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동훈 '개인차원 요청' 발언에 격앙 "똑바로 말하세요"
나 "한동훈, 내 명예 훼손" 원 "사과했으면 자세 낮춰야" 윤 "공개적으로 말한 것 잘못"
원희룡 "입 리스크가 당의 가장 큰 신종 위험" 한동훈 "저와 영부인 문자 왜 폭로했나"
전당대회 첫날 투표율 29.98%.. 지난 전대보다 4.74%p 낮아
![SBS 국민의힘 6차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7/658307_464501_4529.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9일 전당대회 전 마지막 6차 당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논란을 앞세워 한동훈 후보를 향해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한 후보는 지난 토론회 에서 자신의 폭로가 부적절했다고 재차 사과하면서도 당시 나 의원의 요구는 개인적인 차원의 요청이어서 부적절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나경원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이렇게 모욕하실 수 있느냐"며 "똑바로 말하라"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나경원, 한동훈 '개인차원 요청' 발언에 격앙 "똑바로 말하세요"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 대표에 출마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는 19일 오후 열린 전당대회 제6차 당대표 후보 TV토론회(SBS 주관)에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청', '채 상병 특검'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나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충돌을 빚은 것을 두고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우리 당 의원들한테 자리를 떠나지 않으면 형사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며 "오늘 의원들의 행위가 기소되면 공소 취소를 요구할 건가"라고 한 후보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당 대표 입장으로서 당연히 그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정치인으로서 당에서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 후보는 당시에 당직도 아닌 개인 차원에서 제게 부탁하신 거였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격앙된 목소리로 "아니 그게 개인 차원인가?" "제가 제 것만 빼달라고 그랬느냐"라고 반복해 물었고 한 후보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에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 똑바로 말하세요. 저를 이렇게 모욕할 수 있습니까"라며 "27명이 기소됐고 우리 것을 공소 취소하려면 야당 의원도 같이 공소 취소해야 하니까 같이 해달라는 것 아니었습니까. 제 것만 (공소를) 뺄 수 있습니까. 개인 차원의 부탁이라뇨"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한 후보는 "국민들이 보고 계시잖느냐"라며 "당사자가 법무부 장관에게 사건 내용을, 공소 취소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나 후보의 요청은 기소된 의원 전체가 아닌 개인적인 구제에 방점이 찍혔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나 "한동훈, 내 명예 훼손" 원 "사과했으면 자세 낮춰야" 윤 "공개적으로 말한 것 잘못"
두 사람 간의 설전은 토론회 이후에도 이어졌다.
나 후보는 토론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은 사과했으면 끝내야지 이렇게 말씀하셨다는데 사과가 사과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라며 "사과했다면 적어도 개인 부탁, 밀실, 그냥 민간인 등 그런 표현으로 저를 모욕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을 마치 개인적 사건의 부탁처럼 말하는 것은 제 명예도 훼손했고 같이 투쟁한 동료 의원들 명예도 훼손한 것"이라며 "우리 당의 역사는 물론 정치라는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는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입장과 정치인의 입장은 다르다. 법무부 장관은 개별사건에 관해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사과할 일이 아닌 것"이라며 "일반 국민이 그럴 수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후보들은 나 후보를 거들었다.
원 후보는 취재진과 만나 "(나 후보가) 많이 참은 것 같다. 통곡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며 "사과를 했으면 진정으로 (자세를) 낮춰야 하지 않나"라고 한 후보를 직격했다.
이어 "경험이 없고, 자기 인식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유행과 그때 그때의 여론을 따라가면 정치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라면 결코 우리의 뿌리 깊고, 가슴에 피 맺힌 투쟁과 회복의 역사를 함께 해왔던 당원들의 투혼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입장"이라며 "제3자적인 시각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도 토론회를 마친 직후 "(당시 사건은) 나경원 후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 전체의 문제인 게 맞다"면서 "한동훈 후보께서도 당시에 법무장관이셨고, 그래서 다 보면 결국에 (발언을) 사과하셨는데 그것을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물 마시는 나 후보 [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7/658307_464500_4528.jpg)
원희룡 "입 리스크가 당의 가장 큰 신종 위험" 한동훈 "저와 영부인 문자 왜 폭로했나"
이날 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도 한 후보를 향한 공세를 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폭로 발언을 겨냥해 "입 리스크가 우리 당의 가장 큰 신종 위험으로 떠올랐다"며 "아군을 향해서 피아구분 없는 자체 진영을 해체하는 부작용과 우리 동지들 간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하는 심각한 의문과 비판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가 "원 후보야말로 저와의 대화를 죽죽 읊어서 저를 공격하셨는데, 그 말씀을 하실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하자 원 후보는 "문제제기를 하면 정직하고 진솔하게 얘기하면 되는데 꼭 상대방 또는 메신저를 공격해 말문을 막으려고 한다"며 "과거 진술이나 증거를 꺼내 제압하려는 승패 위주의 사람 대하는 방식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 후보는 "한 후보는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를 받았을 때 대통령실 비서실장 실명을 공개하며 '당무 개입'이라고 했다"며 "대통령의 분신을 언론에 공개하고, '당무 개입'에 저항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데 대통령과 소통이 가능하겠나"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원 후보를 향해 "저와 영부인 사이의 문자를 왜 폭로했나. 중요한 얘기"라면서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원 후보 측에서 시작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원 후보와 나 후보는 한 후보가 전 정부와 관련한 수사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 법무부 장관 당시) 윤석열 정부가 기대한 문재인 정권 적폐 수사가 아무것도 제대로 안 됐다. 이재명 후보의 구속 여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게 사법 시스템 탓이고 남 탓"이라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자기가 공판 검사도 아니면서 구형 순간의 하이라이트를 받기 위해 일부러 법정에 들어가서 35년 구형을 (했다)"며 "당시 보수 정권 대통령에 대해 너무나 잘 드는 잔인한 칼을 썼던 분이 지금 당내 정치 상황을 문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한 후보도 원 후보를 향해 "박근혜, 이명박 두 분을 다 몰아내자고 하셨던 분이 세 번 안 그런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정치 상황이 바뀌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탈당을 요구할 수 있지 않느냐"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원 후보는 "늘 메신저를 공격하면서 자기는 빠져나가는 이 패턴이 너무 뻔해서 이제 먹히지 않는다"며 "공감 능력이 너무 없기 때문에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후보는 원 후보에게 "2018년 제주도지사 당선 직후 문재인 정부 점수는 80점이고 반면 박근혜 정부 점수는 마이너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어떻게 믿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원 후보는 "과거 증거를 꺼내 제압하려는 승패 위주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 아직 상대방을 피의자로 생각하는 것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전당대회 첫날 투표율 29.98%.. 지난 전대보다 4.74%p 낮아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20일까지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를 실시하고 21일부터 이틀간 선거인단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거친 뒤 23일 결과를 발표한다.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한다.
19일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진행한 투표 관련 투표율이 29.9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원 84만1614명 중 25만2308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이는 지난해 3·8 전당대회의 1일차 투표율(34.72%)보다 4.74%p 낮은 수준이다.
이번 경선에서는 당원투표 80%와 국민여론조사 20%가 반영된다. 당원 선거인단은 총 84만3292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영남권과 수도권이 각각 40.3%, 37.0%를 차지한다. 이어 충청권(14.1%), 강원(4.1%), 호남(3.1%), 제주(1.4%)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