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 이후 채상병 특검법 발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범야권에서는 ‘우리가 한동훈안을 발의해 여권을 압박하자’는 의견과 ‘더 강력한 특검법안을 발의하자’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당선 이후 채상병 특검법 관련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는 당대표 출사표를 던지며 “당대표가 되면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며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안(한동훈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5일 “우리는 민주적인 정당이기 때문에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처럼 한 명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정광재 전 국민의힘 대변인도 29일 KBS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당대표가 되기는 했지만 우리가 1인 정당은 아니지 않나”라며 “친한동훈계 의원 이름으로 발의를 한다거나 이런 건 생각하고 계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SBS라디오에서 “오늘 (본회의에서) 만약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된다면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검법 자체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당에선 특검법 관련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뭐 한다는 얘기는 없는 것 같다”며 “원내에서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한동훈안’ 발의하려 했지만...국힘, 답 없어”  

범야권에서는 특검법 통과를 위해 한동훈안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한 대표 측 입장이 없어 실제화하진 않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9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천하람 원내대표에게 ‘한 대표가 말하는 내용이 뭔지 파악해서 그걸 우리가 법안을 내보자’고 살살 꼬셔 봤다”며 “그러나 한 대표가 바라는 게 정확히 뭔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내면 한 대표와 그를 따르는 17인 정도로 알려진 사람들이 통과에 협조하겠느냐’고 지금 2주째 물어보는데 답이 없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역시 자신에게 한동훈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이 ‘천 의원이 대표 발의를 하면, 민주당 의원들이 조금 도와줄 테니, 한동훈 후보가 하자는 대로 안을 내달라’라고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을 주신 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당시 상황이나 온도들을 봤을 때는 그렇게 했을 때 (재의결 가결에 필요한) 여덟 분이 바로 찬성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압박 수단으로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채상병 특검법의 실질적인 통과는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아직 상황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라고 봤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력한 특검법 재발의가 기본 입장...제3자안 열어놓고 검토 중”

원내 1당인 민주당은 한동훈안을 직접 발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현재 특검법대로 하는 게 정의롭다”고 밝혔고, 장경태 최고위원도 “제3자 추천 특검은 받을 수 없다. 특검은 제대로 수사하는 게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면 특검 자체의 무용론이 또 나올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9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농단 의혹이 구체화되고 있고 새로운 사실이 불거져 나오고 있어서 이를 포함한 강력한 특검법을 재발의하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3자 추천안에 대한 검토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대변인은 “제3의 대안이 제기된 것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열어놓고 있으며, 상설특검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혁신당 “‘한동훈안’은 의미 없어져”...박은정, ‘윤석열 특검법’으로 새로 발의

조국혁신당은 한동훈안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보협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3자 특검법안은 한동훈 후보가 대표가 되면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해서 의미가 있었던 건데, 지금은 ‘원내대표 권한이다’는 식으로 빠지고 있어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수사방해를 뚫고 가야 하기에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국민팔이에 조금이나마 진심이 있었다면 이제라도 추천방식이 뭐가 됐든 채해병특검법을 발의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혁신당은 대신 박은정 의원이 지난 25일 채상병 특검법 부결 직후 수사 대상을 윤석열 대통령으로 명시하는 ‘윤석열 수사외압 특검법’을 대표발의했다. 새 특검법의 수사대상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과,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의 조사 보고서 기각 과정 등 직권남용 의혹,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 등이 추가로 포함됐다.

“민주당, ‘한동훈안’ 발의가 가장 좋은 수일 것” “친윤계, ‘한동훈 특검법’으로 역공할 수도”

다만 야권이 아무리 ‘더 강력한 특검법’을 발의해도 최종 통과를 위해선 8표 이상의 여당 내 이탈표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거쳐 재표결이 진행되면 가결정족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동훈안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게 여당을 분열시킬 가장 좋은 수”라며 “한 대표는 한 입으로 두 말할 수 없고, 다른 의원들은 ‘무슨 특검법이냐, 말도 안 된다’며 거의 내분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일 친한계가 한동훈안에 찬성하면 친윤계가 ‘한동훈 특검법’에 찬성하는 역공 가능성도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