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아픈 유세 대신 고품격 공연.. 인형탈 쓰며 친근감 공략
여야 후보들, 쓰레기 줍는 플로깅 유세로 봉사 정신 어필
정운천 후보, 삭발에 함거 동원해 한표 읍소.. 한국농어민당 관짝 들고 유세
즉석에서 수학 문제 풀이.. 이색 유세차량도 눈길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4·10 총선이 엿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마음도 급해지고 있다. 한번이라도 더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관심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거운동에 접목하고 있다.
푸바오나 슈퍼맨, 북극곰과 같은 대형 인형탈을 쓰고 유권자들을 만나거나 지역구를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유세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귀 아픈 유세 대신 고품격 공연.. 인형탈 쓰며 친근감 공략
성남 분당갑 민주당 이광재 후보의 거리유세에서는 팝페라 공연이 펼쳐져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후보는 공식선거 시작일인 지난달 28일부터 '이 후보를 응원하는' 아마추어 팝페라 4인조가 유세차에서 작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익숙한 동요인 '고향의 봄'부터 이탈리아 가곡 '오솔레미오(O Sole Mio)',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i Funicula)', 영화 '국가대표'의 삽입곡인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까지 다양한 곡으로 분당·판교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유세 초반에는 멀찍이 떨어져 머뭇거리던 분당·판교 시민들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후보 캠프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판다 곰 '푸바오' 모양을 한 대형 인형 탈로 이색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 어른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대형 인형 2개를 도입해 거리유세 등 유권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출동하고 있다. 이같이 '푸바오 선거운동'은 특유의 친근감으로 후보자가 쉽게 각인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 '선거운동'보다는 사진 찍는 '포토 존'이 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백곰과 상어, 코끼리가 깜짝 등장한 경우도 있다. 박재호 민주당 부산 남구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은 지난달 30일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 동물 에어슈트를 입고 나타났다. 주말 공원을 찾은 아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친밀감을 형성하려는 시도다.
아이들은 상어 에어슈트를 조심스럽게 만져보거나, 코끼리 인형탈의 긴 코를 신기한 듯 잡아봤다.
배현진(송파을)·박정훈(송파갑) 후보와 김근식(송파병) 후보는 서울 송파구 서호사거리에서 아이언맨과 함께 지원유세를 했다.
수천 명의 인파가 모인 유세장엔 아이언맨뿐 아니라 영화 트랜스포머의 등장인물 범블비도 등장해 댄스팀과 함께 춤을 추는 등 유세 분위기를 띄웠다.

인천 미추홀구에는 슈퍼맨이 등장해 주민들의 호기심을 이끌었다.
심 후보 캠프 선거운동원은 "슈퍼맨과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율동을 하고 있다"며 "오전엔 초등학교 앞에서 심재돈 후보자와 함께 이 복장으로 인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공약을 홍보하기 위해 '1일 요리사'를 자처한 후보도 있다. 서울 송파갑 박 후보는 빨간색 앞치마와 요리사 모자를 쓴 채 이날 아침 7시쯤 송파역 인근 중·고등학교 등굣길을 찾았다.
그는 빨간색 요리용 뒤집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자신이 내건 ‘고3 천원의 아침밥’ 공약을 홍보했다.
22대 총선 홍천·횡성·영월·평창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허필홍 후보의 보름달 유세가 화제다. 허필홍 후보는 밤마다 충전식 LED 광고판을 어깨에 메고, 지난달 영월을 시작으로 홍천, 횡성, 평창 지역을 돌며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충전식 LED 광고판의 크기는 약 60∼70㎝의 둥근 모양으로 야간에 환한 빛을 내 보름달처럼 보여 일명 '보름달 유세'라 불리고 있다.
허필홍 후보는 "영월(young月)이 젊은달이라는 의미가 있어 보름달 유세를 시작했다"며 "보름달처럼 홍천·횡성·영월·평창 지역을 환하게 비추는 의정활동을 펼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여야 후보들, 쓰레기 줍는 플로깅 유세로 봉사 정신 어필
경기 안산시 박해철 민주당 후보는 지난 3일 원곡동 다문화거리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플로깅을 하며 선거운동을 벌였다. 플로깅은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날 박해철 후보의 플로깅 유세에는 원곡동 주민 20여 명이 함께 했다.
박 후보는 "최근 환경보호를 위해 플로깅이 대세로 떠올랐다"며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된 원곡동에서의 플로깅을 통해 원곡동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 중·영도구 선거구 국민의힘 조승환 후보와 같은 당 부산진을 이헌승 후보도 플로깅에 동참했다.
