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지구당 부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회담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만흠(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여야 정당이 모두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이미 지구당 부활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고, 여야 대표회담에서도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지구당 제도의 재도입을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우리 정당정치를 생각한다면 정당정치의 활성화는 나쁜 정치의 활성화에 다름 아니겠지만, 그냥 정치개혁이라는 의미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과연 그게 바람직한 정치개혁 방향인지 논란의 여지가 작지 않다. 또 정치개혁 차원에서는 중앙당 독점체제를 전제로 한 지구당의 부활보다 지역별 정당을 허용하는 지역당 체제의 도입이 더 긴요하다.

극단화된 진영정치, 양당 독과점 체제, 국회의원 특권 문제 등이 최근 공통으로 지적되고 있는 한국정치의 핵심적인 개혁과제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현재의 기득권체제와 맞물려 있다. 개혁조치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에 반하는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경우가 희귀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예시한 한국정치의 개혁과제들도 지겨울 정도로 거론은 되지만 현실은 그대로 굳건하다. 간혹 전환기적 상황에서 기득권을 넘어서는 혁명적인 조치나 개혁이 이뤄지기도 한다. 물론 ‘위성정당 체제를 만들었던 준연동형 선거제’처럼 개혁조치를 주도하는 기성세력의 방어 기제가 작동하면서 황당한 정치개혁 산물이 나오기도 한다.

지구당 폐지는 2004년 ‘차떼기’ 사건을 비롯한 정치자금 비리가 국민적인 성토의 대상이 되자, ‘고비용 저효율의 정당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이뤄졌다. 정당 조직 구성을 중앙당과 지구당 체제에서 중앙당과 느슨한 광역 시도당 체제로 개편했다. 정당법 개정이다. 심지어 그 이전에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지구당뿐 아니라, 구ㆍ시ㆍ군, 읍ㆍ면ㆍ동에 연락사무소까지 둘 수 있도록 한 적도 있었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정당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당의 하위 조직 체계를 없애고 단순화시킨 것이다. 정당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치자금 비리가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물론 지구당이 폐지된 지금도 지역위원회, 당원협의회, 지역조직위원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사실상의 지구당 조직이 가동된다. 다만 후원회 구성이나 정치자금 지원에서 제약을 받는다. 지구당 부활 주장은 이를 공식화시켜 지구당을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현행 체제에서도 현역 국회의원들은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다. 현역 국회의원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원외 지역위원장이나 정치지망생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당 재도입은 그렇잖아도 중앙집중의 전국적인 정당조직을 하위 단위까지 확장해 제도적 특혜를 더 강화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지구당 체제의 법제화는 중앙집권체제를 전제로 한 지역정치 활성화 전략이다. 재도입 개정안을 낸 의원은 20년 전 지구당 폐지 시절과는 다르게 상향식 정치가 많이 활성화돼 재도입해도 부작용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원 중심’ 정당을 강조하는 정당의 실상을 보라. 지구당들이 중앙당, 그것도 중앙당의 교주를 옹위하는 포퓰리즘의 동원 기제가 되고 있다. 2004년 당시 지구당 폐지를 포함해 깨끗한 정치 개혁에 앞장섰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일극 제왕적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할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공감한다.

지역정치의 활성화는 중앙당 하위 조직의 제도화가 아니라 지역당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방자치, 지방분권을 말하면서도 우리나라는 정치분권의 핵심인 정당체제의 분권화가 돼 있지 않다. 지방자치의 정당 활동이 중앙 정당의 보조기구가 돼있는 현실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하위 자치단체로 갈수록 더 그렇다. 지역당 체제는 자치 단위별로 정당 등록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보조금 지원이나 후원활동도 가능하도록 해야 된다. 중앙 정당에 전국적인 통일 기호를 준다든지 하는 투표용지 게재 방식이나 순서의 개혁도 당연히 동반되어야 한다. 한동훈 대표 등이 말하고 있는 지역 정치의 활성화 전략은 지구당의 부활이 아니라 지역당 체제의 도입이다.

우리나라 만큼 중앙의 정당이 원내와 원외, 중앙과 지방의 정치 활동을 전적으로 주도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정당정치 분야 전문가들이 한때 한국 정당정치 개혁 방향으로 중앙당의 원내정당화를 제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 정당 활동은 자치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내정당화 문제는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한 개혁과제는  지구당의 재도입이 아니라 지역당 체제의 제도적 허용이다.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한성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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