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통일 버리고 평화 택하자" 발언 기점
북한과 한국은 헌법상 '한 나라'
두 나라로 보게 되면 영토법부터 많은 게 달라져야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가운데), 주호영 국회 부의장(오른쪽) 등 여야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북아평화공존포럼 주최로 열린 '논쟁, 두 개 국가론' 토론회에 참여했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가운데), 주호영 국회 부의장(오른쪽) 등 여야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북아평화공존포럼 주최로 열린 '논쟁, 두 개 국가론' 토론회에 참여했다.

[폴리뉴스 안다인 기자] 여야가 ‘북한이 주장하는 두 개 국가론에 동의할 수 없다’ ‘조국의 평화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라는 헌법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여야는 27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논쟁, 두 개 국가론’ 주제로한 동북아평화공존포럼 제2차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31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같은 민족으로서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로 규정했다. 3대째 내려온 통일 전략까지 폐기했다.

북한은 다음 달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두 국가론으로 개헌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9월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두 국가론에 대해 “통일하지 맙시다.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말했다.

임 전 비서실장의 발언으로 두 국가론이 논란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 전 비서실장의 발언에 대해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평생을 통일운동에 매진하면서 통일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자 자신들의 주장을 급선회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북한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가능한 이야기인가”고 말했다.

‘동북아평화공존포럼’은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시)이 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는 정동영 의원, 주호영 국회부의장,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경기 남양주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양시 동안구),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시) 등 여야 의원이 참석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통일 담론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자유의식 고취와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제안하신 만큼 남북 관계에 있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토론회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 간 평화공존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축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강경 대응은 남북 모두를 피해자, 패배자로 만들 뿐”이라며 “‘북한 붕괴론’이나 ‘선제 타격론’ 같은 비현실적이고 위험천만한 인식을 버리고, 남북 화해와 협력 복원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고유환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론은 북한이 ‘잠정적 특수 관계론’(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제)을 부정하여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이중성을 부정했다”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 ▲핵을 보유한 ‘전략 국가’의 자신감 반영 ▲남측으로부터 오는 영향력 차단 ▲대한민국과 결별하는 것이 외교적 자율성 확보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또 “‘영토 평정론’은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비평화적 통일에 집중하겠다는 행동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며 “‘경계 갈등’으로 인한 무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 했다.

