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감쌌던 것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었구나' 싶었다”
“SNS상에서 설전을 벌였던 진중권 교수에게 미안해”
“지금의 ‘진보’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한동훈 말도 맞고, 이준석 옳은말 하니 예뻐"
“20세기에 진작 끝냈어야 했던 이념 잔치를 여기까지 끌고 와”
![지난 15일 경남 하동군 평사리 자택에서 공지영 작가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1/632309_435445_3620.jpg)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공개 지지하며 '조국지킴이'로 활동했던 공지영 작가가 “욕을 먹으면서도 그(조국)를 감쌌던 건 당시로선 나름의 애국이고 희생이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떠들었구나 싶었다”고 고백하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3년 만에 신작 에세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출간한 공지영 작가는 23일 공개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중에 과오가 드러났을 때 그(조국)가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 작가는 신작 에세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통해서도 “그런 사람일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상상을 못 했어요. 꽤 오래 친분이 있었기에 배신감은 더 컸죠”라고 적었다.
특히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열렬하게 옹호했던 한 사람이 내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한때 ‘지킴이’를 자임했던 유명인사를 거론해 화제가 됐다.
당사자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과거 자신이 공개 지지했던 조 전 장관을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자신과 '조국 전 장관'에 대해 SNS상에서 설전을 벌였던 진중권 교수에게는 “미안해 죽겠다”며 정중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공 작가는 지난 2018년 소설 '해리'를 발표했을 당시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은 진보의 탈을 쓴 사기꾼들"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동훈 세비 반납 주장도 맞고, 이준석도 옳은 말 하니 예뻐 보여” "아직 보수 전향은 아니고..."
그는 “그렇게 뒤통수를 맞았음에도 우리 86세대는 그래도 자기가 한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믿었던 것이 화근” 이라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본인들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지금의 ‘진보’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 고 말했다.
공 작가는 “과거 조·중·동 등 보수성향 매체의 기사는 아예 읽어보려고도 하지 않고, 종편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특정인에게 날을 세웠던 자신이 얼마나 편향된 사고로 이 모던한 세상을 재단하며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돌아보게 됐다” 는 고백이다.
그는 “요즘은 금고 이상 징역형 확정시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하게 하자는 한동훈의 주장은 아무리 국민의힘이라도 맞는 말이고, 예전 같으면 ‘박근혜 키즈’라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이준석도 옳은 말을 하니 예뻐 보인다고 농담처럼 얘기한다” 며 웃기도 했다.
다만 '이념의 전향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보수'로 간 것은 아니다” 라며 “단 우리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지지하지 않고 비판적 자세를 취하며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20세기에 진작 끝냈어야 했던 이념 잔치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며 “86 운동권이 국회의원이 되고,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는데도 여전히 낡고 이분법적인 논리를 내세우며 80년대식 구호를 외치는 이데올로기적 동지들과 결별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라고 못 박았다.
공 작가는 “소위 '진보적' 발언을 아무렇게나 하면 다수가 되겠지만 말로만 하는 위선자들은 다 싫다”며 “진보, 보수가 아니라 그 앞에 붙는 '합리적', '극단적' 등 수식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