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해당 판결 당일 강하게 항의 "국제법 위반"
한일외교, 부산서 85분간 회담…"日, 부산엑스포 지지...미래지향적 관계 모색하며 현안 극복하자"
박진 "한중일 정상회의 머지않은 시점 가시화 노력…3국 협력 조속 정상화 합의"
부산서 2시간 한중 외교장관 회담…한중관계·공급망·대만 문제도 논의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5990_428609_5421.jpg)
[폴리뉴스 장문영 기자] 한일 외교장관이 26일 부산에서 회담을 열고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 등이 포함됐다.
이날 오후에는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여 3국 정상회의 필요한 준비 가속화가 합의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부산의 한 호텔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약 85분간 회담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이 한국을 찾은 건 지난 9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 위안부 승소 판결에 일본 측 "한국 사법부 판단은 국제법 위반" 시정 조치 요구
한일 외교 장관은 양국간 가장 민감한 쟁점인 지난 23일 서울고법에서 나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에 대해 양측이 입장을 주고받았다.
일본은 줄곧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합의 등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며 "이에 배치되는 한국 사법부 판단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보듯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는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국제면제 불인정'이란 해당 판결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면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국 정부가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은) 합의문에 나와 있듯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 양국이 노력해야 하며, 이런 가운데 양국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계속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부는 일본의 사죄와 정부 예산 10억엔 거출 등을 담은 2015년 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합의를 존중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은 일단 합의 내용을 살려 나가는 방향으로 외교적 틀에서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사법판결 입장과 국민정서와는 사뭇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가장 중시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양국이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양국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소통해 나가자는 취지"라고만 설명했다.
아직 판결문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법적 논점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 일본 정부, 부산엑스포 지지 방침 굳혀
한편, 한일 장관은 다른 양국관계 관련 현안 및 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두 장관은 또 지난 22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북러 무기거래 등 북한 문제에 대해 한일·한미일이 계속해서 긴밀히 대응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더해 현재 진행중인 일제 강제징용 판결금 관련 '제3자 변제' 공탁 관련 소송 등도 거론됐을지 관심이다.
이날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가 2030세계박람회(엑스포)를 부산으로 유치하려는 한국 정부를 지지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30 엑스포 개최지로 부산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26일자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부산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일본이 부산 지지 의사를 재확인할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미 지난 9월 인도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시기에 맞춰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부산 유치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비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최근 한일 정상회담 등에서 2030년 엑스포 부산 유치에 긍정적 호응을 보였다는 취지의 보도는 한일 언론에서 이미 나온 바 있다.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그 연장선상에서 입장 표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3국 협력의 최정점에 있는 3국 정상회의가 빠른 시일내에 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달라”고 하면서 “3국 협력이 2030부산세계박람회와 함께하길 바란다. 좋은 오케스트라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화합의 협주곡 연주를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부산엑스포 지지를 다시금 요청했다.
아울러 두 장관은 한일·한미일 첨단기술 분야 협력, 한일 영사당국간 협력 등을 도모하자는 데 공감했고 유엔 등 다자 무대에서 양국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두 장관은 지난 22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북러 무기거래 등 북한 문제에 대해 한일·한미일이 계속해서 긴밀히 대응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했던 60분을 25분간 초과해 85분간 진행됐다. 한일 회담이 길어지면서 다음에 예정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도 다소 지연돼 시작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분위기에 대해 "쟁점이 돌출돼 서로 공방을 벌인 것이 아니라 제반 사안에 대한 협력 평가 및 나아갈 방향을 양 장관이 조목조목 말하다 보니 초과된 것"이라며 "논박 등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한일관계 발전을 전반적으로 모색하는 가운데 당연히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잘 관리하면서 지혜를 모아 극복해 나가자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 오후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3국간 협력 프로세스 활성화...3국 정상회의 준비 가속화"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APEC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일중외교장관회의에서 한일중 외교장관이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5990_428610_5443.jpg)
이날 오후에는 4년만에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를 재개했다. 한중일 3국은 3국간 협력 프로세스를 활성화하고, 한중일 정상회의가 조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진 오후 일정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1시간 40여분간 3국 외교장관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3국 정상회의에 필요한 준비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중국, 일본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3국 협력 체제의 최정점인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3국 정상회의 개최가 머지않은 시점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일은 지난 9월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에서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번 3국 외교장관 간 합의는 이러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정상회의 개최에 더욱 속도를 붙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박 장관은 3국 정상회의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3국 정상회의는 내년 상반기 개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직전 연합뉴스TV에 출연해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의) 문을 닫진 않았지만 지금 연내 열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정체된 정부간 협의체를 적극 가동해 3국 협력 제도화를 공고히 하고, ▲3국 국민이 체감할 실질협력을 발굴하며, ▲3국 협력이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향후 3대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그간 코로나19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한동안 3국 협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 회의에서 세 장관은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3국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했다.
특히 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핵개발이 역내 평화 안정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3국 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각급에서의 소통을 이어가기로 해, 향후 중국과의 소통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장관은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멀리 나가기 위해서는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한다"며 "3국 협력이 멈추지 않고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 이후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이 함께 결과를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2019년 8월 중국 베이징 회의 이후 4년 3개월여 만이다.
◇ 북한 위협 상황에 대해 중국 측 "앞으로도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
![한국의 박진 외교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26일 오후 부산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5990_428624_1931.jpg)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하 왕 위원)이 북한의 위협 등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한국측 당부에 "앞으로도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2년여 만에 방한한 왕 위원은 이날 오전 부산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한중 양자회담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동북아 정세에서 안정의 힘(穩定力量)이었고,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반도(한반도) 정세 완화를 위해 중국이 상황 안정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북러 협력 등 한반도 문제를 폭넓게 거론하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는 것이 '한중 공동이익'에 해당하는 만큼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하고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남북 군사합의에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조항을 정부가 지난 22일 효력정지한 것은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그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위협을 가하고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는 각 당사국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양비론적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또 양측은 한중 외교안보대화, 외교차관 전략대화, 1.5트랙(반관반민) 대화 등을 적극 가동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 공감했다.
특히 박 장관은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중국 내 한국 기업 활동 보호, 게임·영화 등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만 문제도 거론됐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소위 핵심이익이라고 얘기하는 부분들에 대한 입장 설명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장관은 가까운 이웃으로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중국의 지지를 요청했고, 왕 위원은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왕 위원은 박 장관과 한중일 협력 복원·정상화 의미에 공감하면서 '3국 협력에 중국이 적극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리는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 정상회의 계획이 얼마나 구체화할 수 있을지는 중국의 태도가 중요 변수라는 관측이 많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담 분위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박 장관은 회담 모두에 "이번 회담이 한중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바란다"며 중국어로 "반갑고 환영한다"는 인사를 왕 위원에게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