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근거 없어"
의료계, 보정심 회의 …'요식 행위'에 불과해 지적
참석한 위원 23명 중 총 19명이 찬성 의사인 위원 4명 반대
정부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등 2035년에 1만명 의사 부족할 것"
![의대 증원 반대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5/647951_453539_4757.jpg)
[폴리뉴스 양성모 기자]의정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정부 측이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논의와 결정의 근거 자료 내용을 공개했다.
또 의사단체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도 부재했음을 밝혔다.
1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의사단체와 보건복지부는 전날 2000명 증원 근거와 관련해 기자회견과 브리핑을 열고 목소리를 냈다.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전날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내세운 각종 자료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등을 대중에 공개했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법정 위원회다. 환자단체·소비자·노동자 등이 추천하는 수요자 대표, 의료단체가 추천하는 공급자 대표, 보건의료 전문가, 정부 위원 등이 참여한다.
이병철 변호사는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낸 전의교협과 의대생, 전공의들의 법률 대리인이다.
보정심 회의 논란… "2천명 결정 23명 중 19명 찬성"
정부는 지난 10일 의대 증원 관련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보정심 심의안건과 회의록, 보정심 산하에 꾸린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이다.
의료계와 협의해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의료현안협의체는 보도자료 묶음을, 의대정원 배정위원회는 회의 결과를 정리한 내용을 참고자료로 냈다. 이외에도 각 대학의 의학교육 여건 등을 실사한 의학교육점검반의 활동 보고서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등 각종 연구자료도 냈다. '전체 증원 규모 결정 관련 자료'와 '정원배정 및 이후 조치 관련 참고자료'는 별도 참고자료로 냈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지난 2월 6일 심의에서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를 결정한 보정심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의에서는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25명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다. 불참한 2명은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측이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5/647951_453540_4832.jpg)
복지부는 이 회의에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당일 20명이 넘는 위원이 참석한 회의가 1시간으로 너무 짧게 끝났고, 정부가 들고 온 2000명이라는 숫자를 확인하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보정심 회의에서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2000명으로 강행했다고 지적하는 것과 관련, 정부는 다양한 논의를 거쳐 확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참석한 위원 23명 중 총 19명이 찬성했다"며 "보정심은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식이 아니며,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끝에 최종적으로는 안건 의결에 대해 이견이 없음을 확인해 의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한 총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이었고 증원 자체에는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13일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오후 13시 서울시 용산구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회장 "보정심 회의, 요식행위에 불과"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실제 자료 검증을 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수천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외에는 없었으며 기존 보고서 재탕 외에 재판부가 요청한 증원을 결정한 새로운 객관적인 용역이나 검증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없이 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2000명을 증원한 근거는 없었고, 2월 6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며 시급히 진행한 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됐다"며 "도대체 2000명은 어디서 나온 객관적인 숫자입니까"하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국가의 중요한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과학적 근거와 치열한 논쟁, 토의를 거쳐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종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3대 보고서는 2000명을 증원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주요 근거로 인용되기엔 부적합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정부 제출 자료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정심 회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의 시작은 오후 2시였는데 회의 시작 전에 이미 모 언론에서 2000명에 이른다는 결론을 미리 입수해서 보도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보정심 회의에 앞서 2000명 증원을 해야한다는 회의와 회의록이 있어야 하는데 그 회의록이 없는 건지, 아니면 아직도 숨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13일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가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양성모 기자]](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5/647951_453541_5031.jpg)
김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도 지적했다. 그는 "정원을 늘리려면 보건의료 발전 계획이 선행돼야 하는데 수립된 바가 없으며, 우리나라 정부가 합의한 2020년 의정 합의를 위배했으며, 의료현안 협의체를 기망하고 (결정을) 보정심에 넘겼다"고 말했다.
의료계 측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의사가 1만명 필요하니 1년에 2000명씩 곱하기 5, 단순한 산수 아니냐고 하는데 그분의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라며 비꼬기도 했다.
의협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부재… 아전인수식 해석"
의사단체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객관적 근거에 기반했고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출된 결정이라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2000명 의대증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며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도 부재했음을 다시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2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자료 중 2000명 증원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2000명 증원이 객관적 근거에 기반했고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출된 결정이라고 발표했다.
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하는 연구자료의 저자들조차 '의대증원을 2000명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해당 논문에 담겨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으며, 해당 논문들에는 2000명 증원 수치에 대한 언급 또한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2000명 증원 이라는 결론에 부분적 데이터를 취사 선택해 근거로써 주장했을 뿐"이라며 "복지부가 의협과 진행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협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했으나, 지난 1여년간 27차례 걸친 의료현안협의체와의 그 어떤 회의에도 2000명 증원에 대한 언급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단순히 회의 개최 횟수를 언급하며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발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주장하는 '충분한 논의'는 형식적인 절차만 맞춘 요식행위일 뿐이며, 정부가 변명하는 '객관적 근거'는 '2000명 증원'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에 지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는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각 위원의 소속을 표기해서 익명으로 제출할 것을 검토했다고 했으나, 13일 갑작스럽게 말을 번복했다"면서 "의료계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보여줬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정부는 과학적인 추계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향후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고, 정책적으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맞섰다.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등으로 2035년에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긴급 백브리핑에서 "2035년 의사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가는 객관적, 과학적으로 도출되는 부분이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정책 결정 사항"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결과 브리핑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5/647951_453542_555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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