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서 100분간 정상회담…양국 정상, 취임 후 12번째 만나
尹 "양국협력 긍정 모멘텀 이어가자"…기시다, "'8·15 통일 독트린' 지지"
재외국민보호각서·사전입국심사·우키시마호 승선명단 등 협력 성과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6일 북한 도발과 러시아·북한 밀착 등 역내 안정 위협에 대응하고자 한미일 삼각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공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또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지역과 글로벌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이와 함께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한일관계 개선의 흐름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용산 대통령실서 100분간 정상회담…양국 정상, 취임 후 12번째 만나

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약 100분 간 진행된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그간의 협력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양국이 중단된 정부 간 협의체를 재가동하고 신규 협의체를 출범하는 등 각계 각급에서 활발히 소통하면서, 경제안보,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평가하며, 양국 간 소통의 활성화와 정부 간 협의체 재가동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도출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尹 "양국협력 긍정 모멘텀 이어가자"…기시다, "'8·15 통일 독트린' 지지" 

우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대응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 평화와 안정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러북 밀착 상황 등에 대해 서로 긴밀히 소통하며 단호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를 뒷배 삼아 도발하지 못하도록 냉정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자는 데 공감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와 군사 협력 가능성을 지목하며 경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측이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지지를 표명해 준데 사의를 표명하고, 우리의 통일 노력에 대한 일본측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고 한 것을 상기하면서 우리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대응을 위한 실행 방안으로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의 계승·발전을 거론했다. 지난해 8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총리는 한미일 3국의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앞으로 한일, 한미일 간 협력을 계속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저와 기시다 총리가 쌓아온 양국 협력의 긍정적 모멘텀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양국 간 긴밀한 공조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광복절에 공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재표명했으며, 윤 대통령은 이에 감사의 뜻을 표명했다.

양국 과거사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 즉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징용 문제에 대해 "당시 가혹한 환경 아래 많은 분이 대단히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 3월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에 큰 결단을 내린 이후 양국 협력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양국 간 교류와 상호 이해가 증진된 것을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서  “여전히 양국 간에 어려운 현안이 존재하나 양국 관계의 발전과 병행하여 전향적인 자세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양국의 미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지도자는 인내하며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일 양국 미래세대가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양국 협력의 혜택이 양국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협력하자고 했다.

차기 총리 출마를 포기한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다음 총리가 누가 되든 한일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일관계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우리 양국이 미래 세대에게 좋은 유산을 남겨주도록 힘을 모으자”면서 "더 밝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양측 모두가 전향적인 자세로 함께 노력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기시다 총리는 “지금 일본에는 제4차 한류 붐이 불고 있다”며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같은 문화예술 영역에서 일본 국민들에게 한국 작품들이 큰 인기를 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양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서 한류와 또 일본 문화가 양국에서 유동적이던 것에 비하면 최근에 일본 내 한국의 제4차 한류 붐은 윤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재외국민보호각서·사전입국심사·우키시마호 승선명단 등 협력 성과 내놔

특히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양국 협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성과물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는 △ 제3국서 위기시 양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재외국민보호각서' 체결 △ 출입국 간소화를 위한 '사전입국심사제도' 협력 △ 1945년 재일 한국인을 태운 채 침몰한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전달 등이다.

이번 기시다 총리 방한을 계기로 양국 외교 당국이 체결한 ‘한일 제3국 내 재외국민보호 협력 각서’는 제3국에서 위기 상황 시 양국이 협력해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협력각서는 작년 4월 수단 쿠데타 발생 시, 그리고 10월 이스라엘 하마스 사태 발생 시 한일 양국이 재외국민 긴급 철수를 위해 협력한 사례를 기초로 우리 측이 먼저 한일 간 공조를 제도화하자고 제안한 사안이다.

총 8개 항으로 이루어진 각서의 구체 내용은 제3국에서 위기 발생 시 양국이 자국민 철수를 위한 지원과 협력을 위해 협의하고, 평시에도 위기 관리 절차, 연습, 훈련에 관한 정보와 모범 사례를 공유하는 등 제3국 내 자국민 보호와 관련된 양국 간 협력 사항을 담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정정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재외국민 보호 협력 각서는 한일 양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정부가 17년 만에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자료를 한국에 제공한 점도 이번 정상회담의 또 다른 성과로 주목받았다. 이 자료는 강제동원 희생자 구제와 우키시마호 사건 진상 파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정상은 또 연간 1천만 명에 이르는 한일 국민들 간 왕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보다 더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도록 양국 간 출입국 간소화와 같은 인적 교류 증진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직접 연계돼 있지는 않지만 우리 정부는 5일 일본 측으로부터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가 담긴 19건의 자료를 전달받았다.

승선자 명부 입수를 위해 지난 수개월 간 일본 정부와 교섭을 진행해 온 결과이며, 이는 2007년 일본이 강제동원 군인․군속 관련 자료를 우리에게 제공한 이래 17년 만에 강제동원 희생자 문서를 제공한 사례라는 게 김태효 1차장의 설명이다. 향후 관계 부처를 통해 동 명부를 면밀히 분석하고 피해자 구제와 우키시마호 사건의 진상 파악에 활용할 예정이다.

김태효 1차장은 “한일 간 재외국민 보호 협력 각서, 출입국 간소화, 그리고 강제동원 희생자 기록 제공 등 3가지 협력 사례는 지난 1년 반 동안 협력 확대를 통해 축적된 양국 간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오후 3시 35분부터 약 100분간 소인수회담과 확대정상회담 순으로 열렸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 회담은 지난해 양국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한 후 이번이 12번째이며, 올해 들어서만 3번째다. 이날 회담에 이어 윤 대통령 부부는 기시다 총리 부부와 대표단을 초청해 공식 만찬을 가졌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