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회 이어 교무회의서도 학칙개정 불발.. "의대 증원,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교육부 "시정명령,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조치" 강경 대응
14일 충북대 교무회의 결과 관심.. 의정갈등 교육부-대학으로 확산 조짐
의대교수들 "학칙개정 부결 환영.. 교육부, 심의권 존중해야"
정부-의료계, 의대증원 회의록 진실공방 가열.. 법원 판단도 변수

부산대가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하면서 증원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연합뉴스]
부산대가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하면서 증원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부산대가 의대 증원 학칙 개정안을 부결하면서 증원에 제동이 걸린 것. 정부는 즉각 시정명령을 내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다른 의대에서도 학칙 개정안이 부결될 경우 의정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의사단체는 이번 학칙 개정안 부결에 대해 환영 메시지를 내며 "교육부는 시정명령 및 학생모집 정지 등 강압적 행정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증원 회의록의 존재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회의록이 없는 경우, 정부에 의대 증원 2000명의 과학적 근거를 요구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교수회 이어 교무회의서도 학칙개정 불발.. "의대 증원,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부산대 대학본부는 7일 오후 교무회의에서 의대 증원 정원 규모를 확정 짓는 학칙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최종 부결됐다.

앞서 부산대는 지난달 30일 내년도 의대 선발 인원을 163명으로 확정한 2025학년도 대합입시전형 시행계획을 대교협에 제출했다. 기존 정원 125명에 교육부로부터 배정받은 증원 인원 75명의 50%인 38명을 더한 수치다.

원칙적으로는 학칙개정 후에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해야 하지만 순서를 변경해도 무방하다는 정부의 안내에 따라 부산대는 시행계획 변경을 선행했다.

하지만 이날 교무회의에 차정인 부산대 총장을 비롯해 단과대학 학장, 보직교수 등 교무위원 33명이 참석해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개정 협의에 나섰으나 최종 불발된 것이다.

지난 3일 대학평의원회 및 교수회평의회 심의에서 학칙개정이 만장일치로 부결된데 이어 교무회의에서도 부결처리 되면서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기존과 동일한 125명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대에 따르면, 이번 교무회의에서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해 적절한 규모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모았으나 개별대학이 증원규모를 확정하기 전에 국가공동체의 책임 있는 주체들이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선행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반영됐다.

부산대 관계자는 "교무위원들은 대학이 최우선으로 고려할 사항으로 의대생 집단유급 위기와 전공의 부재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결정을 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문을 통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정합의체를 구성하고, 과학적 추계를 통한 미래 의사 수 산정과 의대 증원을 결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더 이상의 의료파국을 피해야 할 것"이라며 "의대정원 증원을 거부했을 때 부산대는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을 받겠지만 올바른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시정명령,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조치" 강경 대응

14일 충북대 교무회의 결과 관심.. 의정갈등 교육부-대학으로 확산 조짐

이번 부산대의 학칙 개정 불발에 대해 교육부는 시정명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대학의 장이 학칙으로 정할 때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즉,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고, 이에 따라 교육부가 32개 의대에 증원분을 배정한 대로 대학은 학칙을 개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교육부는 부산대의 학칙 개정안 부결 소식이 알려진 이후 "부산대의 학칙 개정이 최종 무산됐다면 교육부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게 되면 학생 모집정지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후 다른 의대들도 비슷한 결론을 내릴 경우에는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정갈등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보건복지부와 의사단체간의 갈등이지만, 교육부와 대학간의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대도 오는 14일 교무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등을 내용으로 한 '일부개정 학칙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기존 49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반영됐다. 다만 대학 측은 내년도의 경우 정부의 자율증원안에 따라 기존 증원분의 50%만 반영, 125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의대교수들 "학칙개정 부결 환영.. 교육부, 심의권 존중해야"

부산대의 학칙 개정안 부결에 대해 의대교수단체는 교육부에 "심의권을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8일 '부산대학교 의대정원 증원 학칙개정 부결을 환영하며'라는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전의교협은 "정부로부터의 각종 불이익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도 불합리한 정책을 거부한 부산대학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부산대 결정은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법치주의 국가의 상식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지극히 온당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엔 "학칙개정 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고등교육법 제19조의 2 대학평의원회의 학칙개정 심의권을 존중하라"며 "학칙개정 등 시행계획 변경에 필요한 절차를 사후처리하라는 탈법 조장 행위와 강압적 행정 처분을 즉시 멈추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일부 대학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학칙개정 절차에서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무시해왔었다면, 지금부터는 부산대학교의 사례를 본받아 학칙개정을 위해서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선행토록 명시한 고등교육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혹시라도 시정명령 및 학생모집 정지 등의 강압적 행정 조치를 취해서는 안될 것이며, 부산대학교 교무회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의료계, 의대증원 회의록 진실공방 가열.. 법원 판단도 변수

최근 정부에 의대 증원 2000명의 과학적 근거를 요구한 법원의 판단도 변수로 남아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를 심리하고 있는 서울고법은 오는 10일까지 정부 측에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한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다. 또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 전까지 정원 최종 승인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에 정부는 '2천명 증원'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을 보관하고 있고 이를 10일까지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은 정부가 제출하는 근거 자료 등을 참고해 의대생 등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제출한 의대 증원과 대학별 배분 결정의 효력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 결정을 이달 중순까지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위원회로, '공공기록물관리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체다.

정부는 보정심 회의록이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나, 의료계는 정부가 회의록을 급조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한 언론의 정보공개청구에 보정심 회의록이 없다고 했었다"며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회의록을 작성해 보관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말을 바꿨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아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양자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은 의협과의 합의에 따라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전의교협은 "공공기관의 회의록 작성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 정부 방침대로 의대증원이 추진되겠지만, 만약 인용되면 의대증원에 제동이 걸리면서 내년도 입시에는 예년 수준으로 의대생을 모집해야 한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과학적 근거 제출, 회의록 제출 등을 명하신 고등법원에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면서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요구한 자료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면밀한 검토를 해서 탄원서와 함께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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