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8곳 “한덕수 현실 왜곡에 놀라움 금할 수 없어”
“2025년 증원 정부 계획대로 가면 향후 30년간 혼란 지속”
추경호 “정부 의료개혁 방침 철회는 쉽지 않은 주장”
민주당 “정부, 대통령 사과·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 모멘텀 만들어야”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료대란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료계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료대란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료계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추석을 앞두고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뜻을 모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참여가 불투명해졌다. 의사단체들은 13일 정부가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등 근본 원인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는 현 시점에서 협의체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료대란 관련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의료계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번 입장문 발표에는 의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광역시도회장단협의회, 의협 대의원회 등 총 8개 단체가 함께 했다.

의사단체들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 시점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발언을 언급하며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라며 “국무총리가 지금도 전공의들에게 함부로 말하고 현실을 완전히 왜곡하는 태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날 한 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이 “국민들이 죽어나간다”라고 말하자, “그건 가짜뉴스다”라고 반박했다. 또 “이 사태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전공의에게 첫 번째 큰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세계 어느 나라 의료파업에 (전공의들이) 응급실하고 중증환자를 떠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료 단체들은 “지금 의사들은 아무도 파업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의 폭압적인 의대 증원에 좌절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수련과 학업을 포기하면서 잘못된 정책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에 대한 수사 중단도 촉구했다. 이들은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 중에도 협상이 거론되면 총구를 거두는 법인데, 정부는 협의하자면서도 동시에 아무 죄 없는 전공의들을 경찰서로 불러 전 국민 앞에 망신을 주고 겁박하면서 협의체로 들어오라고 한다”며 “이는 대화 제의가 아니고 의료계에 대한 우롱이다. 의료계와 대화하길 바란다면 정부는 즉각 전공의 사직 관련 수사를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관련해선 “2025년 증원을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하면 의대생들은 아무도 학교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내년에 3000여명 가르치던 환경에서 아무 준비 없이 7500여명의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고 향후 30년간 혼란이 지속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문제는 지금과 같은 의료대란을 일으키며 무리하게 강행하지 말고 교육이 가능한 증원 규모와 의료계 증가 등 의사 수 증가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정부는 변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2025년 의대 증원 조정 문제를 협의체 의제로 열어두면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는 ‘의사단체가 협상장에 오는게 중요하다. 백지 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지만 한 총리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감안하면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선을 그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 대변인도 “2026년은 충분히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2025년을 지금 건드린 것은 일단 의사단체 분들에게 어떤 협상의 명분을 주기 위한 과정은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은 이날 의료계 입장 발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계에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는데 직접 정부에 요구하실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정부가 의료개혁 추진 방침을 철회해라, 그 사고를 기본적으로 바꿔라’라는 것은 사실 (수용하기) 쉽지 않은 주장”이라며 “약간의 태도 변화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본질적 부분과 관련해서 전면 철회, 전면적인 재고나 원점 (논의 요구) 등으로 가기 시작하면 정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걸 자꾸 얘기하면서 대화 자체를 경시하기보다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함께 모여서 좋은 방안을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당에서 2025년도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수시는 놔두고 정시로 조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는 물음에도 “수시와 정시가 정원에 연계돼 있고, 수없이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내년도 입시에 대해 의사결정과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문제가 재논의할 수 있는 타이밍인가”라며 “일반 국민께서도 상식선에서 판단하실 수 있는 그런 게 아닌가”라며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윤 대통령이 OK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대통령 고집 때문에 여기까지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추석 전에 협의체 출범은 어려워진 것 같다. 정부가 꼼짝 안 하고 있고 어제 한 총리가 가짜뉴스라고 하는데 의사단체가 들어오겠나”라며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든 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 대화를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후 동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부정 평가는 70%로 ‘의대 정원 확대’가 2주 연속 부정 평가 요인 1위로 지목됐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28%로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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