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화된 지역적 지지기반 재편되어야

22대 총선은 정치지형과 정당정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다. 
22대 총선은 정치지형과 정당정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다. 

[김만흠(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새해 들어 오면서 본격적인 22대 총선 경쟁이 시작됐다. 이번 총선은 정치지형과 정당정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라 하겠다.

정치학에서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는 지지기반이나 정당이념, 정당정치 지형이 결정적으로 재편성되는 선거를 말한다. 그 변화의 기준을 여러 차원에서 볼 수 있다. 그만큼 변화의 주기도 길게, 또는 짧게 가늠할 수도 있다. 민주화 이후 보수-진보 패러다임의 변화 차원에서 볼 수도 있고, 양극화된 진영체제도 있고, 당장은 윤석열 정권과 이재명의 민주당이 만들고 있는 비호감의 적대적 공생체제일 수도 있다. 선거결과에 따른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현재 여야의 공생체제에서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이후 몇 번의 정치지형 변화 또는 변화시도가 있었다. 1990년의 3당합당이 1차로  두드러진 변화였다. 민주화 세력의 한 축이었던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권위주의 시대 집권세력과 통합했다. 그리고 김영삼 진영이 통합정당 민자당(신한국당)을 주도하면서 민주화 운동 시기의 대립축은 부분적으로 희석되었다. 그러나 또한 이때부터 영남 기반의 정당과 호남 기반의 정당으로 한국 정당의 유권자 편성이 양분된다. 이후 몇 번의 정당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양분된 지역기반의 정치는 지속되고 있다.

민자당에서 오늘의 국민의힘으로 이어진 정당은 흔히 보수 정당으로 분류된다. 민주화 세력이었던 김영삼이 이 정당을 주도하며 집권하기도 했으나, 영남기반의 전통적 집권세력을 토대로 한 정당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상대 민주화 세력과 대조되면서 권위주의 시대 집권세력의 유산이 부각된 면도 있다. 노무현 정권 시기부터 양대 정치세력이 보수-진보 개념으로 분류되기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확실하게 보수-진보 프레임으로 언론과 정치권에서 구분했다. 

오늘의 국민의힘은 탄핵 이후 길을 잃다가 이준석 대표체제가 되면서 젊은 보수정당으로 재편되는 듯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여당이 된 이후 윤대통령의 리더십이 당 이미지를 압도하고 있다. 총선에 대비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과연 국민의힘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윤석열-한동훈으로 이어지는 정당이기 때문에 애초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주도하는 ‘개혁신당’이 기존 보수 정치 진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변수다.

오늘의 민주당으로 이어진 세력은 전통적인 민주화 세력에 김대중의 노선, 노무현의 노선이 더해지면서 상대적인 진보 성향이 도드라졌다. 3당합당 이후 민주당의 역사에서 새천년민주당을 대체한 열린우리당 등장은 주요한 변곡점이었다. 김대중의 정당에서 노무현의 정당으로 바뀐 셈이다. 열린우리당이 지지를 잃고 실패하면서 노무현 진영이 해체되는 듯했으나, 노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부활해 통합민주당을 주도하며 오늘의 민주당 중추세력이 됐다. 물론 이재명 대표체제의 민주당은 또 다르다. 방탄과 검찰공화국 공방 속에 정책 의제는 보여주지 못했다. 노사모 시기부터 조금씩 보인 정치 집단의 유사 종교화 경향이 이재명 대표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극대화돼 있다. 

민주당은 대북포용노선, 인권과 복지를 정책 기조로 강화하며 민주화 이후 정당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그러나 대북포용정책은 현실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인권과 복지는 보편적 의제가 돼버렸다. 점차 국민 다수에 호소하는 민주당의 차별적 정치 명분이 희미해졌다. 무엇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주목하지 못하면서 민주화 세력의 기반 자체를 스스로 잠식했다. 민주화의 동력이었던 선악의 투쟁방식은 이제 다양성과 공존이라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주요 정치적 기반이자 명분이 약화된 민주당은 진보세력, 민주화세력을 표방할 뿐 그냥 권력이권의 카르텔 조직처럼 돼버렸다. 더구나 최근 도덕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민주주의와 도덕성이라는 민주당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런 배경에서 이낙연 전 대표나 당내 ‘원칙과 상식’ 모임 등이 탈당 또는 신당 결성 등으로 새로운 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렇듯 여야 정당 모두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으나 1990년 3당합당으로 만들어진 지역균열의 유권자 편성이 계속되고 있다. 충성스런 지지라기보다는 지지기반의 식민화라 하겠다. 정당민주주의 이론대로 유권자가 주도하는 정당정치가 아니다. 유권자는 식민화되고 정치 카르텔 그들끼리 경쟁하는 정당정치다. 

22대 총선에서 여야의 승패는 대통령의 리더십,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운명, 각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대선거다. 그러나 정당정치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동반하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가 되어야 할 터이다. 검찰리더십의 정당이 돼버린 국민의힘, 민주화의 명분이 소진된 민주당, 이번에 혁신하면서 재편되는 계기가 될까? 여야 진영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신당들이 정당 재편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지 못한 비호감의 공생정치가 재편되는 총선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 만 흠

- 폴리뉴스 논설고문

 - 한성대 석좌교수

 -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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