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尹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中 "대만 문제 불장난, 불에 타 죽을 것"
윤-리창 총리 회동.. 한덕수 총리-시진핑 회동으로 한중관계 개선 흐름
尹, 외신 인터뷰서 다시 대만·남중국해 언급.. 중국 "당사자 아니니 관여할 필요 없다"
英 총리와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강력 반대".. 中 "중국 핵심 이익 문제.. 신중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관련 발언을 한데 이어 영국과의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중국을 자극하면서 다시 한중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5923_428550_3033.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중일 외교장관이 오는 26일 부산에 모여 약 4년간 중단됐던 3국 정상회의 재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 관련 발언을 한데 이어 영국과의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중국을 자극하면서 다시 한중관계가 경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제10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박진 외교부 장관의 주재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부산에서 개최된다고 24일 밝혔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것은 2019년 8월 이후 4년 3개월여 만이다. 3국 장관들은 26일 공식 오찬을 한 뒤 오후에 외교장관회의를 할 예정이다. 같은 날 오전에는 한중, 한일 외교장관의 양자회담도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연내 또는 내년 초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 단계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코로나19와 한일 과거사 갈등 등으로 중단됐다.
앞서 한중일은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SOM)에서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尹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中 "대만 문제 불장난, 불에 타 죽을 것"
연초 한중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급속히 냉각됐다.
지난 4월 19일 방미를 앞둔 윤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 날 정례브리핑에서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인용해 "대만 문제에 대한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속어 수준의 표현을 일부러 선택하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21일에는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후 양국 외교 채널이 가동되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지난 8월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그 결과 지난 9월에는 윤 대통령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리창 총리와 첫 공식회담을 가졌고,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먼저 방한 문제를 언급하며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尹, 외신 인터뷰서 대만·남중국해 언급.. 중국 "당사자 아니니 관여할 필요 없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을 자극한데 이어 영국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 일체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다우닝가 합의를 발표했다.
지난 20일 보도된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북한의 핵 위협,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긴장요인 등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그리고 남중국해를 포함한 역내의 규칙 기반 해양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평화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번영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키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즉각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우리의 책임과 이익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다"며 "우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해선 안 된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또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이고 어떠한 외부 세력도 간섭할 수 없다"며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이 문제를 잘 처리할 능력과 자신감, 지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니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우닝가 합의' 서명한 한영 정상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311/625923_428551_331.jpg)
英 총리와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강력 반대".. 中 "중국 핵심 이익 문제.. 신중하라"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다우닝가 합의를 발표하며 다시 중국을 겨냥했다.
이번 합의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 역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 일체를 강력히 반대한다. 우리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명시된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하여 국제법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중국은 24일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로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오닝 대변인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문제는 한국과 영국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라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관련 당사자들에게 중국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지난 APEC에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중정상회담이 불발되며 한중관계 개선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다시 한번 '대만 문제'가 한중관계의 발목을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APEC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4시간여동안 대화를 하며 군사 대화 재개 등 여러 합의를 이끌어 냈고,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을 1시간 동안 붙잡고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를 요청했다. 또, 일본은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호혜 관계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회의장에서 약 1분간 시 주석과 가벼운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윤 정부 외교안보라인, 국내 반중 정서 이용하나?
이에 외교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한중 관계 개선 보다는 반중 정서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광운대 김희교 교수는 22일 유튜브 김어준의뉴스공장에서 "외교부의 사무관 정도만 되어도 중국하고 어떤 관계든 정상회담을 하려고 한다면 대만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는 것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만날 생각이 별로 없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반중·반러 성향인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반중·반러) 국내 정치적으로도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이 반중, 반러 세력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지 총선에서도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김희교 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처럼 미국이 원하지 않는 길을 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북한과 충돌을 원하지 않는데 계속 충돌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대만 문제도 사실 언급할 필요가 전혀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제를 언급하는 거 보면 계속 뭔가 충돌을 하려고 하는 그런 시도들을 하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