이 후보는 "공부하기 전에 책상 정리를 하고 싶어지듯이 유세하기 전에 길거리가 지저분하면 꼭 청소하고 싶어진다"며 봉사 활동 모습을 SNS에 올렸다.
조 후보도 자신의 유세를 '줍길 챌린지'라고 이름을 붙이고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어필을 하고 있다.
개혁신당 구리시 김구영 후보는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공식 선거일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갈매천을 시작으로 쓰레기 줍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장에서 운동원들은 한 손에는 쓰레기봉투를, 다른 한 손에는 집게를 쥐고 쓰레기를 주우며 유권자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쓰레기를 청소하는 후보와 운동원의 모습을 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실제로 운동원들이 하루 동안 수거하는 쓰레기는 10ℓ 대형봉투 4~5개에 달한다.
김 후보는 "선거에 출마한 공직후보자는 나라의 일꾼이 되기 위한 과정이므로 이에 따른 강한 책임감은 유권자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며 "시민들에게 쾌적하고 깨끗한 지역사회를 위해 몸소 실천하는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운천 후보, 삭발에 함거 동원해 한표 읍소.. 한국농어민당 관짝 들고 유세
국민의힘 정운천 전주시을 후보는 지난달 28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삭발과 함께 함거(조선시대 때 죄인을 실어나르던 수레)에 올랐다. 정권 심판론이 거센 호남에서 지역 유권자에게 속죄한다는 취지다. 정 후보는 함거에 들어가기도 했다.
정 후보는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에도 LH전북 유치 실패를 사죄하며 함거 유세를 한 바 있다.
정 후보는 "일당독주 한풀이 선거는 이제 끝내야 한다. 국민의힘 집권여당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한국농어민당 황의돈 남원·장수·임실·순창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부터 관을 들고 나왔다.
황 후보는 지게에 관을 싣고 지역을 돌며 자신을 알리고 있다. 황 후보는 관을 들고 나온 이유에 대해 "중국산 농산물 수입으로 농민들의 수입이 폭락했다"며 "농촌이 죽었다는 의미로 관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석에서 수학 문제 풀이.. 이색 유세차량도 눈길
부산 사하을 민주당 이재성 후보는 유세 중 우연히 만난 고등학생에게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무려 236만회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포항공대, 고신대 의대를 거쳐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33세에 CJ인터넷 이사를 시작으로 넷마블, NC소프트 등 임원만 18년을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 후보는 해당 영상에서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자존심을 지켰다"며 유머러스하게 글을 올렸는데 "이런 유세는 처음 본다"는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됐다.
정희윤 개혁신당 경기 수원갑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을 앞두고 유세차량을 직접 제작했다.
화물차량 화물칸을 개조해 단상으로 활용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운전석 천장 부분에 무대를 설치해 먼 거리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쉽게 얼굴을 알릴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재치있고 유쾌한 모습으로 친근감을 더하기 위해 개그맨 김원효씨와 YTN사이언스 ‘별별실험실’에서의 1년간 함께 방송할 당시 사용했던 무지개 가발을 착용한 모습으로 선거 벽보와 공보물을 제작한 점도 눈에 띈다.
수원시장애인야구단 감독으로 재임하며 인연을 맺은 장애인들을 선거사무원으로 고용하는 등 장애인 공동체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여타 후보들과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기간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었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선거운동을 펼쳐 많은 분들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을 선거구에 출마한 진보당 윤민호 후보는 '자전거유세단'을 꾸렸다.
자전거 앞에는 알록달록한 색상을 넣은 바람개비를 달고, 뒷자리에는 꽃바구니를 연상케하는 형형색색의 꽃들로 치장했다. 5~6명의 유세단은 한껏 꾸민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누비며 윤민호 후보를 알리고 있다.
민주당 일당독점으로 본선이 사라진 광주 정치판에 축제 같은 즐거움을 주는 선거를 만들고, 꽃을 선사 받듯 시민이 대접 받는 정치로 바꾸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라는 게 윤 후보의 설명이다.
과거 선거에서 유세를 할 때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다녀 화제를 모았던 순천·광양·곡성·구례 을 선거구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는 장비를 '업그레이드' 했다.
이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밀짚모자 대신 헬멧을, 자전거 대신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며 밑바닥 표심에 다가서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색(黨色)인 빨간색 대신 평범한 점퍼와 면바지를 입고 '천지개벽'이라 적힌 흰색 헬멧을 쓴 채 스쿠터로 유세를 펼치는 중이다. 동네 옆집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는 '친근함'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