또한 고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은 화해 협력→남북 연합→통일 국가로 이어지는 단계적 통일 대신 헌법에 입각한 ‘자유의 확산’과 ‘국토 회복’을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흡수통일’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그 결과 “이제는 남과 북이 명시적 공존 통일 방안을 걷어내고 흡수통일(자유통일)과 영토 평정의 정면 대결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1992년 한중 수교 모델을 적용하여 북미 수교, 북일 국교 정상화, 남북 기본조약 체결 등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정계 은퇴 후 통일운동에 전념하겠다며 사실상 통일선봉대 역할을 했던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비서실장의 발언 배경이 이상하다”며 “두 국가론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을 부정하는 반헌법적이며, 두 국가론은 민족의 이질감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반민족적이며, 북한 주민을 방기한다는 측면에서 반인권적이다”며 “두 국가론은 북한 급변 사태 시 개입할 여지를 없애는 것”이라며 두 개 국가론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임 전 비서실장의 발언은 헌법 평화통일 추구 원칙에 어긋나고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와 주권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이 발언은 헌법 정신을 무시하는 헌법 정신 위배고 민주당 강령과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과 관련해서 축적해 온 통일에 대한 많은 노력을 존중하는 게 당의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김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는 헌법 정신대로 평화에 의한 방법을 추진해 왔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평화에 의한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무력적으로 방향을 튼 거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우리는 이제 과거의 적대적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 남북 간의 적대감을 강화하는 두 국가론은 결코 우리의 미래를 위한 답이 될 수 없다”며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을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차두현 연구위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는 김정은의 자신감의 발로이며 핵무장을 바탕으로 한국을 변화시켜 ‘협력적 두 국가 관계론’으로 전환하려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보수적일 경우 압박을, 진보적일 경우에도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의 침투적 속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김정은의 불안 심리를 반영하여 당분간 ‘두 국가 관계’보다는 ‘적대’에 방점을 둔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단일 국가 통일’과 ‘두 국가 관계’에 대해 “우리는 이미 북한에 대한 법적 인정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국가급 행위자로서의 인정을 해왔다”고 말했다. 헌법에는 북한과 대한민국이 한 나라로 명시되어 있지만 다른 나라로 인식해 오기 때문이다. 이어 차 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의 체제나 속성 자체가 적대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정책 변화를 한다고 해서 ‘평화적’ 두 국가 관계가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이 민주주의와 반대되는 나라인데 우리 방식대로 변화시키고 통일하려는 건 어렵다는 말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통일 독트린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적대적 통일론’으로 김정은 정권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맞불을 놓았다”고 분석하고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해 헌법상 한 나라로 보는 ‘구체제(91년 체제)’는 급격히 무너지고 있지만 국제법적으로 두 개의 국가 관계인 ‘신체제’는 들어서지 않고 있다”며 “‘신체제’를 도모해야 하지만 구체제의 숙원, 즉 평화통일을 영구적으로 포기하자는 뜻은 아니며 후세대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북한과 대한민국을 두 나라로 보게 되는 신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과 영토 조항 개정에도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정 대표는 이어서 “남북 특수 관계론에 너무나도 많은 국가적·사회적 에너지를 소비해왔다”며 “특수 관계론의 폭력적인 발현이라고 할 수 있는 ‘유사시 무력통일론’이나 ‘전시 무력편입론’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남북기본합의서 합의 채택 이후 남북 관계는 ‘통일 지향 특수 관계’ 및 ‘과정으로서 통일’ 지향 노선”이라고 요약하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김정은의 신노선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 등 중요 국면에서 주장해왔던 ‘자주권, 생존권, 발전권’ 중 ‘발전권’의 잣대를 들이대면 ‘김정은 신노선’이 언젠가 재조정될 여지가 있다”며 “김정은 신노선의 장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래 ‘자유의 북진’ 정책 ‘흡수통일론’으로 적대성을 급격하게 강화하면서 대북·통일 정책을 국내 정치화했다”며 “윤 정부의 대북 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지지 기반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했다.

정동영 의원은 “처변불경(處變不驚)하고 수처작주(隨處作主)(어느 처지에 다다르더라도 주관을 잃지 않고 자신의 주인이 되라는 뜻)해야 한다. 정세는 항상 출렁거리게 돼 있다. 그럴 때 ‘누가 주인인가’가 중요하다”며 “역대 30년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진보·보수 정권 일곱 정권을 거치면서, 붙들고 왔던 기본 노선이었다. ‘화해 협력을 거쳐 국가연합 단계’로 가자는 것이고, 북도 동의해서 합의했던 것이고 6·15에서 확인했던 것인데, ‘이것을 흔들어야 한다’는 근본적 사정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현 상황을 정리하였다.

정 의원은 “30년 동안 우리의 ‘1동맹-1기본(남북기본합의서)-3협력(일본 우호, 중국 협력, 러시아 협력)’ 방침은 불과 2년 반 만에 ‘3-1-1 체제’로 뒤집혔다. 3적대(북과 적대관계, 중국과 러시아와 실질적으로 적대)로 돌변했고, 1한미동맹, 1중심(일본이 대외전략의 중심)이 들어섰다. 30년 동안 부채살처럼 폈던 경제 영토는 쪼그라들고 국익은 실종되고 방향은 못 찾고 있다. ‘3-1-1’을 ‘1-1-3’으로 되돌리는 것이 앞으로 뚫고 나가야 할 방향이다. 결국 수처작주로 한반도에서 주인이 되는 일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 ‘논쟁- 두 개 국가론’ 토론을 통해 여야 간에 공통분모 2가지를 확인했다”며 “첫째, 북한이 주장하는 두 개 국가론에 동의할 수 없다. 둘째, 조국의 평화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라는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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