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법무부장관에게 "인사 늦춰달라" 요청.. 다음날 "군사작전처럼 인사"
박성재 "대통령실 주도 인사? 장관 무시하는 말" "검찰총장과 충분히 협의"
이창수 "친윤 검사 동의 못해.. 김 여사 수사에 지장 없도록 할 것"
안철수 "국민이 오해할 수 있는 일" 김용태 "국민들 속았다 느낄 것"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김건희 여사 [사진=대통령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김건희 디올백' 수사를 지휘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창진 1차장검사 등 검사장 39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가 지난 주말 사이 마치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김건희 방탄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정상적인 인사라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를 대통령실이 주도했다는 의혹에 관해 "그건 장관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검찰총장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또, 신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자신을 '친윤 검사'라 부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해 "국민 눈치를 봐야한다" "지혜롭지 못하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에게 "인사 늦춰달라" 요청.. 다음 날 "군사작전처럼 인사"

野 "김건희 여사 방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 맹비난

앞서 법무부는 지난 13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 전원, 이원석 총장의 참모인 대검찰청 부장 8명 중 6명 등 대검 검사급 검사(검사장급) 39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내 검사장급은 모두 48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검사장을 교체한 셈이다.

이번 인사에서 김 여사 소환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진 송 지검장과 김창진 1차장검사가 '좌천성 승진'을 하고, '찐윤'으로 분류되는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낙점되자 인사를 대통령실이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법무부가 총장과 인사에 대해 충분히 사전 조율을 했느냐'는 질문에 7초가량 침묵한 뒤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에 대해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복수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 총장은 지난 주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인사에 관해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장은 좀 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고위직 검사들 대부분 당일 오전에야 인사가 단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전해진다.

14일 JTBC에 따르면, 검찰 고위 관계자는 "군사작전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주말 사이 급박하게 진행된 것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 수사 등을 놓고 용산과 갈등을 빚어온 이 총장을 '패싱'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된 김 여사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김건희 여사 방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며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4일 "이 지검장은 성남FC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검찰 정권의 최일선에서 야당 탄압 최일선에 섰던 대표적 친윤 라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영부인에 대한 수사를 완전 봉쇄하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인사였다"며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던 뒤에 이루어진 인사"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정수석실 부활과 검찰 인사를 연관 지었다. 조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디올백 수사와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각각 책임지는 1, 4차장도 교체. 김주현 민정수석의 첫 작품"이라며 "검찰 조직 전체를 향해서도 '알아서 기어라!' 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인사 보니 그저 마지막 몸부림 같다. 그렇게도 2016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건만 T 익스프레스를 탄다"며 탄핵을 염두에 둔 듯한 글을 게시했다.

박성재 "대통령실 주도 인사? 장관 무시하는 말" "검찰총장과 충분히 협의"

야권의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도 반격에 나섰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16일 이번 검찰 인사를 대통령실이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건 장관을 무시하는 말씀 아니냐"며 "장관이 인사 제청권자로서 충분히 인사안을 만들어 인사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을 했다.

이번 인사가 '검찰총장 패싱'이 아니냐는 질문에 "(총장이)시기를 언제 해달라는 부분(요청)이 있었다고 하면, 그 내용을 다 받아들여야만 인사를 할 수 있는 것이냐"며 "검찰총장과는 협의를 다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가 김건희 여사 수사를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에는 "이 인사를 함으로써 그 수사가 끝이 난 건 아니지 않냐"며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취임 직후인 지난 2월에는 조직 안정 차원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이달 인사를 단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장기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온 만큼 취임 초 인사는 그야말로 제 인사가 아니지 않느냐"라며 "취임 후 수개월간 지켜보고 심각히 고민한 후 인사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에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지검의 1·2·3·4 차장이 동시에 비어있기 때문에 지휘를 위해 후속 인사는 최대한 빨리해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수 "친윤 검사 동의 못해.. 김 여사 수사에 지장 없도록 할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도 자신을 '친윤 검사'라고 비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중앙지검에 23년 전에 초임 검사로 부임했고, 23년 동안 검사 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이 지검장은 16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향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 여사 소환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긴 지금 단계에서 어렵지만 업무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서 필요한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 지검장은 '이번 인사를 두고 검찰총장과 의견을 주고받았냐'는 질의에는 "총장님과는 수시로 모든 사안에서 잘 협의해 오고 있다"며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총장과 얘기 나눈 것이 없다"고 했다.

이 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사에 대해 신속 수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선 "총장님과 잘 협의해서 사건의 실체와 경중에 맞는 올바른 판단 나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이 오해할 수 있는 일" 김용태 "국민들 속았다 느낄 것"

법무부 장관과 신임 지검장이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으나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들께서 오해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에 출연해 "옛말에 오얏나무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은) 사건 자체가 워낙 간단한 사건이다. 관련된 분도 두 분밖에 안 계시고 영상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중에 인사가 나거나 어떤 사람이 수사하더라도 원칙대로 진행돼서 빨리 결론이 나올 사안"이라며 "이원석 검찰총장도 어떤 검사장이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라고 말씀하셨다. 검찰이 공명 정당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 인사에 대해 "검찰 인사 관련해 국민의 역린이 무섭다는 것을 인지하고 눈치를 좀 봤으면 좋겠다"며 "대통령 기자회견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국민들께서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해 보여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특검에 저희가 명분을 줄 이유가 없다. 여기에 대해 정부와 여당도 인지해야 한다"며 "인사가 났으니 국민적 우려가 없도록 공정한 법의 집행과 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소환조사 여부와 관련해 "대통령실도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 여사 건에 대해 수사를 제대로 하느니 안 하느니 이런 이목이 집중돼 있는 초미의 상황에서 왜 논란을 증폭시키는 일을 했는가 하는 점에서 지혜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검사장 한 사람 바뀌었다고 수사 결과물이 바뀐다는 것은 호들갑, 지나친 과정이고 정략적 의도로 공격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런 정략적 의도로 공격당할 빌미를 제공하면 안 된다. 왜 굳이 검사장 인사를 지금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수석대변인으로 내정된 부장검사 출신 곽규택 국민의힘 당선자는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총선이 끝나면서 미뤄왔던 정기 검사장급 인사를 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 사건들의 수사는 그대로 계획대로 진행이 될 것"이라며 "이번 인사를 갖고 어떤 방향성이 있다고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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