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으로 12명 사망.. 美 만류에도 보복 감행
美 "이스라엘, 스스로 방어할 권리 있어" "확전 방지 외교적 노력"
이란 대통령 취임식 날 베이루트 공습.. 중동 '부글부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 된 베이루트 건물  2024.7.31 [사진=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 된 베이루트 건물  2024.7.31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스라엘군이 30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지난 27일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으로 어린이 12명이 사망한지 사흘 만에 보복에 나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확전을 우려해 보복을 만류했으나 결국 이스라엘이 방아쇠를 당김에 따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으로 12명 사망.. 美 만류에도 보복 감행

이스라엘군의 이번 베이루트 공격은 레바논 헤즈볼라 작전실 책임자인 무흐신 슈크르(푸아드 슈크르)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슈크르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군사 고문으로 역할을 하면서 지난 27일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어린이 살해와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의 살해에 책임이 있는 지휘관을 겨냥해 베이루트에 표적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격으로 최소 1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레바논 국영 매체는 여성 1명이 숨지고 68명이 다쳤다고 보도했고 AFP 통신은 최소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은)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해 민간인을 살해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의 목표였던 슈크르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후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자 작전계획 고문인 푸아드 슈크르를 베이루트 지역에서 제거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7일 축구장 참변과 관련해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헤즈볼라는 지금껏 치른 적이 없었던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안보내각회의에서 베이루트 직접 타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29일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즉시 베이루트를 떠나거나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확전을 우려하며 베이루트 공격에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이스라엘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美 "이스라엘, 스스로 방어할 권리 있어" "확전 방지 외교적 노력"

미국은 이번 베이루트 보복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에게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안보를 지키고 안전하게 있을 권리를 지지한다"면서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 집단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는데 헤즈볼라가 바로 그런 테러 집단"이라며 이스라엘을 옹호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말하도록 두겠다"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면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피할 수 있다"면서 "여러분이 3년 반 지켜본 것처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대한 즉답 없이 "지난 주말 동안 이스라엘 및 레바논 측과 지속해 논의를 해왔다"면서 "미국은 블루라인(레바논과 이스라엘, 골란고원을 구분하는 경계선)을 따라 외교적 해법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에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격으로 헤즈볼라와 전면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나 지난 4월 이스라엘과 이란이 충돌한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고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보복 공격하면서 중동의 확전 우려가 고조됐지만 이스라엘이 맞대응 수위를 조절해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이란 대통령 취임식 자리에 모인 인사들 2024.7.31 [사진
이란 대통령 취임식 자리에 모인 인사들 2024.7.31 [사진=EPA=연합뉴스]

이란 대통령 취임식 날 베이루트 공습.. 중동 '부글부글'

반면,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란 대통령 취임식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란과 중동 무장세력들의 공동 대응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테헤란에 있는 이란 의회에서는 제14대 대통령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취임식이 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취임식에는 헤즈볼라의 2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지도자 지야드 알-나카라, 예멘 후티 반군 대변인인 무함마드 압둘살람 등 이른바 '저항의 축' 지도자들이 총 출동했다.

이란은 저항의 축에 속한 무장세력에게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면서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끈끈한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은 가자 전쟁 발발 직후 지속적으로 미군과 이스라엘군을 향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하마스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날 베이루트에 공습을 감행한 만큼 이란을 비롯한 무장세력들의 전의는 어느때보다 강하게 불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이란에서는 강경한 반응이 이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레바논 이란 대사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비겁한 범죄"라고 비난했고, 이란 외무부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명백한 레바논 주권 침해 행위"라고 규탄하면서 "헤즈볼라와 레바논에는 이스라엘에 보복할 권리가 있으며, 역내 전쟁 확대의 책임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폭격이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지적했고 예멘의 후티 반군은 "레바논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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