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30일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김포한강차량기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 자리였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울과 출퇴근이 공유되는 곳은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잡고 진행하려고 한다’며, 김포시 이외의 여타 서울시 인접 경기도 지역까지 포함시키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김기현 대표는 왜 이 문제를 갑자기 들고 나왔을까? 의도는 분명하다. 이 이슈로 내년 총선 때 수도권 표심을 사로잡아보려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만 보자면, 이번 이슈는 잘 설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논쟁을 유발할 수 있고, 둘째 우리는 찬성 상대 정당은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 이전 이슈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이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 이슈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게리맨더링을 상징하는 오래된 그림이었다.(아래) 미국 메사추세츠 주시사였던 엘브리지 게리(E. Gerry)는 1812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인위적으로 선거구를 설정했다.
![게리맨더링을 상징하는 지도그림 [그림=필자제공]](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4486_426779_5047.jpg)
그 모양이 그리스 신화 속 불도마뱀 샐러맨더(salamander)와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이 게리 주지사의 이름과 합성해 만들어낸 신조어가 바로 게리맨더(Gerrymander)다. 게리맨더링을 한 결과 공화당은 해당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미 나돌고 있는 김포시 편입 이후의 서울시 지도는 해괴하기 짝이 없다. 누구도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이런 식으로 행정구역을 획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여 년 전 미국에서 이뤄진 기형적인 정치행태를 소환한 국민의힘이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뜻이다.
![김포를 서울시에 편입했을 때 서울의 지도모습 [그림=필자제공]](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4486_426780_4759.png)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돌아갈 여유를 상실한 국민의힘은 그 조급함 때문에 앞으로 더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고 본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월 1일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반대한다’는 응답이 58.6%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관심 지역인 인천·경기에서 반대가 무려 65.8%였다.(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건국 25년 민주주의 태동기였던 1812년 미국 국민의 수준 정도에 불과하다면, 이 이슈 하나로 불리한 판세를 뒤엎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4.19도 거쳤고 5.18도 겪었으며 6.10 항쟁에 이어 촛불혁명까지 이룬 국민이다. 그런 국민을 업수이 여겼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명지대 연구교수
정치경영컨설팅(주) 대표
전 국회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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