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당원 투표 실시에 비판 거세지자 하루 만에 선회한 듯
이종훈 “뒤에서 조작질하는 이재명 아닌 정면돌파하는 이재명으로 포장하려는 것”
장성철 “이미 시점 늦어...대통령제·소선거구제 하 양당제 타파 불가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일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대한 당 입장을 결정할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했다. 전 당원 투표 실시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자 하루 만에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대선 공약과 달리 ‘병립형 회귀’에 의중이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정치적 비난을 이 대표 홀로 떠안는 ‘책임정치’를 구현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총선이 7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당리당략에 따른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전날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제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못된 짓은 다 전 당원 투표로 한다”며 “제일 불길한 것으로 최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총에서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기를 촉구한 바 있는 만큼 저희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전 당원 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여진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갈 걸 그랬다. 정치하기 너무 편할 것 같다”며 “뭐라고 이야기하더라도 얼마든지 말을 바꿔도 되고 거기에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전 당원 투표를 꼭 하겠다는 건 아니다. 필요하면 하겠다고 해서 사무처에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한 것이 과도하게 보도된 것”이라며 “또 전 당원 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1안과 2안 중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정해서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고 그 안을 다시 당원들에게 물어서 동의를 받겠다는 절차적 과정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 장시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논의한 뒤, 이 대표에게 최고위원 결정 권한과 의원총회, 당무위, 중앙위, 전 당원 투표 등 향후 어떤 절차를 밟을지까지 위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책임정치’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봤지만 ‘권역별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 행태는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하는 것에 대해 당내 불만이 많은데 이번 사안은 내가 결정하고 정치적 비난은 내가 안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뒤에 숨어서 조작질하는 비겁한 이재명이 아니고 정면 돌파하는 담대한 이재명으로 포장해 나갈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이 대표가 ‘권역별 병립형 회귀’를 선택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지금 준연동형으로 가도 위성정당을 만들면 비판받는 건 마찬가지다. 국민들한테 이래도 비난받고 저래도 비난받으니 그렇다면 실리를 택하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당내 이탄희 의원 등 준연동형 유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제안한 ‘비례연합정당’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지난 번처럼 위성정당을 노골적으로 만들기가 민망하니까 소수 정당들이 움직이는 식으로 하고 민주당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은 모르는 척 그림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면 민주당이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병립형을 선택할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선택할 경우 이에 반발해 일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정의롭지 않은 결정이기 떄문에 탈당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닐 것”이라며 “탈당은 공천을 받느냐, 안 받느냐의 문제가 핵심일 테고 거대 양당 입장에서는 병립형으로 가는 것을 속으로는 다들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 당원 투표라는 건 무책임한 정치 지도자의 모습이라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이미 시점이 늦었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결정을 당리당략에 의해 하는 것 역시 지도자 답지 않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장 소장은 어떤 비례제를 선택하든 거대 양당이 의석수를 많이 얻기 위한 선택일 것으로 봤다. 그는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를 얼마나 더 많이 얻을 수 있을까, 자기 사람을 더 많이 챙기는 데는 어떤 제도가 더 유리한가 그것이 판단 기준이지 선거제 개혁이나 정치 혁신 차원에서 접근하는 건 아니다”라고 봤다. 

장 소장 역시 당내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일임을 했으니까 거기에 다른 소리한다는 것은 공천에 불이익을 받는 등 대단히 정치적으로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의 뜻을 따르겠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면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로의 개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 국회 전원위원회 등을 통해 다당제 구축을 위한 선거제 개편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는 듯 보였음에도 총선이 다가오자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을 거듭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이번에 결정하면 (선거제 개혁은) 끝”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다만 제3지대의 역할에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국민들이 과거 국민의당을 지지했듯이 중도 진영의 제3지대 신당을 밀어준다면 이들이 원내 교섭단체 정도 의석을 얻어 지렛대 역할을 해서 선거제 개편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장성철 소장은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 하에서 양당제 타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제3정당이 의미 있는 의석수를 얻어 원내 교섭단체가 되면 거대 양당은 더 위협을 느껴 오히려 병립형을 계속하려고 할 것”이라며 “대통령제·소선거구제와 같은 권력구조 개편 없이 비례대표 47석만 바꾼다고 제3정당·소수정당 3~4개가 의미 있는 원내 교섭단체가 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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