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거의 ‘블랙홀’이다. 국민의힘이 내던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이 졸지에 뉴스 중심이 돼버렸다. 내년 총선을 뒤흔들 최대 쟁점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정치적 파장이 크다는 얘기다. 국힘으로선 일단 이슈 선점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당장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팽배했던 수도권 비관론을 딛고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포뿐 아니라 구리 하남 고양 등 인접한 거의 모든 지역이 서울 편입론을 들고나온 통에 함부로 나설 수 없다.

자칫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체 판세마저 흔들릴 지경이다. 이를 놓칠세라 국힘은 엄청난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을 공개 거론한 지 이틀만인 지난 2일 당 차원의 특위를 바로 발족시켰다. 당초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위’로 이름을 붙여 김포를 넘어 편입 대상을 전 수도권으로 넓히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아울러 “수도의 글로벌 경쟁력”을 들먹이며 ‘서울 메가시티’의 명분론도 적극 설파 중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힘이 ‘신의 한 수’를 놓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찬찬히 살펴보자. 의외로 정치적 복병들이 많이 숨어 있다. ‘최대의 악수’가 될 여지마저 없지 않다. 먼저 김포의 서울 편입 과정부터 예사롭지 않다. 국힘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정부 발의가 아닌 의원입법을 시도할 모양이다. 이 경우 경기도와 서울시 등 관련 광역단체 동의를 ‘패싱’할 수 있다. 그래도 김포시 주민투표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보도를 보면, 우려 목소리가 상당하다.

첫째, 쓰레기 매립장 등 서울의 혐오시설 유치장 전락 가능성이다. 둘째, 서울 편입이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자각론이다. 실제 중앙정부도 해결 못한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혼잡 문제를 서울시가 단숨에 해결할 방안은 없다. 치열한 찬반 논란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경기도가 가세하면 반대론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이미 “국토 갈라치기”로 규정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결연한 반대와 함께 대대적 김포 지원론으로 찬성파를 압박할게다. 편입 주체 서울시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국힘 소속 오세훈 시장은 의외로 신중한 태도다. 같은 당 원외당협위원장 몇몇은 아예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미 국제적 메가시티인 서울은 살크업(살만 찌우는 양적 팽창)이 아니라 벌크업(근육량과 체지방을 동시에 늘리는 질적 개선)을 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적전분열을 자초할 수 있는 셈이다.

설사 주민투표 허들을 통과해도, 국회에서 관련법 통과 관문이 남았다. 절대 과반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상 총선 전까진 김포의 서울 편입은 ‘정치적 약속어음’에 불과할 뿐이라는 얘기다. 선거를 겨냥한 ‘정치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민주당이 김포 주민 다수가 찬성한 편입을 거부할 경우 ‘거대 야당 심판론’에 갇혀 총선에서 낭패를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전체적 여론 흐름은 윤석열 대통령 오만에서 비롯된 ‘정권 견제론’이 우세한 상황. 이를 핫이슈로 부각된 김포 편입에 대한 민주당의 태클을 ‘야당 독선’ 프레임으로 만들어 정국을 뒤엎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일견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분명한 전제가 빠졌다. 김포의 서울 편입으로 대변되는 ‘서울 메가시티’에 대해 김포 주민이 아닌, 국민의 다수가 찬성한다는 조건 말이다. 만약 전체 민심마저 국힘의 조치에 찬성한다면 민주당의 반대는 치명적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여론의 기류는 정반대다. ‘서울 메가시티’에 대한 리얼미터의 지난 1일 조사에서 반대 58.6%, 찬성 31.5%였다. 알앤써치의 조사 역시 반대가 55.5%로 33%의 찬성에 월등히 앞섰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우선 너무 뜬금없는 제안이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지난달 31일 국힘 김기현 대표의 말 한마디로 표면화됐다. 그 이전까지 여권 내에서조차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사안. 보도에 따르면 김포시장이 당에 편입을 제안한 건 강서구청장 보선 전인 한 달여 전. 그때 바로 공개 대신, 뒤늦은 깜짝 발표로 당론 추진을 공언한 의중은 빤해 보인다. 보선 패배로 지도부 교체까지 나오자 일종의 자구책으로 던진 것. 이게 졸지에 쟁점으로 급부상하자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너무나 정략적 발상에 여론이 싸할 수밖에 없다. 맥락적 측면에서도 알만한 국민은 “어이없다”며 고개를 돌릴 것 같다.

메가시티 구상과 실천의 시작점은 부산, 울산, 경남의 통합. 지난 2018년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부울경을 석권한 민주당 단체장들은 메가시티 조성에 의기투합했다. 서울에 버금가는 정치·경제 거점이 있어야 지방이 산다는데 지역 민심까지 거들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직전 울산시장이었던 김 대표는 당시 “선거용”, “전형적 보여주기식”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그렇다면 이젠 서울 메가시티는 뭐가 다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당 차원에서도 마찬가지. 2022년 지선에서 권력을 되찾은 국힘 소속 경남도지사와 울산시장은 하나같이 메가시티에서 발을 뺐다. 이들의 몽니로 부울경 메가시티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때 국힘 지도부 누구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 메가시티가 ‘그때는 틀렸다가 왜 지금은 맞는지’, 국힘은 그 설명부터 해야 한다.

무엇보다 궁금한 대목은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 1일 지방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비수도권을 부울경, 충청 등 4대 권역별로 묶고, 강원 전북 제주를 특별자치권으로 지정하는 ‘4+3 초광역권’을 통해 “서울에 상응하는 생활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국힘은 김포 편입 특별법을 발의했다. 지방을 집중 육성해 서울 블랙홀을 막겠다며 야심 가득한 계획을 발표한 날, 여당은 서울 덩치 키우기에 급급한 법을 내놓은 셈.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정작 윤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 

한국은행은 2일 ‘서울공화국’으로 대변되는 수도권 1극 체제가 ‘무한경쟁-삶의 질 저하-저출생’을 초래한다는 부작용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메가시티에 ‘올인’하는 국힘에 누구보다 비수도권 주민들은, 대통령의 말마따나, “원자탄에도 안 깨질 정도의 거대한 콘크리트 벽”을 마주한 듯한 절망을 느낄 법하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공직사회와 민심의 괴리를 원자탄에도 끄덕 않는 벽에 비유했던 윤 대통령. 이를 깨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현장 목소리를 들어라”고 지시까지 했다. 국힘의 자가당착, 정책 엇박자, 여기다 지방민의 좌절까지 불러올 서울 메가시티. 이에 대한 현장의 절규를 윤 대통령부터 솔선수범, 직접 들어보시라!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전)

육군미래자문위원(전)

국제신문 서울정치팀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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