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0일과 29일 각각 영광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https://cdn.polinews.co.kr/news/photo/202409/665019_472120_4018.jpg)
[폴리뉴스 김만흠(폴리뉴스 논설고문,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호남지역 10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이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총선에서는 ‘지민비조’ 역할 분담까지 내걸었던 연합세력이었다. 국회 운영에서 반(反)윤석열 연대도 여전히 확실하다. 그러다가 같은 지지기반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국면에 이르자 아슬아슬한 적대감이 잠깐 표출되기도 했다. 비례투표에서 호남 1위 정당이었던 조국혁신당이 구체적 지역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도전일 터이다. 민주당은 독점적 지지기반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언론에서는 호남이 그들의 안방인 듯 ‘집안싸움’이라는 표현도 한다.
양쪽 지도부가 총출동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조 대표는 ‘전라도 한달 살기’로 보궐선거 지역 영광, 곡성에서 상주하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 호남 민심의 이반을 경험한 문재인 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광주에서 상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민주당은 호남지역 현장 최고위원회 개최로 맞대응했다. 이재명 대표는 호남 지역 재보궐선거에서 패하면 지도부의 위기가 올 수 있다며 당력과 지지세력의 집결을 역설하고 있다. 이재명 2기 지도체제로 치르는 첫 번째 선거라는 점도 덧붙인다.
지역구 차원에서 처음 도전하는 조국혁신당 쪽이 도전적일 수밖에 없다. ‘고인물은 썩는다’며 민주당 독점 체제를 비판했다. 민주당의 김민석 의원은 오히려 조국혁신당이 이미 ‘상한 물’이라며 역공했다. 조국혁신당이 ‘상한 물’이라는 주장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도로, 적어도 1당 독점체제가 갖는 문제에 대한 지적은 일반적으로도 타당하다. 그동안 우리 정당정치의 개혁 과제도 지역별 1당 독점 체제, 전체적으로는 양당 독과점 체제의 문제였다.
독점정당 체제는 민주적 정당정치 원리에 반한다. 더구나 독점체제의 지배적인 정당이 지역발전과 민주정치의 활력을 만들지 못할 때 그 폐해는 심각해진다. 조국혁신당의 정춘생 의원은 호남의 보궐선거 지역인 곡성과 영광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임을 들면서 이 지역 독점정당의 무능과 한계를 지적했다. 근래 호남지역 정치인들의 경쟁력 약화도 민주당 지배체제에서 나타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8명의 광주 국회의원 중 7명이 초선이었다. 나머지 1명도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진입했던 1.5선이었다. 22대 국회에서도 재공천된 1인만 재선이 된 셈이고 나머지 7명 모두 다시 초선으로 충원됐다. 민주당의 선택에 지역민이 호응한 결과다.
광주의 경우,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면서도 민주당 지도부는 커녕, 국회 상임위의 위원장을 맡을 중진의원 한 명도 없다. 소수 지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1명이 지도부에 편입됐다. 핵심 지지기반이면서 소수 지역 배려 대상이 되는 비대칭적 대의정치 구조다.
이런 점에서 독점체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경쟁적 정당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한 조국혁신당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지 않다. 물론 정치적 다원성을 반영하지 않는 동질적 우당(友黨) 세력이 과연 경쟁적 정당정치의 활력을 살릴 수 있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체주의 체제에서도 형식적으로는 두세 개의 정당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지배정당의 우당 세력이기 때문에 다원적 경쟁 체제로 보지 않는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의 경쟁이 심화되자, 최근 다시 반윤석열을 기치로 한 우당임을 내세우고 있다.
동변상련이면서 경쟁관계다. 두 대표 모두 형사 피고인 상태임에도 사법리스크를 넘어 여의도 정치를 주도케 하는 힘의 배경 역시 호남(출신)의 지지였다. 민주화 시대의 명분은 소진된 채 양극화된 진영정치의 한 축을 뒷받침하고 있다. 두 세력 모두에게 절대적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의 보궐선거 경쟁, 안방 집안싸움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집안싸움이라면서 경쟁하는 양당의 대표 모두 집안 출신 호남이 아니라 안동과 부산 출신이다. 호남정치에서 나타나는 비대칭적 대의정치 구조의 핵이다.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김대중 이후 노무현, 문재인, 안철수에 대한 지지에서도 나타났다. 정치리더십에 대한 지지의 우연한 결과일까, 지역 통합에 앞장 선 합리적 선택일까, 자발적 종속정치일까?
지난 7월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위원장은 "호남은 민주당의 내적 식민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가스라이팅된 상태로 30년간 유지되면서 시민들은 민주당에 해가 될까 제대로 다른 당 지지도 못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두 야당의 보궐선거 집안싸움은 식민지 쟁탈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