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방송4법 재의요구안 각의 의결 "반헌법적, 반시장적 법안만 통과".. 尹, 거부권시 벌써 19번째
이진숙-김태규 2인 방통위, 출근 첫날 KBS·방문진 이사 선임 완료
방통위 "의견 교환 없이 투표로 이사 선임" 이준석 "확률적으로 불가능"
과방위, 방통위 찾아 "투표용지 제출하라" vs 방통위 "위원회 의결 없이 제출 불가"
與 "野 방통위 현장검증, 스스로 탄핵 정당성 부정"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오늘 중 이른바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하에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송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의결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아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작성된 투표 용지 공개를 요구하며 여론전을 이어갔다. 방통위의 불법성을 부각시켜 향후 재표결이나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영향을 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한덕수 "반헌법적, 반시장적 법안만 통과".. 尹, 거부권시 벌써 19번째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방송4법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바 있다. 법안 통과 후 국민의힘은 '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하고 즉각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했다.
이날 한덕수 총리는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지났다"며 "그러나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고, 반헌법적, 반시장적 법안들만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 관련 법안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적 책임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함에도 또다시 문제점을 가중한 법률안이 숙의 과정 없이 통과됐다"며 "야당의 입법 독주로 악순환이 계속되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재의요구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이르면 오늘 중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방송 4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야당 단독 통과 → 거부권 → 재표결 과정이 다시 한번 반복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열다섯 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방송4법에 대해 각각 거부권을 사용하면 열아홉 번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진숙-김태규 2인 방통위, 출근 첫날 KBS·방문진 이사 선임 완료
방통위 "의견 교환 없이 투표로 이사 선임" 이준석 "확률적으로 불가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임명안을 재가하고 신임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후 두 사람으로 구성된 방통위는 이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이사진 선임안을 의결했다.
두 사람은 방문진 이사 전체 9명 중 여권 이사 6명을 임명했고, KBS 이사에도 전체 11명 중 여권 이사 7명을 추천했다. KBS 이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로써 방문진과 KBS 모두 수 이사 우위로 재편 됐다. 방문진은 MBC 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MBC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변화가 예상된다. KBS 이사회는 지금도 여권 이사 6명과 야권 이사 5명으로 구성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모든 과정이 투표를 통해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현안질의에서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에게 "80명 정도 되는 지원자들을 추리는 과정이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며 "압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혹시 김영관 조정관님은 기억하고 계시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조정관은 "방문진의 경우 9명을 선임해야 하는데 두 분(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9명씩 투표를 해서 투표를 받은 인물을 선임하는 방식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대상자가 있는 용지에서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했다"며 "불일치가 있을 경우 여러 차례 투표용지에 투표를 했고 7~8차례 진행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이 서로 의견 교환 없이 공통적으로 찬성이 나올 때까지 투표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준석 의원은 "그럼 그 반복해서 투표한 결과지는 저희가 볼 수 있나"라며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서로 공유해가면서 나는 이 사람들, 너는 이 사람들 이렇게 한 거 아니냐"고 지적했고, 김 조정관은 끝까지 투표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확률적으로 그렇게 해서 이견이 조정될 가능성이 없다"며 "53명에서 9명으로 추리는 과정에서 의견 조정 없이 투표로만 한다면 몇백만 번 투표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견이 조정되는 시스템이 존재하느냐를 2인 체제 위법성의 핵심으로 본다"면서 "이번 같은 경우에는 이견 조정이 될 수 없는 방식으로 투표를 반복했다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과방위, 방통위 찾아 "투표용지 제출하라" vs 방통위 "위원회 의결 없이 제출 불가"
그러자 국회 과방위 소속 야권 의원들은 6일 방통위 현장 검증에 나섰다.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날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방문진 이사와 KBS 이사 선임 관련에서 논란이 됐던 상황을 현장에서 검증하고 현장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왔다"라고 밝혔다.
앞서 과방위 야당 의원들은 지난 2일 전체 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의 불법성에 대한 현장 및 문서 검증의 건'과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작성된 투표 용지와 회의 속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방문진, KBS 이사 선임 과정 살펴보면 하나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졸속으로 일사천리로 처리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라며 "두 사람이 9명씩을 투표한 뒤 교집합이 되는 2명을 선임했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고 불투명, 불공정하다"라며 투표 용지 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조성은 사무처장은 "공영방송 이사선임은 비공개 안건이기 때문에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해야 한다"라며 "현재로서는 자료 제공할 수가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회의록에는 국회 감사원 사법기관 등에서 관련 법령에 의해 적법 절차 통해 비공개 회의록 속기록을 요구하는 경우엔 위원회는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다"라며 "의결 절차를 할 수 없어도 제출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어 김 의원은 "김 위원장 직무대행 지시 명령을 근거로 제출 의무를 위반하면 공무원법 위반이고 현행 방통위 회의 운영규칙 집행 의무를 안 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야당 의원들은 방문진 감사 선임 절차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우영 의원은 "대통령실 등에서 감사에 대한 선임의 요구, 요청, 혹은 직간접적인 필요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지 등에 대한 인사 서류 일체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국무회의 참석차 자리를 비웠던 김태규 직무대행이 출석하며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김 직무대행은 "여기는 방통위 청사고, 청사의 기본적 관리권은 내게 있다"면서 "굳이 드릴 수도 없는 자료를 왜 보겠다고 오셨냐. 자료는 권한이 없어서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김 직무대행이 "수십명을 끌고 와서"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자 야당 의원들은 "우리가 무슨 깡패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회법에 따른 검증"이라며 "증언감정법에 따라 검증을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김 직무대행은 "해당 발언은 취소하고 사과하겠다. 죄송하다"며 물러섰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전체회의에 사용된 투표용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현 의원은 현장 검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공영방송 이사 선정 과정과 관련해 방통위에 요구한 일체의 자료 중 투표용지 딱 한 건만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과방위는 오는 9일 방송장악 청문회를 열고 이진숙 위원장,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 증인 29명을 불러 위법성을 따진다는 계획이다.
방통위가 요구자료 제출을 거부한 데 대한 고소·고발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청문회에서 하는 발언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與 "野 방통위 현장검증, 스스로 탄핵 정당성 부정"
국민의힘은 6일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방통위 현장 검증에 나선 것을 두고 "스스로 탄핵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취임 이틀밖에 되지 않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탄핵 소추한 데 이어 뒤늦게 탄핵의 증거를 찾는다며 방통위 현장 검증에 나섰다"며 "이것이야말로 민주당 스스로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 소추, 후 검증이라는 기상천외한 탄핵으로 국무위원을 무고하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이 민주당의 본색이냐"면서 "엉터리 탄핵을 남발한다면 국회 스스로가 자신의 권위와 정당성에 오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