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레바논 수도 공습.. 헤즈볼라·하마스 지도부 사살
하니예, 하마스 '얼굴'.. 휴전협상 담당
이란 최고지도자 "가혹한 보복이 의무" 헤즈볼라·후티 "악랄한 테러범죄"
美, 별도 논평 없어.. 국방장관 "이스라엘 방어 도울 것"
튀르키예 "비열한 살인" 러시아 "더 심한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
![하마스 하니예 피살 [사진=EPA=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7/659273_465568_5028.jpg)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31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암살됐다.
앞서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지휘부 인사가 사망한데 이어 하마스 1인자까지 죽음에 이르자 이란을 비롯한 '저항의 축' 세력들은 최고 수준의 보복을 예고하고 나서 어느 수준까지 확전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을 규탄했으나 미국은 별도의 논평 없이 이스라엘이 공격을 받으면 도울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스라엘, 이란·레바논 수도 공습.. 헤즈볼라·하마스 지도부 사살
하니예, 하마스 '얼굴'.. 휴전협상 담당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와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에서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하니예는 30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숙소로 이동했는데 이곳을 이스라엘군이 급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취임식에는 하마스의 하니예를 비롯하여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에 해당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스라엘은 취임식 당일에는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공습을 감행해 헤즈볼라 고위급 인사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
하루 사이에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지휘부 인사가 이란과 레바논의 수도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된 만큼 중동 정세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장 하마스는 "처벌받지 않은 채 지나갈 수 없는 비겁한 행위"라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하니예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의 대승을 이끌고 총리 자리까지 오른 하마스의 사실상 1인자로 꼽힌다. 이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하마스를 대표해 참석할 정도다.
2007년에는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를 맡았으며, 2017년 야히야 신와르에게 자리를 넘긴 후에는 하마스 정치국장으로 선출된 뒤 카타르에서 생활해왔다.
하니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 국면 마다 중재 역할을 해왔고,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에도 하마스를 대표해 휴전 협상에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는 "가자지구 전쟁이 격화하면서 그는 하마스의 국제 외교 와중에 강경한 입장의 '얼굴' 역할을 했다"면서도 "이러한 레토릭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교관은 그를 가자지구 내에 있는 하마스의 강경파 일원들보다는 온건하다고 여겼다"고 전했다.
하니예의 가족들도 이번 가자 전쟁 중에 대부분 희생됐다. 지난 4월에는 세 아들과 손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으며, 지난 달에는 누나와 조카 등 가족 10명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잃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가혹한 보복이 의무" 헤즈볼라·후티 "악랄한 테러범죄"
이스라엘의 이번 하니예 암살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으나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이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친이란 지휘부 인사가 살해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선전포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이스라엘이 이란은 물론 하마스·헤즈볼라·후티반군 등 '저항의 축'과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와 IRNA, 메흐르 통신 등 이란 매체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하니예 사망 후 발표한 성명에서 "범죄자 시온주의 정권이 우리의 손님을 순교하게 했다"며 "그들이 가혹한 징벌을 자초한 것"이라고 이스라엘을 겨냥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란 이슬람공화국 영토에서 발생한 쓰라린 사건과 관련해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면서 강력한 보복을 지시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엑스에 "이스라엘이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후회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란과 팔레스타인 양국의 연대는 이전보다 더 강해질 것이며 억압당하는 이들을 위한 저항과 방어의 길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따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테헤란에서 일어난 하니예의 순교는 이란,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사이의 깊고 뗄 수 없는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이란 무장세력들도 일제히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보복을 다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예멘의 후티 반군은 하니예 피살이 "악랄한 테러 범죄"라고 규탄했으며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마주한 저항을 더욱 단호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이 이번 하니예의 암살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향후 이란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이스라엘이 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란의 방공망이 구멍이 난데다 VIP 인사의 동선도 유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한 하니예 [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7/659273_465567_5027.jpg)
美, 별도 논평 없어.. 국방장관 "이스라엘 방어 도울 것"
튀르키예 "비열한 살인" 러시아 "더 심한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
이번 하니예 암살에 대해 백악관은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과 상의 없이 암살을 감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받는다면 미국이 방어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반면, 튀르키예와 러시아, 중국은 이스라엘의 암살을 일제히 규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튀르키예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리는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정치국 지도자 하니예에 대한 비열한 살인을 규탄한다"면서 "이는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평화를 달성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의 목적은 가자지구 전쟁을 중동 지역 전체로 확장하는 데에 있다"고 짚었다.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적 암살"이라며 "이는 더 심한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관련 사건에 고도로 주목했다. 암살 행위를 단호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며 "이 사건이 지역 정세를 한층 동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린 대변인은 "중국은 협상과 대화를 통해 지역 분쟁을 해결하고 가자 지구가 전면적이고 항구적인 휴전을 조속히 실현해야 하며 충돌·대결이 더 상승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