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공수처 설치로 검찰개혁 물꼬 터
尹, 시행령 통치·민정수석 부활로 검찰개혁 ’제동‘
민주당·조국혁신당, ‘검수완박 시즌2’ 재추진…우원식도 ‘호응’
국민의힘 “검수완박은 전체주의적 망상”…‘범죄자 프레임’으로 응수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찬대 공동위원장이 17일 검찰특활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찬대 공동위원장이 17일 검찰특활비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임희택 기자]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192석의 거야는 검찰개혁을 잇달아 띄우고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공소 기능만을 유지하자는 주장으로 20·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충돌을 빚었던 ‘뜨거운 감자’였다. 개원 후 6개월 이내에 ‘검수완박 시즌2’를 달성하겠다는 민주당·조국혁신당에 대해 정부·여당은 ‘범죄자 프레임’을 제기하고 있다. 폴리뉴스는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거대 야당과 집권당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이슈 7개를 뽑아 이슈별 쟁점과 전망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미완의 검수완박은 22대 국회에서 실현될까.

지난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문재인 정부 이후 답보 상태인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검찰개혁 논쟁은 1981년 4월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수서 비리, 한보 사태, 김현철(YS의 차남) 비리 사건 등에 ‘칼’을 들었던 중수부는 권력형 범죄를 수사하면서 영광을 누렸으나,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초인 2003년 2월 '검찰개혁방안'을 마련해 대검 중수부의 수사 기능을 제거하는 한편 동년 4월에는 ‘검사와의 대화’를 갖고 검찰 수뇌부의 힘을 빼려 했으나 실패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중수부 중앙수사1과에서 수사를 받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수부는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폐지돼 ‘반부패부’로 대체됐다.

2017년 5월 ‘장미 대선’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추진했으나, 그 진척은 ‘미완’이라고 평가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난 5월,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정부·여당과의 충돌을 예고했다.

文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공수처 설치로 검찰개혁 물꼬 터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에 중용된 조국 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 때 검찰개혁의 청사진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은 2019년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에 태워졌다. 12월30일 통과된 공수처법은 이듬해 1월 공포됐으며, 이에 근거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7월 정식 출범했다.

공수처는 검찰총장·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와 그 배우자·직계존비속·친족을 기소 또는 수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능’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야당(미래통합당)의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인선 거부로 출범에 제약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2021년 1월에야 취임할 수 있었으나, 김 처장의 임기 3년 동안 공수처가 직접 수사해 기소한 사건은 3건에 그쳤다고 알려졌다. 구속 영장은 총 다섯 차례 청구했으나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모두 기각당해 체면을 구겼다.

이에 더해 김진욱 공수처는 친문(親文) 검사로 꼽히던 이성윤 검사장(현 민주당 22대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황제 조사’ 특혜, 야당·언론에 대한 ‘전화 뒷조사’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2023년 12월 공수처 출범 초기에 임용한 검사들도 대거 ‘이탈’한 사실도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2022년 ‘검찰청법 일부법률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실현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에 부정적이었던 양향자 당시 무소속 의원을 사임시키고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 의원으로서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보임되는 촌극도 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6대 범죄(▲정치 자금 등 부패범죄▲ 사기 등 경제범죄 ▲ 공직자의 직권남용 등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로 축소됐다.

검사의 권한은 대폭 축소됐다. 검사는 경찰 수사에서 명백한 흠결이 있을 때만 송치 요구가 가능하며, 재수사는 1회만 요구할 수 있다. 특히 경찰은 성역(聖域)처럼 여겨지던 ‘수사종결권’을 부여 받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을 자체 종결시킬 수 있게 됐다.

한계로는 검사 인사권이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것이 꼽힌다. 이에 대해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은 검사 인사를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단서 조항도 적시돼 있다. 대통령-법무부장관으로 이어지는 정권 차원의 검찰 인사 개입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는 것이다.

尹, 시행령 통치·민정수석 부활로 검찰개혁 ’제동‘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4월,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하는 등 전 정부의 검찰개혁에 반감을 드러냈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 우회 사례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시행령)’을 개정한 수사 범위 확장 시도였다.

동(同) 시행령은 모법(母法)인 검찰청법의 위임을 받아 검사의 수사 범위를 정한 대통령령이다. 2022년 9월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이 의결되면서 검찰청법 개정 전에도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마약유통·조직 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은 검수완박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으나, 2023년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을 받았다. 헌재는 이 결정으로 검사의 기소권은 헌법상 고유 권한이 아님을 밝혀, 검찰개혁은 입법의 문제로 넘어왔다.

정부의 검수완박 우회 시도에 야당은 비판에 나섰다.

