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시장 비위' 송철호 → 민정수석실 → 황운하 경찰청장.. 하명수사 인정
재판부, 대통령 비서실 책임 언급.. 조국·임종석 재수사 명분 생겨
국민의힘 "문재인 정권 청와대 주도 악질 범죄" "대통령 기록관 압수수색해야"
임종석 "단순 이첩한게 전부" "재판서 기획·공모 드러난 사실 없어"

이른바 '문재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문재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른바 '문재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조국 전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으나 임 실장은 "문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여서 조직적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허경무·김정곤)는 전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피고인 15명에 대해 일부 유죄,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법원은 여러 의혹 중 하명수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6명에 대해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전 울산경찰청장)에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하명 수사 개입 혐의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등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당대표) 관련 수사를 공모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전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송 전 시장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편법 정치후원금 수수 연루 의혹'과 동생이 울산시 북구의 아파트 건설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등의 비위 정보를 청와대에 전달했고, 이 내용이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에서 황 의원에게 전달됨으로써 '하명 수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1심 선고는 검찰이 2020년 1월 29일 공소를 제기한 뒤 4년 가까이 지나 나온 판결이다.

송 전 시장은 자신의 선거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돼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돼 직을 잃어야 하지만, 임기를 채워 퇴임한 상태다.

황 의원은 국회법 등에 규정된 의원직 상실형(금고 이상)이 선고됐지만, 임기 만료인 내년 5월까지는 확정판결이 날 가능성이 작아 역시 임기를 끝까지 채울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 대통령 비서실 책임 언급.. 조국·임종석 재수사 명분 생겨

이번 1심 유죄 판결에 황운하 의원 등은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송 전 시장은 "인정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다"며 "검찰의 편향된 주장만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기소 자체가 잘못됐으며 항소심 재판을 통해 진상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 의원 역시 "송 전 시장의 청탁을 받거나,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김기현 측근을 표명 수사한 사실이 없다"며 "부패 혐의에 대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통상적인 절차에 의해 적법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다시 한 번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황 의원은 "검찰 측의 일방적인 주장과 불리한 증거를 조합해 검찰의 표적수사에 꿰맞추기 판결을 했다"며 "검찰의 보복 기소이자, 윤석열 정권의 '황운하 죽이기'와 같은 보복 판결임이 명백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관련 사건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조국 전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한 검찰 재수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조국 전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의 관여가 의심되는 정황은 있으나 혐의가 인정될 정도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지난 2021년 4월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청와대의 첩보 보고서 작성·이첩 과정이 정상 업무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하면서 대통령 비서실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만큼 추가 수사 동력이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선출된 지자체장에 대한 감찰이나 비위 정보 수집, 수사기관 이첩은 대통령 비서실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현직 시장 비위 정보를 수집하고 정식 공문 절차가 아닌 인편으로 이첩하는 게 통상 업무라면 대통령 비서실에서 권력을 이용해 정치인이나 민간인을 사찰하고 수사 의뢰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데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야권을 향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 서울고검 측 관계자는 "선고 결과와 공판 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판단할 예정"이라며 "자료가 많아 바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문재인 정권 청와대 주도 악질 범죄" "대통령 기록관 압수수색해야"

김기현 대표는 30일 "이 모든 배후에는 자신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는 것이 평생소원이라고 한 문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는 게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해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3·15 부정선거'에 비견하면서 "정치테러",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주도한 악질적 범죄", "고위 공직자들이 조직 폭력배처럼 자행한 노골적 선거 공작"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뒤에 숨어 국민 주권을 도둑질하려 했던 세력의 진짜 몸통과 배후가 누구인지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다 안다. 청와대 8개 부서가 총동원되며 경찰이 전면에 나서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거대한 선거 공작이 겨우 청와대 일개 비서관에 의해 결행됐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대표는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의 지휘하에 선거 공작의 진실을 밝히려는 검찰 수사 진행을 문재인 청와대의 민정수석비서관이 방해하고 가로막았다는 정보도 들었다"며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재개도 촉구했다.

아울러 "검찰 수사 당시에도 법원이 정당하게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문재인 청와대가 거부하는 바람에 증거 수집이 좌절된 바 있는데, 관련 자료가 남아있을 문재인 정부 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권력 상층부가 개입한 반민주적 행태인데도 사건이 벌어진 지 5년6개월, 재판에 넘겨진 지 3년10개월 만에 1심 선고가 이루어졌다"며 "재판이 하염없이 늦어지는 동안 송철호 울산시장은 무사히 임기 4년을 다 채웠고, 경찰간부에서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탈바꿈한 황운하 의원은 의원 임기를 거의 다 채웠다"고 지적했다.

김가람 최고위원은 "김기현 울산시장을 청와대까지 나서서 제치려 했던 사건의 결과, 김 시장은 야당 원내대표가 돼 정권교체에 큰 공을 세우고 집권여당 당대표로서 총선을 앞두고 있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획책했던 이들은 처벌을 받을 것이고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종석 "단순 이첩한게 전부" "재판서 기획 공모 드러난 사실 없어"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여서 조직적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자신을 비롯해 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재개돼야 한다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주장한 데 대해 "너무 본인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실장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비서실장의 비위 제보와 첩보를 보고받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반부패 비서관에게로 첩보를 넘겼고, 반부패비서관은 이 내용을 해당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이첩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도 기획이나 공모가 드러난 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기관에 단순 이첩한 것뿐인데, 이것 자체도 직권남용이라고 봤다. 이건 법원 판단을 더 구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립되지 않으면 행정부가 혼란을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송철호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란 의혹에 대해서는 "까마귀 날았다고 배 떨어진 걸 자꾸 그렇게 이야기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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