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 종료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4/645889_451342_341.jpg)
4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른바 영수회담을 가졌다. 마치 남북 정상회담처럼 비중있게 다뤄졌다. 진행 과정에서부터 정국분석의 주요 소재가 됐고, 회담 상황이 생중계됐다. 일상적 국내정치가 될 수 있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이 이렇게 특별한 일이 돼버린 게 요즘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정국 변화의 특별한 전기를 만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처음 가진 공식적인 회담으로 상호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 정도에 의의를 둘 수는 있겠다. 이마저도 대통령에 대한 심판과 야당의 기세로 끝난 22대 총선 결과가 만들어낸 것이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을 두고 ‘3년은 너무 길다’고 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3년이고, 나아가 남은 3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당의 참패로 나타난 총선 민심은 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여당에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분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29일의 회담에서도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물론 정권의 축인 국정기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판여론에 호응하지 않는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소통의 문제를 자인하며 사과했다.
윤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국정운영 리더십 문제다. 그의 검찰식 리더십이 야당의 사법리스크를 볼모로 오만이 더해져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일부에서는 무속인 또는 김건희 여사의 영향이 민주적 리더십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민주적 리더십의 1차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소통의 문제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도 총선민심으로 받아들이며 사과했다. 그러나 홍보수석의 역할을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소통이라 인식하고 있다면 곤란하다. 소통은 일방적 홍보나 지지세력의 단합대회가 아니라, 비판의견에 호응하며 이를 수렴하는 것이다.
과연 윤 대통령이 기존의 통치형 리더십, 검찰식 리더십으로부터 소통을 동반하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변신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회의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기존의 일방주의적 리더십은 총선도 끝난 마당에 이제 여당 내부에서도 그대로 관철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2년 윤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검찰식 리더십은 민주적 리더십으로의 변신과 레임덕 상황의 기로에 서게 됐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정권심판과 정치재편의 결정적 무대이다. 이번 22대 총선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 기능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치의 발전적 재편 계기가 되지는 못했다. 포퓰리즘이 동원되는 적대적 진영정치는 더 악화되었다. 홍위병을 거느린 기존의 교조정치가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완성됐고, 팬덤을 등에 업은 ‘벤데타(Vendetta/복수)' 정치가 기세를 펼치며 가세했다. 야당 주도세력의 두 대표가 모두 형사피고인이라는 세계 정당정치사 초유의 기록도 세웠다. 대장동 변호사 출신 후보 전원이 원내로 진입해 입법부 내부의 방탄 호위무사가 됐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지만, 정당과 국회를 피의자, 피고인들이 대의권력으로 변신해 보호받는 소도(蘇塗)로 만들고 있다.
윤 대통령을 두고 ‘3년은 너무 길다’고 했지만, 이를 대체하겠다며 의회권력을 장악한 세력들의 4년도 걱정이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보아왔던 바이다. 3년 뒤에는 이들이 야당으로 남을지 집권여당이 될지 알 수 없다. 총선 이후, 윤대통령의 3년, 야당의 3년이다. 정권과 야당의 역학관계는 야당 우위로 기우는 추세다.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도 집권 초반과는 다르기 마련이다. 과연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바뀌면서 국민 지지를 새롭게 받을 수 있을지, 여전히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야당 세력이 지난 2년의 방탄정치와는 다른 정치를 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구호는 민생을 내세우면서, 실제는 권력카르텔의 진영정치가 주도하는 한국정치가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희망해본다.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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