박홍근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은 오로지 검찰 독재 정권을 위해 국민 뜻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나섰다”면서 “입법권에 도전하며 법치(法治)에 어긋난 무리한 소송을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에 대해선 “한 장관은 헌재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입법 취지에 반하는 불법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 범위를 모조리 되돌린 상태”라면서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조차도 거부권 외엔 입법권을 침해하지 못하게 했지만, 반(反)헌법적 시행령으로 삼권분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도 헌재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검찰개혁 무력화 시도에 대해 사과하고 당장 불법 시행령을 원상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두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검찰 기강을 다잡는데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폐지를 공약한 민정수석실을 복원하며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지난 7일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이다.

김 민정수석 임명 엿새만인 지난 13일에는 대규모 검찰 인사가 있었다. 김 여사 수사가 배정된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창수 전 전주지검장을 임명하는 등 수사 라인에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배치했다. 이창수 지검장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변인으로서 호흡을 맞췄다.

전 정부에서 존치시킨 법무부 장관의 검사 인사권이 이때 문제가 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4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비롯한 검찰 인사에 ‘패싱’ 당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 총장은 이날 검찰 인사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7초간 침묵한 후 “이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자리를 떴다.

민주당·조국혁신당, ‘검수완박 시즌2’ 재추진…우원식 의장 후보도 ‘호응’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폭정종식'이 수놓인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폭정종식'이 수놓인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조국혁신당은 각각 37명·3명의 법조인 출신 당선자를 냈다. 양당은 이들을 중심으로 개원 전부터 ‘검수완박 시즌2’를 띄우고 있다. 특히 성남 FC 후원금 사건, 자녀 입시 비리를 비롯한 수사 현안들이 이재명·조국 두 대표를 겨냥하고 있어, ‘야당 탄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분위기도 야권에 조성돼있다.

민주당은 21일 당내에 검찰개혁 TF를 설치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개혁 TF 회의에서 “결과적으로 미완의 검찰개혁은 민생경제에 대한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검찰이 판치는 대한민국, 검찰이 법 위에 군림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4·10) 총선 민심은 분명하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독선과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국회가 해야 할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라며 “그중 검찰개혁은 반드시 해내야 할 중대과제”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완수는 민생 회복의 마중물이 되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기초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제22대 국회서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22일 충남 예산에서 열린 민주당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 중간브리핑에서 검찰개혁이 56개 우선추진법안에 포함됐음을 알려왔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검찰개혁에 적극 호응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8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에서 "검찰개혁은 큰 고통과 시련을 수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러 번 생생하게 목격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우리가 사랑했던 대통령이 희생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랑했던 대통령’이란 2009년 사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킨다.

조 대표는 "검찰 출신들은 권력기관뿐 아니라 금융·민생 분야까지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며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다.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가 되겠다'고 선서한다. 검찰의 국가형벌권은 그 행사에 있어 공정성·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해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원식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역시 검찰개혁에 찬성하는 입장을 냈다.

우 후보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에 있어 누구보다 단호하고 유능하게 완수해낼 것”이라고 썼다. 그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분리를 위한 로드맵 완성·추진 ▲대검찰청 지방이전을 추진하여 ‘서초동 검찰시대’ 종식 ▲국회에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192석의 거야가 주도하는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검수완박은 전체주의적 망상”…‘범죄자 프레임’으로 응수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에 108석을 획득하는데 그친 국민의힘은 야권의 검수완박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이 촉발한 ‘특검 정국’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정부·여당은 방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호준석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검찰 독재’라는 프레임은 자신들 같은 범죄 혐의자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조국 두 대표가 형사 피의자로 재판 중이라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호 대변인은 “(민주당·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검찰개혁 입법전략’ 토론회를 열고 다음 국회에서 ‘6개월 안에 검수완박 시즌2를 완성하겠다’라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했다”며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비사법적 명예 회복’을 위해 정치에 뛰어든 조국 대표, 각종 부정부패 혐의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손잡고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를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 죄를 덮을 수 없으니 수사 기관을 공격하고 재판부를 겁박해 이를 방어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검찰개혁 의지를 폄하하며 “범죄 피의자에, 재판에서 실형까지 받은 이들이 반성은커녕 자신들을 단죄한 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는 게 과연 상식적인 행태인가”라고 일갈했다.

이미 성사된 ‘검수완박 시즌1’의 부작용도 언급한 호 대변인인은 검수완박 시즌2가 ‘사법 시스템 무력화’라고 규정했다.

그는 “과거 민주당의 폭주로 추진된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해 초래된 경찰의 업무 과중과 이로 인한 수사 및 재판 지연, 국가적 차원의 사법 역량 저하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지금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권력을 이용해 마구잡이로 특검 카드를 꺼내 들어 수사를 방해하고, 특권 의식에 젖어 재판 지연 행위를 일삼는 것으로도 모자라 사법 시스템을 완전히 무력화하겠다는 이들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 복수심과 법의 단죄를 피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려는 파렴치한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덧붙여 ‘범죄자 프레임’을 이어갔다.

22대 국회에서 192석에 이르는 거대야권의 검찰개혁 공조 움직임에 국민의힘이 얼마나 단합된 모습으로  방어해 나갈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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