연 선대위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고민정 최고위원, 진교훈 후보, 홍익표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달 28일 오전 화곡역 인근에서 연 선대위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왼쪽부터 고민정 최고위원, 진교훈 후보, 홍익표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구속위기 벗어난 이재명, 사법리스크 계속 이어질 전망

지난 달 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구속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속 사정도 썩 좋은 게 아니다. 국감기간 중이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이미 기소된 사건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꽤 오랫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또 영장 기각과 별개로 백현동 개발 비리 및 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이 추가로 기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한동안 수시로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돼 이른바 '재판 리스크'를 직면하게 됐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사퇴요구도 계속되고 있어 정치적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2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측근들을 통해 직무상 비밀을 업자들에게 흘려 7886억원을 챙기게 했다는 혐의이며, 두 번째는 성남FC 구단주로서 4개 기업 후원금 133억여만원을 받는 대가로 기업들에 편의를 제공한 혐의다. 오는 6일 첫 번째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어 이 대표와 검찰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대장동 등의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이들의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재판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용 전 부원장은 이 대표의 대선 예비경선 자금 용도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민간업자들로부터 8억 47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정진상 전 실장도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민간업자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화천대유 지분의 일부인 428억을 제공받기로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이들이 개인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인 만큼 이 대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언제든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게 큰 위험부담이다.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은 1심 판결에만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심 결과가 나오더라도 항소심과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이어진다면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최근 영장 기각에 대해 '구속 리스크'는 중단됐지만 '사법 리스크'는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있는 것이다

민주당내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판리스크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자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며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검찰리스크는 상당히 잦아들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법원 리스크가 앞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김종민 의원도 같은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가) 계속 재판을 매주 나가야 되지 않나"라며 "이래가지고 총선에 당에 안 좋겠다 싶으면 또 새로운 판단을 한번 고민해 볼 수 있는 건데 이건 전적으로 이 대표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 역시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까지 되고 여러 리더십에 문제가 드러난 이상,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 당에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도록 하는 걸 차단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표직을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구속영장 기각이 이 대표의 무죄방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기각 사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특임교수는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기각 사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차 교수는 “혐의는 상당히 지금 엄중하나 제1야당의 대표가 도주하겠느냐, 증거 인멸을 하겠느냐는 식으로 만약에 기각을 하면 사실은 이건 절반의 패배”라며, “영장이 발부되느냐, 기각되느냐보다 판사가 어떠한 판결의 나름대로의 논리를 제시하느냐가 저는 큰 중요한 하나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구 대표도 폴리좌담회에서 “범죄 혐의는 일부 소명이 되나 증거 인멸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됐을 때 이른바 이재명 사법 리스크는 계속되는 것”이라면서 “아마 국민의힘에서도 이 부분을 제일 선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내분이 생기고 사법 리스크는 계속 유지되고 그렇게 되면서 민주당은 이제는 재정비할 시간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총력전 나섰다

11일 실시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강서구청장 보선은 내년 총선을 불과 반년 앞둔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단순한 지자체장 보궐선거가 아니라 내년 총선의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미 지난달 28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부터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보궐선거 승리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2일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SK브로드밴드 강서스튜디오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첫 TV토론을 녹화에서 '40억 애교' 발언 등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출정식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 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등 주요 중앙당 당직자가 대거 참석했다. 또, 김 후보 선대위에는 정우택·정진석 명예 공동선대위원장, 안철수·나경원·권영세 선대위 상임고문, 김선동 서울시당 위원장 등 거물급 중진들이 대거 참여해 총동원 체제다.

같은 날 민주당 진교훈 후보 출정식에서도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서울시당위원장 김영호 의원, 강선우·진성준·한정애 등 강서구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장기간 단식으로 병원에서 회복 중인 이 대표는 출정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르면 이번 주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곧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단식 회복 중 병상에서 '병상 선거지휘'를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 이해식 사무부총장 등 당지도부에게 보선 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이 대표는 “정권심판 선거인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한 시도 낭비함이 없이 죽을 힘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도 임해달라. 전 당원 동원 체계를 만들어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여야가 지자체장 보궐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당 모두 현 대표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있는 만큼 이번 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용 지도부가 새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평론가들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질 경우 김기현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여론이 당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럴 경우 김기현 지도부 체제가 붕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쌓여가고 있는데다 강서구가 민주당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지역임을 감안하면 당연히 이겨야 하는 선거다. 전략 공천된 진 후보도 이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실린 후보다. 만약 국민의힘에 패하거나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경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더욱 거세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론도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YTN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25~26일 이틀간 전국 성인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4%)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61.7%(매우 영향이 있을 것 21.1%,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 40.6%)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궐선거 성격이 총선 전초전이 된 것은 정부와 여당에게 악재라고 보고 있다.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이 지난달 26일 진행한 '9월 정국 좌담회'에서 김능구 대표는 "대법원에 확정 판결 난 사람을 잉크도 마르기 전에 특별 사면시켜서 다시 구청장 후보로 내보낸 건 오만과 독선이 아니라 억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여소야대 상황임에도 야당 대표를 '잠재적 피의자다'며 만나주지 않고 시행령 정치하면서 국회를 무시했지 않나"라면서 "여당의 이런 읍소 전략으로서의 선거 전략, 여소야대를 바꿔달라는 읍소 전략이 통하지 못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도 이번 선거에 윤 대통령이 개입하면서 의미가 달라졌다며 "강서구민들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오만 과욕에 대해 우리가 심판해야지'라고 해서 투표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여권 내에서도 국민의힘이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게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고 비대위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통령실도 개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는 2일 오후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비서실 쇄신은 먼저 하고, 비대위는 최대한 안 가려고 할 테지만 수도권의 동요가 장난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2020년 총선과 결과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1대 총선 강서 갑, 을, 병의 양당 득표율을 비교해보면 17.8%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며, "저는 그대로 간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선 때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표 차이가 적게 나거나 뒤집기도 했던 건데 다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국힘, 내년 총선에 인적쇄신과 선당후사로 승부해야”

정치평론가들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불리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적쇄신과 선당후사 정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차재원 교수는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인적쇄신’과 ‘선당후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게 인적 쇄신”이라며,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들로 내리꽂는다고 한다면 인적 쇄신 되겠나. 중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그런 인물들을 과연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장수 소장은 “윤 정권이 내년 총선에서 물갈이, 개혁 공천 등 결단을 하려면 본인이 기득권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쳐야 되는데 지금 그런 시각을 전혀 안 고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과연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아서 자신의 방향을 바꿀 건가. 저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봤다.

김능구 대표도 내년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과 이재명 체제에 대한 심판 두 가지가 격돌하는 ‘심판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런 차원에서 “어느 당이 먼저 새로운 인물을 내놓느냐, 민주당은 어떻게 새롭게 정비되느냐 여기에 승부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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