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6일 저녁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만흠(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인공지능을 이용한 이미지 합성, 딥페이크(deepfake)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음란물 합성이 심각한 상황이다. 인격 살인, 디지털 살인 행위라고 입을 모아 성토한다.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면서 특위를 구성하기도 했다. 사실 근거없는 음모론이나 괴담 같은 유사 딥페이크는 이미 우리 정치에 일상으로 동원되고 있다. 딥페이크에 대한 문제의식만큼이나 만성화돼 있는 근거없는 유언비어 정치에 대한 각성도 필요하다.

페이크(가짜)뉴스, 음모론, 괴담이 동원되는 정치 현상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극단적인 소수세력이 아니라 우리 정치의 주도 세력 사이에 페이크 정보 공방이 너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진영정치에 묻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다. 오히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투쟁의 도구로 통용되는 분위기다. 딥페이크만큼 단번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정치 풍토 자체를 혼탁하게 만드는 악성 바이러스다.

진실 여부가 쉽게 가려지지 않고 대개 사법적 공방으로 넘어간다. 사법적 공방이 진행되면서 여전히 정쟁의 소재가 된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쟁화라는 진영정치의 악순환 고리다. 유튜브나 SNS는 페이크 정치여론의 중요한 도구다. 특히 최근 한국정치에서 정치의 사법화가 급증한 것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정치인들이 한국정치를 주도하면서 페이크 정치정보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일상화된 결과다

공유하는 진실이 약화되면 민주주의 기반도 무너진다. 오로지 권력정치와 이를 위한 포퓰리즘만 남는다. 정치가 공동체 통합의 구심점이 되기보다는 분열과 불신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신들의 문제가 정치쟁점이 되고 사법적 판단으로 넘어가고 그 사법적 쟁점이 다시 정쟁거리가 되는 악순환의 진영정치다. 이를 증폭시키는 ‘뉴스공장’도 있다.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공장이라는 개념일까?

물론 모든 정보는 그것을 호명(interpellation)하면서 구체화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꽃’처럼 말이다. 호명하고 전달하는 사람들에 따라 주목하는 진실이 상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지식이나 정보가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데올로기론이나 지식체계도 권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푸코(M. Foucault) 지식-권력론 등이 그런 주장이다. 주로 기득권을 깨트리는데 상기해야 할 내용이다.

상호 공존해야 하는 상대적 진실을 오히려 무시하고 일방적 패권정치에 동원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강준만 교수는 야권 정치여론의 주요한 창구인 뉴스공장의 김어준을 두고 음모론으로 증오의 정치를 선동해 한국정치를 타락시킨 정치무당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주류가 의존하는 정치여론화의 공장이다. 트럼프의 ‘대안적 사실’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나란히 떠오른다. 워싱턴타임스는 트럼프 재임중 하루 평균 5.9회의 공적인 거짓말을 했다고 집계했다. TBS시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위반으로 가장 많은 방심위의 제제를 받은 단일 프로그램이었다.

전통사회에서도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었다. 몇 사람이 우기면 아닌 것도 진실처럼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그 위험성은 말할 나위 없다. 소규모 사이비 종교 단체가 아니라, 더 광범한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이미 100여년 전에도 파시즘이 가능했다. 가상의 적을 만들거나 이상향을 동원한다. 그 유사한 현상들을 우리 정치에서 보고 있다. 재난과 비극을 끝없는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면서 혐오의 정치, 적대적 분열의 정치를 증폭시킨다.

탈진실(Post-Truth) 정치'의 주인공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최근 카멀라 해리스와의 대선 토론을 보니 엉겁결에 통했던 그의 증오정치 동원 방식이 한계에 달한 듯하다. 물론 여성이자 비백인이라는 해리스 후보의 특성이 상대적인 변수로 남아 있다. 우리 한국은 여전히 괴담정치 공방이다. 야당에서 황당한 계엄령 기획설까지 꺼내고 있지만, 집권세력이 워낙 불신 받고 있으니 공방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합성사진 딥페이크 못지않게 만성화된 괴담 페이크 정치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김만흠

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한성대학교 석좌교수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