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양국 간 얽혀있는 실타래 하나씩 풀어야"
왕이 "중한 관계 어려움, 중국이 원한 것 아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 기대감.. 내년 시진핑 방한시 한중관계 새 국면
中 관영 "한중 관계 안정·발전,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

베이징에서 만난 조태열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중국 외교부]
베이징에서 만난 조태열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중국 외교부]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국과 중국 외교수장이 13일 만나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악화된 한·중 관계와 관련해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도 "양국 관계의 어려움과 도전은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이번 만남으로 이달 26~27일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차갑게 얼어 붙어 있던 한중관계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순방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완화하는 성과를 거둠에 따라 향후에는 한미일 3각 동맹을 느슨하게 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태열 "양국 간 얽혀있는 실타래 하나씩 풀어야"

왕이 "중한 관계 어려움, 중국이 원한 것 아니다"

조태열 외교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고위급 교류·경제협력 등 양국관계 전반과 북핵·북한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다.

양측은 모두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 장관은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해나가기 위해서는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대를 확보하고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국 관계 제약 요인을 최소화하고 갈등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방문은 한국 외교장관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이고 한·일·중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며 "방문을 위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얽혀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서 한·중 관계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 걸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도 양국 간 갈등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왕 부장은 "올해는 중·한 수교 이후 양국이 호혜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32년이 되는 해"라며 "중·한 수교와 관계 발전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고 양국 국민들의 염원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중·한 관계에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현저히 늘어났다"며 "이는 양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 측이 원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 우호의 방향을 견지하며 호혜 협력의 목표를 지킴으로서 방해를 배제하고 서로 마주보고 가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회담과 이어 개최된 만찬에서 양측은 ▲고위급 교류·경제협력 등 한중관계 전반 ▲북핵·북한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조 장관은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이 아닌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난관이 있더라도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면서 "고위급을 포함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왕 부장의 방한을 초청했다.

이에 왕 부장은 조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고위급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면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

조 장관은 아울러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하고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또한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왕 부장은 이에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밝히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양 장관은 이와 함께 국민 간 상호인식 개선과 우호 정서 증진을 위해 다양한 교류를 촉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인문교류촉진위 등 양국 외교부 주도의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재개하는 데 공감했다.

또, 지난 30여 년의 경제협력이 서로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원동력이 된 만큼 앞으로도 협력의 여지가 크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 경제협력을 지속·강화하기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정세, 미중관계 등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조 장관과 왕이 부장은 이날 회담과 산책, 만찬을 더해 약 4시간 회동했다. 이날 회담에는 한국에서 정재호 주중대사와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 임수석 대변인, 이준일 북핵외교기회단장, 강영신 동북아국 심의관, 김진동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이, 중국 측에선 쑨웨이둥 부부장(차관)과 류진쑹 아주사장(아시아국장), 마오닝 신문사 부사장(공보국 부국장) 겸 대변인, 천사오춘 아주사 부사장, 왕민 외빈사(의전국)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 기대감.. 내년 시진핑 방한시 한중관계 새 국면

이날 양 장관의 회담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꽁꽁 얼어 붙어 있던 한중관계가 차츰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취임 초기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하자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 여파로 한중 수교 이후 지속되던 대중(對中) 무역 흑자행진도 중단됐다.

지난해 대중국 무역적자는 무려 180억3600만달러에 달한다. 한국이 대중국 교역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30여년 전인 1992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로인해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도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박진 전 장관과 왕이 부장이 대면회담을 가졌고, 이번에는 지난 2017년 11월 강경화 전 장관 이후 6년 반 만에 조태열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한중관계 개선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이번 조 장관의 방중이 왕이 부장의 '초대'로 성사됐고 상대적으로 중국 측이 베이징에서의 한중외교장관회담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앞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고 오겠다"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회동으로 이달 26일~27일로 최종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도 차질 없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이번에 개최되면 2019년 청두 개최 이후 4년 반 만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관례대로 리창 중국 총리가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시진핑 주석이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게 된다면 한중 관계는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최근 시 주석이 프랑스와 헝가리 등 유럽 국가를 찾아 미국의 포위망을 뚫어내는 성과를 거둔 만큼 향후에는 한미일 3각 동맹의 결속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中 관영 "한중 관계 안정·발전,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

중국 언론도 이날 양 장관의 만남을 자세히 다루며 한중관계 개선 기대감을 보였다.

뉴스1에 따르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4일 논평 기사에서 "조태열 장관이 '이번 방문이 한중 관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며 "그간 한중관계가 비정상적 상태임을 반영하는 것과 동시에 조속히 한중관계가 정상 궤도에 오르길 바라는 양국 국민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구시보는 "조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한국 측이 추진해 온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을 가까이하는' 정책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한중관계의 조정과 개선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한국 외교장관이 이번 방중과 관련해 한 언급은 한국이 대중국 외교에 한발짝 더 다가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인 관광객들이 장자제(장가계)를 방문하거나 푸바오의 인기가 높아진 것을 거론하며 "양국 경제 및 문화 교류 측면에서 상호 작용이 지속해서 복원되고 있다"며 "조 장관의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의 펀더멘털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중관계에 있었던 기복은 근본 이익이 충돌하거나 전략적 경쟁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 의존과 내재한 동력이 끊어진 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한중 관계의 안정과 발전은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며 양국 국민과 산업계의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양측이 고위층 소통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안정적 한중관계의 비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서로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관계의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산업 분야에서 한중이 약간의 경쟁을 갖고 있지만 이것은 양국 경제무역 관계의 주류가 아니며 양국이 적대 관계에 접어든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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